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왜 하시려고요?

by 이현웅

카페 오픈 4개월 전.

그 카페를 찾은 것은 2016년 늦여름이었다. 서울로 출장을 다니던 디제이 후배 형준이 제안해서였다. 황학동 작은 거리 어느 허름한 건물 2층에 그 카페가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과 오른쪽 벽면을 가득 채운 엘피 음반이 압도해왔다. 실내 장식과 명품 스피커만 보더라도 많은 돈이 들어갔을 카페였다. 형준이 두리번거리는 모습 때문에 촌놈으로 보일까 봐 신경이 쓰였다. 페도라(모자)를 눌러쓴 카페 주인은 낯선 손님이 방문했는데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님을 맞이하는 의례적인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날 우리가 그 카페에 간 것은 주인과 대화하기 위해서였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말을 붙이지 못할 만큼 주인 표정이 굳어있었기 때문이다.


“형, 손님 없는 이유를 알겠네요. 주인 표정 봐봐요. 똥 씹은 표정인데 어떤 손님이 좋다고 오겠어요.”


형준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주인이 들을까 봐 불안했다.

두 번째 맥주 주문을 했을 때에야 주인에게 가까스로 합석을 제안했는데 의외로 쉽게 승낙했다. 술을 따르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화도 술술 이어졌다.


“카페는 하실만한가요?”

“아뇨. 쉽지 않아요.”


내 질문에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초저녁부터 시작한 대화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내 정체를 밝혔다. 술기운 탓인지 카페 주인은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우리 부부는 동갑내기였는데 공통점이 많았어요. 특히 팝송 좋아하는 건 더 그랬죠. 맛있는 거 사 먹고 옷 사는 것보다 레코드를 사는 게 먼저였어요. 엘피를 산 날에는 함께 들으면서 음악 얘기하느라 밤새우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때쯤 되니까 음악 카페를 차리자는 목표를 세웠고 60 되던 해에 이 카페를 차렸습니다.”

“대단하시네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어요. 좋아하는 음악 매일 들으면서 일하니까 부럽다구요.”


(여기서부터는 그가 들려준 얘기를 토대로 서술한다.)

카페 경영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예상치 못한 일들에 부딪쳐야 했다. 모아 놓은 돈을 거의 쏟아 붓고 나서야 개업을 할 수 있었다. 장사를 시작했으니 수입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로 위안을 삼았다. 기대가 실망과 두려움으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손님이 너무 없었다. 이따금씩 찾아주는 지인들과 뜨내기손님으로는 카페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여러 광고 방법을 동원했지만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개업 일 년쯤 되었을 때, 두 사람은 몹시 지쳐 있었다. 대출을 받아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날이 이어졌다. 카페를 계속해야 할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다행히 일 년 반쯤 되면서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한 달에 몇 번씩 찾는 단골도 제법 생겼고 입소문을 통해 찾는 손님들도 하나 둘 늘어났다. 적자를 조금씩 만회하기 시작했다. 카페를 개업한 이래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저 먹고 살 정도만 벌면 만족할 두 사람이었지만 그마저 녹록지 않았다. 2년 동안 열심히 운영하면 손님이 손님을 데리고 와 저절로 굴러가는 구조가 된다던 어느 마케터가 쓴 책 내용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눈이 아프도록 매달린 인터넷 홍보를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면 결과가 여지없이 현실로 나타났다. 자칭 파워블로거에게 많은 홍보비용을 투자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지쳤다. 단골들이 하나둘씩 발길을 끊었다. 손님 수가 줄어들면서 어쩌다 온 손님들도 썰렁한 분위기 때문에 도로 나가기 일쑤였다. 설상가상으로 평소 몸이 허약하던 아내는 건강이 나빠졌고 우울증을 앓았다. 직원을 채용할 여유가 없어 카페 주인 혼자 운영하게 되었다.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혼자 하다 보니 서비스 질과 양이 떨어지고 피로에 지친 주인의 모습은 카페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만들었다. 막막한 미래가 두렵지만 그보다는 카페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급선무가 되었다.

“카페를 내놓은 지 꽤 됐는데 그마저도 뜻대로 안 되네요.”


독한 칵테일을 마시며 말하는 카페 주인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카페의 처지를 묘사라도 하듯 슬픈 노래 <더 쌔드 카페(The Sad Cafe)>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이 디 사우더(J. D. Souther)의 목소리가 슬프게 들려왔다. 노랫말처럼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침묵했다. 카페 주인에게 위로의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침묵을 깨뜨린 것은 카페 주인이었다.


“카페, 왜 하시려고요?”


기습과도 같은 질문에 당혹해하는데 그가 또 물었다.


“음악 좋아하시죠?”

“아, 네.... 뭐, 조금...”

“좋아하는 것과 경영은 다르더군요. 잘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더라구요. 돈 많이 들여서 인테리어를 하고 비싼 스피커에 엘피가 많으면 장사가 잘 될 줄 알았죠. 그런 것들은 음악카페를 하는 데 있어 소품 정도밖에 안 되더라구요. 카페를 운영하는 철학도 없었고 길게 보지도 못했죠. 그런 것들을 카페를 그만둘 때야 알게 됐네요. 허허”


자조와 회한에 헛웃음까지 섞인 말이었다. 그날의 대화중에 내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해야 할 말은 바로 그 말이었어야 했다.


“카페, 왜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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