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탐 Jun 20. 2023

라틴 팝(Latin Pop) 이야기

K-POP보다 이게 대세! 빌보드를 점령한 장르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메인스트림 of 메인스트림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없는 장르가 있죠. 바로 라틴 뮤직입니다. 빌보드 글로벌 차트를 찾아보면 탑 10중에 5곡이 라틴 음악일 정도예요. 


라틴 음악이 어떻게 빌보드를 점령하고, 세계인들을 매료시켰는지. 알아보러 가시죠!






라틴 뮤직은 단어 그대로 '라틴의 음악'을 의미해요. '음악의 특징'으로 구분 지을 수는 없는데요, 라틴 뮤직의 범주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인, 아프리카인들이 유입되면서 여러 문화와 역사가 혼합된 만큼, 음악의 스펙트럼도 다양할 수밖에 없죠.


일반적으로 라틴 아메리카, 미국 내의 히스패닉, 카리브 연안의 음악을 통틀어서 '라틴 뮤직'이라고 부릅니다.



라틴 음악이 미국에 퍼지기 시작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예요. 미국인들은 끔찍했던 전쟁의 기억을 잊고 싶어 했고, 댄스를 돋우는 라틴 아메리카의 노래가 제격이었죠.


'세계 대전에 휩싸이지 않은 지역의 노래'라는 것도, 라틴 뮤직이 주목받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라틴 아메리카는 거의 유일하게 2차 세계대전에 휩싸이지 않은 지역 중 하나였어요.


정치적으로도 라틴 아메리카에 우호 정책을 펼치면서, 라틴 음악은 미국에 빠르게 퍼지기 시작합니다.


Perez Prao : 1940년대 라틴 댄스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맘보의 왕


그로 인해 Perez Prao 같은 아티스트가 미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하죠.


https://youtu.be/ggSDeyPu_e4








(좌) Elvis Presely (우) Issac Haves


하지만 1950년대 중반 락이 등장하고, 1960년대 후반 디스코가 등장하면서 라틴 음악이 메인스트림으로 편입되지는 못합니다. 




1979년, 디스코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는 말이죠.


*디스코 폭파의 밤

1979년 7월 1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홈구장에서 벌어진 이벤트로 촉발된 관중 난동 사건.

게이, 히피, 인종 통합의 성향을 띠는 디스코 음악에 대한 반발로 락 음악을 선호하던 백인들이 주축이 되어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에서 디스코 음반 화형식을 진행했다. 수천 명의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난입했으며, 결국 폭동으로 치달았다.




디스코가 몰락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음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멕시코 인근의 텍사스에서는 포크, 컨트리, 블루스 등이 섞인 '테하노(Tejano)'가, 뉴욕과 마이애미, 디트로이트에서는 힙합과 혼합되어 신스 악기를 특징으로 하는 '라틴 프리스타일(Latin Freestyle)'이 탄생합니다.


https://youtu.be/KVUxv4YDPtg

<Contigo Quiero Estar> - Selena, 1989 : Tejano의 여왕인 Selena


https://youtu.be/_-0sUuGufmw

<Let The Music Play> - Shannon, 1983 : Latin Freestyle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한 두 음악은 대중들에게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 90년대 라틴 팝 열풍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리키 마틴(Ricky Martin)은 <Livin' La Vida Loca>로 빌보드 핫 100 5주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하죠.


https://youtu.be/p47fEXGabaY?t=70

<Livin' La Vida Loca> - Ricky Martin, 1999




미국의 메이저 레이블들도 이런 흐름을 눈치챕니다. 돈이 된다는 걸 알았으니, 움직여야겠죠. 미국에 살고 있는 히스패닉,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해 연안의 음악을 모두 묶어 '라틴 팝(Latin Pop)'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유통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미 어워즈도 라틴 음악의 영향력이 커지는 모습을 보고, 1989년에 '그래미 어워즈 라틴 뮤직 부문'을 신설하죠.


그렇게 라틴 팝의 전성기가 시작되는듯 했으나....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합니다. 전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신나는 음악이었던 라틴 팝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었죠.


그렇게 다시 한번, 라틴 팝은 미국의 메인스트림에서 멀어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시기였어요.



https://youtu.be/FQOiftOmZ2w

<Radio Version 40> - Various Artists, 1996


1990년대, 푸에르토리코의 빈곤층 사이에서는 레게와 힙합을 섞은 레게톤이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It was all of these influences, like if you put dancehall, reggae, reggae en español, rap, house music, salsa, bachata, and vallenato in a blender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어요. 댄스홀, 레게, 랩, 하우스, 살사, 바차타, 발레나토를 믹서기에 갈아 넣는 것처럼 말이죠. - Daddy Yankee, 2022, Rollingstone


하지만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레게톤을 금지시켰고, 시장도 레게톤의 유행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가사가 선정적이고, 빈곤층에서 탄생했다는 게 그 이유였죠.


they saw it as [coming] from the streets: ‘It’s not pop, it’s not squeaky-clean. This isn’t marketable, we can’t sell ads to this,’ “Then, on the English side, I remember personally pitching a lot of reggaeton stories to these hip-hop magazines, and very few were accepted. A lot of them were like, ‘That’s not hip-hop.’

그들은 그것을 ‘거리에서 온 것’으로 봤어요. 청결하지 않은 것이고, 시장에 판매할 수도 없고, 광고에 실을 수도 없는 것으로요. 힙합 잡지에 레게톤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그들 대부분은 ‘이건 힙합이 아니다’라면서 거절하더군요. - Jesus Trivino, Senior director of TIDAL

- Rollingstone, 2022


대디 양키(Daddy Yankee)


하지만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 후안에는 정부의 금지나, 시장의 부정적인 태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아티스트가 있었습니다. 대디 양키는 단지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일상을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Ayala, meanwhile, was looking for lyrical inspiration everywhere, and a wave of it came one day in the most quotidian way: He was at home in his Villa Kennedy apartment when he heard someone on the street shouting, “Como le gusta la gasolina!” That phrase, he says, was a common one that described girls who were always looking for a ride to the next party. He worked out the rest of the song

저는 모든 곳에서 영감을 찾고 있었어요. 하루는 누가 밖에서 ‘Gasolina!’라고 소리쳤어요. 항상 새로운 파티를 찾아다니는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푸에르토 리코의 일상이죠. 이거다! 싶었고, 그렇게 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 Daddy Yankee

<Rollingstone, 2022>



<Gasolina> - Daddy Yankee, 2004


https://youtu.be/CCF1_jI8Prk


이렇게 탄생한 음악이 바로 <Gasolina> 입니다. 발매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빌보드 핫 100 32위를 기록하죠. 레게톤이 라틴 아메리카를 넘어 미국에까지 퍼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루이스 폰시(Louis Fonsi)



이제 레게톤은 주류로 자리 잡았고, 동시에 대디 양키와 콜라보를 원하는 아티스트들도 많아졌죠. 그중 한 명이 바로 루이스 폰시(Louis Fonsi)였습니다. 루이스의 곡을 듣자마자 참여를 결정했다고 하는데..


<Despacito> - Louis Fonsi&Daddy Yankee, 2017


그럴만했죠. 그 노래가 바로 <Despacito> 였거든요.


https://youtu.be/kJQP7kiw5Fk


후에 저스틴 비버가 참여한 Remix가 발매되면서 <Despacito>는 16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합니다. 동시에 <Despacito>를 기점으로 라틴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하죠.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라틴 열풍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 인물이 바로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예요. 


<Havana> - Camila Cabello, 2017


지금은 너무 유명한 노래. <Havana>는 원래 발매 당시에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99위에 머물러있다가 <Despacito>를 기점으로 라틴 팝 열풍이 불면서, 무려 23주 만에 1위를 기록하죠.






떡상 코인을 찾았으면 풀매수 해야겠죠. 라틴 음악의 인기를 실감한 카디 비(Cardi B), 드레이크(Drake)는 각각 라틴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진행합니다.


(좌) <I Like It) - Cardi B / (우) <MIA> - Drake


<I Like It>을 발매한 카디 비는 빌보드 핫 100 1위, <MIA>를 발매한 드레이크는 5위를 차지하면서 둘 다 좋은 기록을 거둡니다. 그리고 이런 거물급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로 인해  라틴 음악의 인기는 더 올라가죠. 



https://youtu.be/xTlNMmZKwpA

<I Like It> - Cardi B, 2018



https://youtu.be/OSUxrSe5GbI

<MIA> - Drake, 2018






<I Like It>과 <MIA>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똑같은 인물이 나오는데요. 




바로 오늘날 라틴 음악의 슈퍼스타. 배드 버니(Bad Bunny)입니다.




8년 전까지만 해도 배드 버니는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청년이었어요. 사클에 올려놓은 작업물이 우연히 DJ Luian*의 귀에 들어갔고, 그걸 계기로 2015년에 데뷔하게 되죠.


*DJ Luian : 푸에르토리코 음악계에서 유명한 인물



https://youtu.be/GMFewiplIbw

<Mayores> - Becky G, 2017



2017년에는 Becky G와 콜라보한 <Mayores>를 발매하는데.. 여기서 배드 버니는 기존에 유행하던 라틴 팝이 아니라, 라틴 트랩을 부릅니다. 그리고 이게 대중들의 귀를 제대로 사로잡죠.


라틴 트랩은 기존의 라틴 팝을 밀어내면서 라틴 뮤직에서 대세 장르가 됐고, 배드 버니는 사실상 라틴 트랩의 리더로 등장합니다.


이렇게 <Mayores>를 통해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드 버니는 여러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진행하게 되는데, 그 결과물이 앞서 봤던 <I Like It>과 <MIA>입니다. 2015년에 데뷔한 이 젊은 아티스트는 1년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히트곡을 두 개나 만들어 낸 거죠. 24살의 어린 아티스트가 라틴 음악의 최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Un Verano Sin Ti], Bad Bunny, 2022


2022년에는 정규 앨범 [Un Verano Sin Ti]* 를 발매합니다. 그리고 무려 13주 동안 빌보드 핫 200**에서 1위를 기록하죠.


*Un Verano Sin Ti : '네가 없는 여름'이라는 뜻이다.

**빌보드 핫 200 : 빌보드 핫 100이 싱글 차트라면 빌보드 핫 200은 앨범차트다.



나온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차트에서 상위권이에요. 스포티파이에서는 185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했고요.


https://youtu.be/Cr8K88UcO0s





라틴 음악의 인기가 이렇게 많아진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인구,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이 컸어요.


2021 인종별 미국 인구 비율

1. 백인 60.1 % (1.9억)
2. 히스패닉 18.8% (6천 만)
3. 흑인 12.2% (3천9백만)
4. 아시안 5.4% (1천7백만)

미국에 이민을 가거나, 미국에 살고 있는 히스패닉/라티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흑인을 추월하고 백인 다음으로 미국 사회에 문화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라티노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남미, 이베리아반도, 카리브해까지 포함하면 인구가 거의 10억이에요. 이 사람들이 한 번씩만 들어도 조회수가 그냥 억 단위로 찍히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빌보드 차트나, 각종 음원 사이트 차트는 '스트리밍 횟수'를 차트 지표로 삼잖아요? 그러니까 원래는 라티노들한테만 소비되던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올라가고, 그러면서 라티노가 아닌 리스너들한테도 소비되기 시작한 거죠.


"Thanks to the power of streaming, the diaspora of Latins around the world, and to an increased output of music that connects with many people at many levels, Latin music today is truly part of every music fan's menu of options and is being consumed like never before,”

스트리밍의 파워, 세계 곳곳에 거주하는 라티노,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음악 아웃풋의 성장 덕분에, 오늘날 라틴 뮤직은 모든 음악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됐고,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비되고 있어요. - Cobo, VP of Latin at Billboard

<Rollingstone, 2022>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23년에는 배드 버니가 라틴 아메리카 출신 스페인어권 아티스트 최초로 코첼라 헤드라이너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블랙핑크의 헤드라이너 소식에 집중할 동안, 해외에서는 배드 버니의 헤드라이너 소식을 조명했어요. 그만큼 라틴 음악이 대세가 됐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K-POP의 성공 스토리를 똑 닮은 오늘날의 라틴 음악. 어떤 매력으로 세계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은 건지, 오늘 한 번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작가의 이전글 래퍼들의 래퍼, 빈지노(Beenzino)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