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합시다 _ 여섯 번째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식당을 선택하는 조건에 바닥에 앉는지 의자에 앉는지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젊지만 허리와 무릎 관절에 신경을 쓰는 까닭이다. 2층인데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맛있는 식당이라고 해도 바닥에 앉는 곳이라면 맛이 덜 하더라도 의자에 앉아 먹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어쩌다가 불가피하게 바닥에 앉는 곳에 갈 수밖에 없을 경우에는 방석을 몇 개 겹쳐 쌓은 위에 앉거나 등을 벽에 기댈 수 있는 자리를 찾는다.
퇴행성 관절염을 재촉하는 나쁜 자세 중 하나가 양반자세라는데 그렇다고 밥을 먹으면서 발을 뻗고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잖아도 그 옛날 밤새워가며 양반자세로 화투 치느라 뼈가 삭았을 것 같아 후회막급인데 이제부터라도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맛있는 메뉴보다 편한 자리를 찾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주말 점심에 딸네 가족과 식사를 하곤 하는데 아홉 살짜리와 세 살짜리 손녀도 함께 한다. 그러다 보니 딸 부부는 의자가 있는 자리보다 방바닥에 앉아 먹는 곳을 찾는다. 손녀를 어린이용 의자에 앉힐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활동에 제약을 덜 받는 방바닥이 더 좋은 까닭이다.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다.
“갈비탕 먹을까?”
의자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떠올리며 내가 그렇게 제안했다.
“좋지.”
아내가 흔쾌히 동의했다.
“애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그냥 애들 편하고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게 어떨까?”
딸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어디?”
“방이 있는 콩나물국밥집.”
“그, 그래.”
나는 양반자세로 밥을 먹는 중에 무릎과 허리가 뻐근해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30여 년 전, 딸아이가 두세 살이었을 때 어머니와 함께 외식을 했던 기억이었다.
그 무렵, 어머니는 관절염을 심하게 앓고 계셨다. 오랜 세월 동안 쪼그리고 앉아 빨래를 하고, 밭일을 하고, 그 외에도 그런 자세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을까. 어머니는 앉고 일어설 때마다, 양반자세로 식사를 할 때 얼마나 불편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당시의 어머니는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많았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내색 한 번 안 하시고 그저 우리가 하자는 대로 따라오셨다.
내가 어머니를 챙겼어야 했다. 어머니의 고충을 헤아리기보다는 어린 딸로 인한 불편함을 덜기 위해 내 편의를 먼저 생각한 불효자식이었다. 효도에 대한 깨달음의 타이밍은 늘 늦기만 하다. 침대 생활을 잘하고 계시는지, 텃밭에서 쪼그리고 일하시지는 않는지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해야겠다.
반전의 덧붙임 : 지난 일요일, 내 제안대로 의자가 있는 그 식당의 갈비탕을 먹으러 갔다면 확진자와 같은 시간에 있었을 것이다. 그날 우리 가족의 식사 시간은 12:30부터 1:20까지였다.
#에세이
#밥먹고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