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오픈 1년 2개월.
사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때때로 보통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카페를 개업하고 1년쯤 지났을 때 만난 사람이 그랬다.
카페를 운영하는 데 있어 SNS 활동은 도움이 된다. 플랫폼마다 특징이 있는데 나는 페이스북에 집중했다. 카페에 손님을 빨리 유치하기 위한 계산이었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었다. 친구 맺기를 신청해 수락해주면 타임라인에 가서 공감 버튼을 누르고 댓글을 정성스럽게 달았다. 카페에서 하는 음악방송을 페이스북에도 내보내는 시도를 했다. 쉽지 않았다.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아프리카 TV와는 달랐다. 어떤 날에는 두 시간 방송 중에 열두 번 중지되기도 했다. 계정이 정지되어 방송을 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기도 했다. 페이스북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이었다.
날이 가면서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고 소통도 제법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페이스북 친구 중에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는데 ‘친절한 앵자씨’라는 별칭으로 활동하는 김앵주 씨였다. 카페를 방문하겠다는 댓글을 달고 한참이나 오지 않던 그녀가 카페에 나타난 것은 2018년 2월 9일이었다. 남편 태우 씨와 함께였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한눈에 그녀라는 것을 알았지만 동시에 ‘페이스북이 사람을 참 작게 보여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앵주 씨는 방송에서 볼 때와 다르지 않았다(솔직하게 말하면 좀 달랐다). 유쾌 발랄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친절한 앵자 씨는 오자마자 인터뷰에 돌입하더니 이내 페이스북 방송으로 연결했다. 놀랍게도 시청자의 음악신청까지 받았다. 스피커로부터 많이 떨어진 곳에서 인터뷰를 하는데도 음악소리가 페이스북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방송의 달인처럼 느껴졌다. 훗날 <음악이야기> 카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페이스북 방송에 영감을 준 일대 사건이었다.
며칠 후, 컴퓨터에서 하던 방송을 핸드폰으로 옮겨 하기 시작했다. 스피커 앞에 거치대를 세워놓고 핸드폰으로 영상과 음악을 전송했다. 컴퓨터로 하던 때와는 다르게 음악 소리에 손님들의 대화 소리까지 섞여 현장감을 느끼게 해 줬다. 처음엔 두세 명 수준으로 듣던 청취자 숫자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열 명을 넘기더니 스무 명에 육박하자 청취자들은 20명을 넘겨야 하는 것이 마치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라도 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페이스북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내 목소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본래의 소리통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데 어렸을 때부터 마이크를 잡다 보니 터득하게 된 요령으로 목소리를 좋은 것처럼 만든 것이었다. 그것을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버터를 많이 먹었는데 영어는 못하고 목소리만 느끼해졌”다는 고 퀄리티 아재 개그로 승화시켜 말하곤 했다. 음악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에 내 얼굴은 자세히 비추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내 외모도 괜찮을 거라는 상상을 한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 방송을 듣고 난 후, 카페를 찾는 손님이 점점 늘어난 것은 분명한데 웬일인지 페이스북 보고 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내 외모를 확인하고는 그냥 목소리만 들을 걸 하고 후회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음악실에 있으니 나를 추측하기는 쉽겠지만 내가 밖에 나와 있으면 알아보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목소리 좋은 내가 설마 그토록 내 맘대로 생겼을 줄은 몰랐었나 보다. 그런데 이것은 어쩔 수 없이 밝히는 것이지만 나도 카페에 온 페이스북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무슨 이유인지 페이스북에서는 보이지 않던 기미가 생겨 온 사람도 있었고, 며칠 만에 얼굴 살이 많이 쪄서 온 사람도 있었다. 어떤 손님은 밭일을 했는지 사진보다 까매져서 왔고, 어떤 손님은 성형을 잘못했는지 페이스북 사진보다 더 안 생긴 채로 오기도 했다.
카페에 와서 내 실물을 본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짓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나는 뻔뻔하게 묻곤 했다.
“생각보다 잘 생겨서 깜짝 놀랐죠?”
“아, 아, 네... 잘... 생기셨는데요?”
“에이, 다 알아요 알아. 그냥 방송만 듣고 말걸 후회하셨죠? 그럼 어때요? 외모가 뭐 중요하나요? 마음이 중요하지.”
그렇지. 당연하지. 외모가 뭐 중요해? 마음이 고와야 최고지. 그래, 안 그래? 그,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