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는 한 달, 나머지 달은 비수기

by 이현웅

카페 오픈 1년 3개월.

카페를 하면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요즘 힘드시죠?”

카페에 손님이 없는 것을 염려해하는 표현이다. 손님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시기적인 문제나 지역 상황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불황에 따른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카페 오픈 시기를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하필 지역 경제 상황이 나쁠 때를 골라 창업한 바보 같았다. ‘내 인생은 어쩌면 이토록 지지리도 운이 따르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미신 숭배자가 되었다.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이 주변 환경이나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카페에 손님이 없는 이유에 관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좋은 공간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밖으로 표현했다가는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까 봐 차마 말로는 하지 못했을 뿐이다.

시기적 이유는 더 명확하게,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또렷하게 말했다. 1월엔 연말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시기도 했거니와 설날과 가까운 때라서 지출을 꺼리기 때문이고, 2월엔 설날과 자녀 등록금 때문이고, 3월엔 신학기라서, 4월엔 벚꽃놀이, 5월엔 가정의 달, 6월엔 장마, 7, 8월엔 휴가, 9월과 10월엔 농번기와 추석, 11월엔 단풍 구경 때문에 손님이 없다고 생각했다. 유일하게 12월에만 손님이 많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송년회 덕분이었다. 그렇게 따져보니 장사가 잘 되는 달은 1년 중 한 달뿐이었다. 더 따져보니 1년 중 대부분의 날이 장사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추워서,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서, 비가 와서, 습도가 높아서, 천둥 번개가 쳐서, 더워서, 소나기가 와서, 바람이 심해서, 그리고 날이 너무 좋아서.


장사가 안 되는 원인을 밖에서만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사업을 시작한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경기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뉴스에서는 늘 경기 불황에 관해 보도했다. 지인들과 얘기할 때에도 경기가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사업 성공담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그것을 단지 시기가 우연히 맞아떨어진 행운쯤으로 말하기에는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손님이 없는 날에 찾아온 지인이 “요즘에는 경기가 나빠 어딜 가나 다 어렵다고 하더”라는 말을 위안으로 삼고 사업 부진의 원인을 내게서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봤다. 날씨 탓, 주변 환경 탓을 하며 그저 상황이 바뀌기만을 기다렸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다. 내가 할 수 있는, 통제 가능한 일보다는 내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통제 불가능한 일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봤다. 따져보니 그랬다. 내가 자연을 꾸짖거나 폭풍을 잠재울 수 있는 신도 아니면서, 그렇다 하여 그 어떤 노력으로도 기후를 통제할 수 없으면서도 날씨를 원망하고 절기 탓을 하는 우매한 짓을 하고 있었다. 명절도, 농사철도, 휴가철도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건만 마치 내가 카페를 차리고 난 후부터 생긴 것처럼 어리석고 쓸 데 없는 작태를 부렸다.


두 번째 겨울이 지나가고 있던 2018년 2월 어느 날, 예기치 않은 혹한이 찾아왔다. 금방이라도 살을 찢어 놓을 것 같은 칼바람이 불어댔고 온 도시는 꽁꽁 얼어붙었다. 오후가 짙어지면서 잠잠해지기를 바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온은 더 내려갔고 눈보라까지 치기 시작했다. 카페를 시작한 이래 가장 추운 날로 생각됐다. 보나 마나 손님은 없을 것이었다. 1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나름대로의 감각이었다. 직원들과 상의 끝에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모처럼 여유 있는 저녁을 보내려던 참이었다. 다른 도시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를 보기 위해 카페로 오고 있는 중이라는 전화였다. 으악! 하필 이런 날에 올 게 뭐람. 별 수 없이 출근을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묘한 일이 있다. 평소 같으면 그 시간대에 손님이 없을 시간인데도 모처럼 반가운 지인이 찾아오는 날에는 이상하게도 손님이 오는 일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운 마음을 쏟아놓기도 전에 손님이 왔다. 그것으로 끝일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주문한 음료를 내어주고 신청곡을 틀어준 뒤 지인과의 교제를 위해 테이블에 앉기가 무섭게 또 다른 손님이 왔다. 그리고 또 다른 손님들이 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밖에 스피커도 꺼놨는데 지나다가 간판을 보고 들어왔다는 손님, 몇 달 만에 온 단골, 어제 왔던 손님이 동료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혹독한 칼바람과 기온이 내려가면서 거리는 쌓여가는 눈이 얼어 빙판이 된 날에 그렇게 손님이 많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한 적도 없었다. 그날, 초저녁부터 오기 시작한 손님은 밤늦게까지 끊임없이 왔다. 멀리서부터 온 지인과 회포를 풀 잠깐의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날씨 때문에 손님이 오지 않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코 절대적 이유는 아니다. 1년 내내 비수기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카페가 망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비수기에도,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도, 장사가 안 될 것 같은 날에도 손님이 오도록 하는 것이 장사와 마케팅의 본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