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나오는 그 <서유기>에 관한 책이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한 10권 정도 되는 서유기 시리즈를 열심히도 읽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재미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서유기를 추천해주려고 아동을 위한 서유기를 읽다 보니 중간에 생략된 내용이 너무 많아 '서유기 내용이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길고 긴 서유기를 다 읽을 시간은 없어 서유기에 관한 책을 검색하다 운 좋게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예전에 서유기를 읽을 때에는 그냥 손오공이 요괴들을 물리치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고만 생각했지 그 속에 담긴 의미나 뜻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읽지 못한 행간이 참 많다.
손오공은 어마어마한 능력의 소유자인데 왜 단박에 근두운을 타고 목적지까지 날아가지 않고 굳이 힘든 모험을 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 들법한 생각이다. 저자는 손오공도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한다. 날아서 단번에 경전을 가져오고 싶은 마음과 고되더라도 일행과 함께 경전을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데 이 상반된 마음이 재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반된 마음이 드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게 그런 마음이 재앙을 일으킨다고? 이건 사실 잘 모르겠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손오공이 든 여의봉과 손오공 머리에 끼워진 긴고아가 자유와 업압을 상징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고보니 손오공은 여의봉을 크게도 작게도 만들면서 참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러나 삼장법사가 주문을 외우면 긴고아가 머리를 조여 꼼짝없이 삼장법사에게 복종하게 된다. 경전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주체가 삼장법사인데 사실 삼장법사는 별다른 능력도 없고 여행 과정에서 계속 손오공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손오공이 삼장법사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긴고아를 조이게 하는 주문을 삼장법사가 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다고나 할까.
이야기의 조연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빠질 수 없는 저팔계, 사오정에 관한 설명도 나오고, 서유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온갖 요괴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물론 책의 처음 부분에 서유기의 줄거리도 나온다.
서유기를 읽고 싶지만 어린이용 서유기는 시시해서 싫고, 서유기에 담긴 의미나 철학을 빨리 알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