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체온을 재어 보니 39도가 넘었다. 부랴부랴 해열제를 먹이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달래가며 잠을 재웠다. 하필 그 다음날이 명절 연휴다!
다음날 아침 똑딱앱을 열고 문을 연 소아과를 찾는데, 자주 가는 소아과는 명절이 끝날 때까지 하루도 문을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연휴에 문을 연 소아과를 찾아 똑딱으로 접수를 하려고 보니 가장 빠른 대기 번호가 26번이었다. 그래도 똑딱으로 접수를 하고 소아과에 들어갔다. 이미 먼저 온 아이들과 보호자들로 소아과는 그야말로 발 디딜틈이 없었고, 나는 병원에 있는 태블릿으로 우리 아이가 도착하였다는 접수를 하였다.
연휴에 문을 연 소아과가 이 근방에 이 곳 하나뿐이었는지 멀리서 온 사람들도 꽤 많은 눈치였다. 연휴에도 돌아가며 문을 열어주는 소아과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의료 종사자들도 연휴에는 쉬어야하니 명절 진료를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는 없다. 다행히 문을 연 소아과가 있어서 아이는 진료를 보았고, 독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독감이라는 것을 빨리 알게되어 다행이었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걸린 독감이라 그런지 열이 잘 떨어지지 않아 걱정은 되었지만 약을 먹으니 2~3일 정도가 지나면 열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타미플루를 먹는 5일 내내 열이 났고, 타미플루를 모두 먹고 나서야 열이 떨어졌다. 연휴가 끝나고 다니던 소아과가 드디어 문을 열어 항상 진료를 받던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는데, 이제 독감은 진정되었지만 기침이 심하니 항생제를 먹여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독감은 진정되었다고하니 다행이었다.
아이는 아직도 기침을 하긴 하지만 약을 잘 먹이면 나아질 것이다.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아이가 자라면서 감기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감기에 걸릴 때마다 의미없이 감기에 걸린 원인을 추측해본다.
"학교에 누구 안 오는 친구있어?"
"기침하는 친구 있어?"
이렇게 물어보면서 말이다.
기침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도 그 친구랑 놀지 않을 수는 없다. 그 친구가 우리 아이와 친한 친구라면 더 그렇다. 코로나 19 시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서 그나마 감기에 덜 걸렸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감기에 더 자주 걸리는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아직도 마스크를 쓰지만 그래도 독감에 걸리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학교 급식실에는 이제 가림판이 없고, 이제는 많은 것들이 예전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게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어도 나는 코로나에 2번이나 걸렸었구나! 코로나에 걸린 것이 잘못이 아닌 것처럼 감기에 걸린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체 아이에게 언제까지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고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올 겨울만 지나면 벗자고 했는데, 잘 쓰고 다녀도 독감에 걸리니 계속 마스크를 쓰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기침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역시 아직은 계속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누가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니 더 고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