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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가 제일 쉬운 이유

by 내아부


호기롭게 뱉은 말을 주워 담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 생겼다. 평생 해야 할 것 같은 다이어트 문제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공부가 점점 어려워진다. 공부량도 늘어나고 해야 할 것도 많아지는데 아이는 천하태평이다. 어떤 과목을 얼마만큼 공부하는 것이 좋을지 아이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나만 또 고민을 하다가 슬슬 화가 치밀었다.


"대체 언제까지 엄마가 네 공부 챙겨줘야 하니?"


짜증을 억누르며 애원하듯 말하다가,


"공부는 혼자서 하면 되는 건데 그걸 왜 못하니?"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렀다. 사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쉬운 일이긴 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는 나 혼자서 할 수 있고, 그 결과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혼자 열심히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물론 선생님의 지도와 도움은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어떤가?


그 어떤 일보다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트레이너가 없어도 할 수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데, 왜 그걸 못하니?"


이 말이야말로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혼자 할 수 있는 걸 왜 못해서 몇 년째 쩔쩔매고 있는 걸까? 누가 억지로 먹으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먹고서 후회하는 걸까?


며칠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의 기록을 보았다. 68kg에서 약 48kg까지 감량한 기록이었다. 나는 '48kg이 된 걸 보니 키가 작은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알고 보니 나와 키가 비슷한 사람이었다. 저 사람이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는 건데...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체중 감량이라는 이 과업을 올해는 꼭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래서 바로 체중 감량 앱을 다운로드하고 체중을 기록하기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살이 조금 빠지다가 일주일 만에 정체기가 왔다.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아이들과 함께 뷔페에 가기로 했는데, 아이들은 평생 못 갈 것 같다고 한다. 허허, 아이들이 보는 내 이미지가 이런 거구나!


사실 지금 내 체중은 키 대비 지극히 정상이다. 문제는 옷이 작아서 맞지 않는다는 거다. 예전에 내가 저체중이었던 탓에 그때 산 많은 옷을 지금은 거의 입지 못하고 있다. 입지도 못하는 옷을 몇 년째 보관만 하고 있는데, 올해는 살을 빼서 아끼던 옷들을 꼭 입고 싶다.


날 따뜻해지기 전에 얼른 살을 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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