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카페, 할 짓이 아니다

by 이현웅

카페 오픈 3개월 전 ~ 카페 오픈 직전.

인테리어가 시작되자 어떻게 알았는지 동네 형님들(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안면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 훈수를 두었다. “젊은 사람들 상대로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노래방 주인장부터 “커피 장사보다는 술장사를 해야 한”다는 동네의 애주가, “음악다방처럼 인테리어를 올드하게 해야 추억을 소환할 수 있”다는 감성파 형님,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투자하지 마”라던 선배까지, 장사 경험이 있든 없든 그들은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술을 파는 일은 자신이 없었다. 내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까닭이었고 평소 술 취한 사람 대하는 것을 힘들게 느꼈던 터였다. 하여, 술은 와인만 메뉴에 포함시켰다. 와인이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세 배 가까이 높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와인을 마시면 술주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우리 카페가 음악다방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분위기를 그 시절 풍경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추억이라는 단어보다 칙칙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에 돈을 들이지 말라던 선배의 충고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메아리로 느껴질 정도이다. 카페를 시작하면서 저질렀던 과오 중 인테리어에 과도한 투자를 했던 것을 가장 후회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거의 뇌가 없는 수준으로 업자들이나 지인들이 하라는 대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회사 인테리어팀을 활용했는데 다른 업무에 밀려 몇 주면 끝날 일이 몇 달이나 걸렸다. 인부들뿐만 아니라 구경하고 간섭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식사와 술을 제공하는 데만도 밝히기조차 싫을 만큼 과도한 지출이 발생됐다. 나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간판도 형식적으로 조그맣게 하려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의 압력과도 같은 권고와 제안에 수백만 원을 투자했다.


카탈로그에서 선택한 카페 바닥의 타일은 분명 짙은 색깔의 디자인이었는데 막상 시공하고 보니 하얀색에 가까운 너무 밝은 것이었다. 적잖은 사람들이 밟고 다닐 바닥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카페를 차리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내 고집대로 한 것은 음악실이 유일했다. 한쪽 구석에 아담하게 만드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과거 음악다방에서 방송하던 시절, 대부분의 음악실은 아담하다 못해 비좁았다. 쪽문으로 허리를 굽히면서 드나들었고, 회전의자를 회전도 시키지 못할 만큼 좁았던 그런 음악실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얼마나 작았으면 뮤직박스라고 했을까. 나중에 카페에 들른 선배로부터 “너, 아주 한풀이했구나?”라는 말을 들을 만큼 크고 넓은 음악실을 카페 정면에 만들었다.


음악실을 채운 앰프와 홀에 설치한 스피커가 문제였다. 음악감상카페에서 오디오 장비는 중요하다. 사람들은 삼십 수년의 디제이 경력을 가진 내가 당연히 오디오 기기에 관해 남다른 지식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명백한 오해다. 오디오 소리에 미쳐 빚까지 지는 선배들을 보면서 애초부터 명품 스피커나 앰프 따위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 업계의 전문가가 우리 카페에 어울릴만한 장비를 내가 지불하는 금액에 맞춰 추천해주면 될 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인테리어를 했던 후배가 서울에 잘 아는 오디오 업자가 있으니 알아서 하겠다는 말에 흔쾌히 승낙했다.


오디오에 대한 지인들의 평가는 가혹했다. 소리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카페용이 아닌 옥외 행사장에서나 사용될 오디오라는 것이 공통된 이야기였다. 그들은 내게 의구심을 나타냈다. 음악감상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오디오 장비에 대한 지식이 너무 형편없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삼십 수년 디제이 경력에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듯했다. 어떤 이는 동정의 표정을 지어 보였고, 또 다른 지인은 아예 대놓고 이런 스피커로 무슨 음악감상카페를 하려고 하느냐며 힐난에 가까운 말을 했다. 명품 오디오를 집에 갖춰놓은 어느 손님은 내게 일찌감치 카페를 때려치우라고 조롱했다. 견디기 어려운 수모였다.


나는 분노했다. 오디오 업자에게 항의했다. 그는 오히려 나를 어이없어했다. 처음에 이의를 제기했어야지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그는 필시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오디오에 관해 알지 못하는 황당한 사업가이거나 잘 알면서도 먼 거리의 고객에게 골칫거리의 재고품을 떠넘긴 사기꾼이거나.


그날 나는 카페를 시작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후회했다. 한숨을 내뱉으며 악을 썼다.


“이놈의 카페, 할 짓이 아니다.”


불 꺼진 카페에서 천덕꾸러기 오디오 장비로 음악을 들었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 외로움을 삼켰다. 오랜 세월 염원했던 카페에 대한 꿈이 깨져버린 것만 같았다. “이놈의 카페, 할 짓이 아니다”라고 악다구니를 쓰며 그린 데이(Green Day) 밴드가 연주하고 부르는 <블러바드 오브 브로큰 드림즈(Boulevard Of Broken Dreams 부서져 버린 꿈의 거리)>를 듣고 또 들었다.



“외로운 거리를 걷지 내가 알던 그 유일한 길을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나 홀로 텅 빈 이 거리를 걸어

부서져 버린 꿈의 거리, 잠들어 버린 도시 속을,

오직 나 혼자만이, 그렇게 걷고 있네 나 홀로,

외로이 쓸쓸하게, 걷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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