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트라즈를 아십니까?

by 이현웅

카페 오픈 5개월.

손님이 없다는 사실은 절망하게 만들었지만, 아직은 <음악이야기>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싶었다. 아직은 오지 않았지만 어떤 경위로든지 우리 카페를 알게 되어 찾아올 손님들을 향한 기대감으로 묘한 흥분을 느끼기도 했다. 적어도 그 남자가 오기 전까지는.


그날, 그 남자가 왔던 날에는 모처럼 카페에 손님이 많았다. 혼자 카페에 온 남자를 본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무엇보다도 외모가 풍기는 인상 때문이었는데 첫눈에도 그는 평범한 사람 같지 않았다. 큰 키에 덩치는 언젠가 보았던 프로야구 포수처럼 거대하고 머리는 짧은 스포츠형인 데다 얼굴은 조직폭력배 세계에 들어간 깨복쟁이 동무와 흡사하게 생긴 것도 내 선입견에 한몫을 했다.


불행하게도 그 선입견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11번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시키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실내 흡연 금지 법안이 시행된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음악실에 있던 나는 그에게 다가가 최대한 정중한 태도로 흡연구역이 밖에 있다고 말했다(그의 솥뚜껑 같은 손을 본 순간 자연스럽게 정중한 태도가 되었다). 그는 의외로 순순히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우려했던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담배를 피우고 테이블로 돌아온 그는 음악을 신청하더니 괜스레 옆 테이블 손님들에게 무어라고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 봤더니 자신이 신청한 음악을 아느냐고 묻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시비조였다. 옆 테이블 손님들은 기분이 유쾌할 리 없었다. 결국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떠났다. 나는 몹시 심기가 불편했다. 그에게 그렇게 하지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순간 그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그는 잠시 나를 노려보듯 하더니 말했다.


“아따, 형님, 뭘 그리 빡빡하게 그란다요?”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굳어있던 나는 마치 무장해제라도 당한 듯 허탈감을 느꼈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을 것 같은 사람이 내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썼다는 것에 기분이 떨떠름했다.


“그라지 말고 앉으씨요. 내가 형님흔티 술 한 잔 따라드리고 잡소.”


오랫동안 호형호제라도 하며 지내온 것처럼 그는 그렇게 말했다.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불필요하게 부딪히지는 않을 생각으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형님, 내 나쁜 놈 아니요. 알고 보면 괜찮은 놈이요.”


그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술에 취한 모습이었지만 비교적 자기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조리 있게 말을 했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것부터, 고아처럼 보낸 청소년 시절과 젊은 시절에 고생했던 경험담을 들려주는데 나도 모르게 그가 지나온 삶 속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고향은 전남 목포이고 현재는 서울에 살고 있는데 군산에는 누군가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며칠째 찾고 있는데 아직 찾지 못해 내일 서울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근디 형님, 알카트라즈라고 아요?”

“헤비메탈 밴드 말하는 거요?”

“그라지라. 아시는 거만요. 갸들 노래 한 곡 틀어주씨요.”

“그 밴드는 어찌 알았소?”


내 질문에 그는 잠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따, 나를 띄엄띄엄 봐불고마요 잉. 잉베이 맘스틴 형님이 거그 있었잖으요.”


내 편견과 선입견이 동시에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밴드 이름을 아는 것 까지야 그럴 수 있다 해도 기타리스트 이름까지 자연스럽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거기 있었잖소.”


그가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거기요?”

“알카트라즈 섬 모르요?”

“어찌 모르겠소. 근데 거기는 어인 일로?”

“사람 죽여서.”


순간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국제 킬러지라. 돈 받고 사람 죽이는 킬러, 아요? 내가 마피아 보스 죽여불고 알카트라즈 교도소 들어갔잖소.”


나는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알카트라즈 섬은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해서 ‘악마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었는데 그 섬에 있던 교도소는 악명 높은 흉악범을 투옥시켰던 것으로 유명했지만 1963년에 이미 폐쇄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맥주를 더 주문했지만 나는 거절했다(당시에 우리 카페에서는 세 병 이상 팔지 않았는데 그는 이미 다섯 병을 마셨었다).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맥주를 더 주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팔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신청한 음악을 들려줄 테니 그 곡 듣고 숙소로 돌아가라고 말해주었다. 음악실에 들어간 나는 헤비메탈 밴드 알카트라즈(Alcatrazz)의 <히로시마 몬 아무르(Hiroshima Mon Amour)>를 선곡했다.


음악이 끝난 후에도 그는 일어서지 않았다. 술을 더 달라고 했지만 내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자 그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카운터 앞으로 다가간 그가 계산을 위해 바지 앞주머니를 뒤지는가 싶더니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 돈이 아닌 종이였다. 당연히 돈을 꺼낼 줄 알았던 직원은 접힌 종이를 받아 펼쳐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직원으로부터 종이를 건네받았다. ‘출소 증명서’. 이틀 전에 교도소에서 형기 만료로 출소했다는 증명서였다. 그가 다녀왔다는 알카트라즈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뭡니까?”


내가 출소 증명서를 들어 보이며 그렇게 물었다.


“죄송흡니다 형님. 며칠 후에 다시 올랑게요, 외상으로 달아노씨요.”


다시 온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확신했다. 술값이야 얼마 되지 않지만 혹시 지난 이틀 동안 이런 식으로 무전취식을 한 건 아닌지, 이후에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불쾌했다. 누군가는 그 짓거리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고를 하기 전에 경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내가 핸드폰을 꺼내자 그가 내 손을 붙잡았다.


“으따 형님. 며칠 후에 갚는다 안 혔소.”


그는 내가 경찰을 부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맘대로 흐씨요. 나 오줌 좀 싸고 올랑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화장실을 향했다. 순간 그가 혹시 돈을 내지 않고 그냥 내빼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화장실로 들어갔다. 경찰 친구는 오랜만에 하는 통화에 반가웠는지 안부를 묻는 말을 계속했다. 그러는 사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담배를 물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끄라고 소리쳤다.


“아따, 알아쓰요. 바까티 나가서 피고 올라요.”


그는 흡연구역에 가려는 모습으로 출입문을 잡아당겼다. 순간 그가 그대로 도망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좋지 않은 예감은 자주 적중한다. 짜증나게). 그랬다. 그는 그렇게 떠나갔다. 아니 도망쳤다. 카페에서는 그가 신청했던 알카트라즈 노래를 그레이엄 보넷(Graham Bonnet)이 격정적으로 부르고, 잉베이 맘스틴이 화려한 기타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가 들려준 말에 과연 진실이 있기는 했을까 싶었다. 그 사건은 카페에 올 새로운 손님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진상 손님에 대한 정신 무장을 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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