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버텨요!

by 이현웅

카페 오픈 반년. 봄이 가고 여름이 왔지만 카페는 여전히 손님이 없었다. 만주 벌판에서 개 타고 말 장사를 해도 카페 사업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여전히 손님 한 명이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엔 울적하게 하는 손님들이 꼭 있다. 노래를 부르게 해달라고 떼쓰다 나가는 사람, 없는 메뉴 찾으며 왜 없냐고 따지는 사람, 들어왔다가 손님이 없는 것을 보고는 슬그머니 다시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가면서 한 마디 남긴다.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비싸잖아.”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말해도 음악실에 있는 내게는 잘 들려왔다.

그런 날 지인들이 카페에 오는 일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특히 카페 사업을 반대하며 말렸던 사람이 왔을 때 손님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 드는 생각 중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그 순간에 아는 사람이 올까봐서였다. 가끔은 손님이 많은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 놔두고 하필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에 온 동창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왜 이렇게 손님이 없어?”


첫마디부터 폐부를 찔러 온다. 일행 중 한 명이 내 맘을 대신해 말한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럴 거야.”


그래,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맞장구를 친다. 다음 순간 누군가의 한 마디에 속에서부터 불길이 치솟는다.


“아까 그 집은 많던데 뭐. 그 집도 생긴 지 얼마 안 됐잖아.”


이런 젠장.


“월요일엔 보통 손님이 없더라고.”


또 고마운 친구가 위로의 말을 해준다. 나는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하지만 그 역시 이내 무너지고 만다.


“그렇지도 않아. 내가 자주 가는 집은 월요일에도 꽉꽉 차.”


아, 짜증! ‘우리 카페는 어쩌다 한 번 오면서 거기는 자주 간단 말이군. 이 인간은 왜 온 거야?’ 하지만 감정을 들키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나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용을 썼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됐잖아. 차차 잘 될 거야.”


고마운 동창생은 그렇게 일단락을 지으려 애쓴다. 하지만 걱정하는 투의 말로 시작한 그들의 위로는 시간이 갈수록 충고로 변하곤 했다. 인테리어가 어정쩡하다, 맥주를 싸게 팔아서 일단 사람들이 오게 해야 한다, 라이브를 해야 한다는 식의 통상적이고 무작위적인 말들이었다. 걱정이 되어 해 주는 말들이었지만 듣고 있는 나는 점점 지쳐갔다. 내심 그들이 그만 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 하지만 다른 손님이 와야 바통 터치하고 간다면서 평소에는 마시지도 않는 비싼 와인을 시켜놓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들이 올려주는 매상이 고맙기보다는 우울하고 지치게 만들었다. 그런 날이면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생각되었다. 카페를 시작한 것에 후회를 했고, 세월이 흘러도 카페가 잘될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카페를 접는 것이 그나마 손해를 덜 보는 것이라는 충고를 심각하게 생각했다. 나는 점점 카페를 그만두는 쪽으로 생각을 굳혀갔다.


개업 초기 얼마간은 당연히 적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사람 구경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면서 내 생각은 둔감해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조난객의 심경으로 그저 손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열두 시간의 영업 중에 선곡하는 음악은 180여 곡, 손님의 신청곡보다는 대부분 내가 선곡한 음악들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음악이 백색소음처럼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 때쯤부터는 듣기에 곤혹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어느 날은 처량한 노래가 손님 하나 없는 카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게 싫어 중간에 끊어버린 적이 있었다. 음악소리가 멈춘 카페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나는 음악실에 우두커니 앉아 고개를 떨궜다. 지난날과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이 가슴에 들어찼다. 눈이 뻑뻑한 것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목울대가 울렁거리는가 싶더니 이어 입술이 떨렸다. 애써 태연한 척하려고 했지만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 왜 이러냐?” 하고 스스로에게 핀잔을 주는데 눈물이 솟구쳤다. 설마 했는데 울고 있었다. 입술을 꽉 다물었지만 어느새 입가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나는 거의 흐느끼듯 울었다.


울음을 멈춘 것은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였다. 손님이었다. 인근에 있는 약국의 약사님(황약사님) 부부였다. 나는 서둘러 눈물을 훔치며 몸을 돌려 엘피 음반을 뒤적거렸다. 우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약사님 부부가 창가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나는 화장실로 달리듯이 갔다. 거울에 비친 얼굴에서 눈물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나서야 약사님 테이블에 가서 인사를 했다. 약사님은 손님도 없는데 같이 얘기나 하자며 동석을 권했다.


황약사님과 사모님은 경영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약국 개업 초기에 어려웠던 이야기부터 오랜 약국 경영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던 내게 약사님이 질문했다.


“개업한 지 얼마 됐죠?”

“반년 됐습니다.”

“힘들지 않아요?”

“... 힘 ... 들죠”


나는 꾸미거나 포장할 틈도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1년만 버텨요!”


황약사님이 그렇게 말했다. 처음엔 그 말의 뜻을 잘 알지 못했다.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황약사님은 다시 강조했다.


“무조건 1년만 버텨요. 나는 지팡이 짚고 다닐 때까지 올 테니까 포기하지 말고 해 봐요. 우선 1년만 버텨요.”

황약사님의 그 말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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