<그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2-06. 고객 한 사람의 힘
카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단골손님이 필요합니다. 손님들이 카페를 찾는 횟수는 다양합니다. 어떤 손님은 거의 날마다 카페를 찾고, 일주일에 한 번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 오시는 분도 있고요. 또 어떤 분은 계절이 바뀔 때에만 오기도 합니다. 3년 동안 딱 세 번 왔다고 말한 손님도 있습니다.
뽕필아저씨는 진상 손님
카페에 올 때 동행이 많은 손님이 있는가 하면, 매번 혼자 오는 손님도 있습니다. 우리가 '뽕필아저씨'라고 별명 지은 손님도 매번 혼자 옵니다. 별명은 오실 때마다 뽕짝 음악을 신청해서 우리가 붙인 것입니다.
직원들은 '뽕필아저씨'를 진상 손님이라고 표현합니다. 직원들에게 반말을 하고 다소 거친 표현으로 불만을 터뜨려서였습니다. 음악 신청도 셀프인데 꼭 벨을 눌러서 직원들에게 시킵니다. 음악신청은 거의 선곡이 안 되는 트로트를 하는데 한곡씩 한곡씩 여러 번에 걸쳐합니다. 그런 것이 바쁠 때에는 직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뽕필 아저씨가 주문하는 메뉴는 언제나 아메리카노입니다. 커피 리필 서비스 이용은 기본이고요. 물심부름도 꼬박꼬박 시킵니다.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말을 건네기도 하죠. 어쨌든 아저씨는 직원들에게 달가운 손님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도 그랬고요. 하지만 한 명의 손님이라도 아쉬운 상황이었으니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와 직원들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날은 무슨 일인지 일찍부터 든 손님들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습니다. 그날 뽕필 아저씨도 일찍부터 카페에 와서 창가 자리에 있었습니다. 여지없이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말입니다.
계속 밀려오는 손님들은 빈자리가 없어 그냥 도로 나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네 명이 앉는 테이블에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저씨가 야속했습니다. 아저씨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바쁜 직원들을 불러 훈계하듯 여러 말을 했습니다. 커피 리필에 물 심부름, 신청 메모지도 여러 번 시켰습니다. 신청곡도 방송 흐름이나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었습니다. 신청곡이 늦게 나온다며 직원을 통해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카페 개업 이래 가장 손님이 많고 힘든 날을 보낸 우리 모두는 지쳤습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뽕필 아저씨는 맨 마지막에 나갔고요.
"손님이 많으니까 기분 좋네.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아. 여기가 잘 돼야 해."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계산하면서 또 한참이나 이런저런 얘기를 꺼냅니다. 잘 되기를 바란다면서 왜 다른 손님은 한 명도 데리고 오시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정말 잠깐 든 생각이에요.
뽕필 아저씨가 카페를 나가고 난 뒤 직원들과 저는 아저씨 뒷담화를 했습니다. 아저씨는 꼭 바쁠 때에만 카페에 오는 것 같다는 근거 없는 말도 했습니다. 심각하게는 하지 않고요 웃으면서 했어요. 정말이에요.
26만 원짜리 아메리카노
저도 뽕필 아저씨가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방송이 안 되는 장르의 음악을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여 매출에 기여하는 손님도 아니었으니까요.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느 날, 공부할 요량으로 읽은 카페 관련 책에서 저의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와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손님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주일에 5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는 뽕필아저씨가 1년이면 52잔을 마시는 것이죠. 2년이면 104잔이고요. 가격으로 따지면 26만 원, 52만이지요. 여러 명이 와서 비싼 메뉴를 마셔도 한 번 오고 마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뽕필 아저씨가 2년이고3년이고 계속 오신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그 어떤 손님보다도 우리 카페의 최고 손님이었던 겁니다. 그날부터 저는 직원 교육에 그 점을 꼭 포함시켰습니다. 혼자 와서 아메리카노를 시켜도 26만 원짜리를 주문한 것으로 생각하라고요.
뽕필 아저씨가 오시면 정말 잘 대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아저씨는 오지 않았습니다. 2주, 3주, 한 달이 넘어가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후회를 했습니다. 좀 더 따뜻하게 대해 드릴 걸 하고요. 직원들도 아저씨가 안 오는 것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50대 중반의 남자 손님이 여러 명의 일행과 카페를 찾았습니다.
"저희 대표님이 어찌나 여기를 추천하시던지. 온다 온다 하다가 이제야 왔네요."
"대표님이 어느 분이실까요?"
그랬습니다. 뽕필아저씨였습니다. 아저씨는 카페를 마지막으로 온 며칠 뒤에 서울 본사로 가셨답니다. 가시면서 직원들에게 저희 카페를 꼭 가보라고 추천하셨고요. 서울에 올라가서도 통화할 때마다 저희 카페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셨답니다. 그날 처음 찾아온 그 일행은 그 후로 자주 방문하는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뽕필아저씨는 참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아저씨의 활약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후로도 뽕필아저씨의 강력한 추천으로 왔다는 또 다른 분들이 여럿이었습니다. 정형외과 원장님, 기자님, 학교 선생님 등 여러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었죠. 또 그 손님들이 추천해서 오는 다른 손님들도 많아졌고요. 뽕필아저씨 한 분의 입소문으로 시작된 일이 저희 카페에 엄청난 기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아저씨는 지인들과 통화할 때마다 저희 카페를 잘 가고 있는지 확인까지 하신답니다.
카페에 자주 오시던 때에는 몰랐던 뽕필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습니다. 번호를 등록했더니 카카오톡에 친구로 뜨더군요. 사진 속 아저씨 모습을 보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아저씨가 카페에 오시면 꼭 신청하시던 <낭만에 대하여>를 메신저로 보내 드렸습니다. 꼭 최백호 씨 혼자 부르는 원곡을 원하셨는데 제가 마음대로 아이유랑 같이 부른 걸로 보내드렸었던 곡이에요. 그래서 이번엔 아저씨가 원하신 대로 최백호 씨 혼자 부르는 오리지널 곡을 보내드렸어요.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송구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