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너무 못합니다 <2>
*** 이 글은 스피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자기 계발서를 소설 형식으로 쓰는 글입니다.
이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가상의 캐릭터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저도 말을 잘할 수 있다고요?>
회사에 나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말을 잘해야 하는 일인데 도저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잠깐의 면접과 간단한 인사말에서조차 말을 지지리도 못한 제가 상담을 하고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우울증 환자가 마음 상담사 역할을 하는 것이거나 음치인 사람이 노래를 가르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당신 처음에 그 일 한다고 할 때부터 내가 안 된다고 했지?”
다른 일을 알아봐야겠다는 내 말에 남편 의남 씨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낄낄대는 남편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싶었습니다.
은근히 전에 없던 오기가 고개를 들더군요. 그래 봤자 별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말입니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축 늘어져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혜영이였습니다. 잘됐다 싶어 회사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말을 못 해서라는 내 이유에 혜영은 그런 것이라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말 잘하는 법을 배우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모기 허리 측만증 걸리는 소리냐고 물었더니 자신도 처음엔 말을 잘 못했는데 훈련을 받아서 잘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혜영이가 예전에는 말을 잘 못했다는 기억이 나더군요. 전에는 목소리도 크고 말이 많아 친구들 사이에 정신없는 사람으로 통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목소리도 듣기 좋고 차분하게 하면서도 자분자분 알아듣기 쉽게 한다는 것을 떠올린 것입니다. 슬쩍 관심이 생기더군요.
혜영이 알려준 방법은 교육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지사장이 스피치 강사 출신이어서 직원들에게 말 잘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겁니다. 수강료를 내지 않아도 무료로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며 혜영은 저를 꼬드겼습니다. 제가 또 귀가 얇기로는 둘째 가라 하면 서운한 사람이지요. 혜영의 제안에 넘어간 것인지, 남편에 대한 오기 발동인지 저는 회사에 계속 다니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말 잘하는 법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3개월의 수습기간 동안 영어 교사로서 갖춰야 할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받고 업무 파악을 하며 상담가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신입교사 교육 하루 여덟 시간 중에 스피치 교육은 두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포함 세 명의 신입 교사가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 명은 저보다 두 살 아래인 정희주 씨인데 인사말 할 때 맨 처음 했던,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사람입니다. 저보다 한 살 위인 서인애 씨는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닌데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입니다.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면서 각자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지사장의 질문에 희주 씨가 자장 적극적으로 대답했고, 인애 씨는 모든 대답이 자기 이야기 쪽으로 흘렀습니다. 저는 거의 대답하지 못하다가 지사장이 직접 저를 지목하면 어쩔 수 없이 더듬거리고 버벅거리며 겨우 대답하는 정도였습니다.
교육이 거의 끝나가면서 무사히 하루가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갑자기 자기소개를 3분 이내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저한테 왜 이러세요?”라는 이모티콘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말 못 하는 저를 창피주기 위한 계략처럼 느껴졌습니다.
교육을 받을 때에는 가라앉았던 심장이 또다시 발작 수준이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맨 처음 차례였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그쪽(스피치 교육 업계)에서는 ‘백야 상태’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분명 회의시간에 인사말을 엉망으로 한 뒤에 못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후회했는데, 그 말이라도 떠올려하면 좋을 텐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음... 저는... 마흔 살이고... 아들 하나, 딸 하나 있고요. 음... 남편도 하나 있습니다.”
지사장과 두 사람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제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창피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더 떨렸습니다.
“어... 저는... 소개할 것이 딱히 없네요. 어... 이런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음....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수가 거기서 왜 나오냐고요. 저에게 동정을 베푸는 것 같은 박수소리에 울고 싶었습니다. 끝나고 나니까 더 떨리기도 하고 속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제 다음 순서로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얄밉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상반적으로 제가 한없이 초라해져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사장이자 스피치 강사(이하 이 대표)님의 이상한 말이 들려왔습니다.
“선생님 세 분 모두 말씀을 잘하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계시네요.”
이것은 무슨 피카추 전기세 내는 소리란 말인가요? 저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겠죠? 분명 두 사람은 잘했는데 저 때문에 도매금으로 싸잡아 말한 거겠죠? 이 대표님의 다음 말이 들려왔습니다.
“세 분 모두 개성 있는 화술을 나타냈습니다.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으시면 개성을 잘 살려 정말 말 잘하는 분들이 되실 것입니다. 저를 믿고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어라?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두 사람도 전문가 관점으로는 썩 잘한 것이 아니라는 것? 으하하하. 괜스레 속으로 웃음이 났습니다. 정말 나도 말을 잘할 수 있을까요? 정말 이 대표님 말을 믿고 따라가면 될까요? 왠지 그의 말을 믿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이 대표님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아 참, 아직 밝히지 않았었는데 이 대표님의 이름은 이현우입니다.
#스피치
#말을잘한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