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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버바비 Mar 11. 2020

우리에게는 안정이 필요해

균형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세계는 다시 한번 위기의식에 사로잡혔다. 서양에서는 동양인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동아시아 내에서도 중국인과 한국인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가짜 뉴스가 돌아다니듯이 우리가 접하는 정보도 무엇이 진짜인지 알기 어렵게 되어 혼돈을 주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심신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명상을 하고 병원에 다니고 뜻이 같은 사람,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고 하소연을 하고 이민을 고려하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전의 과거에는 그 시절 나름의 혼돈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과부하되지는 않았다. 증기기관과 화약의 발명 이전의 전쟁은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도 산골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남프랑스 베르동 협곡 주변의 마을들을 여행하다 보면 진짜로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경우에는 모르는 것이 약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안다. 모르는 것도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몇 차례 두드리면 옳든 옳지 않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초등학생의 필수품인 백과사전이 있던 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접근방법으로 우리는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동시에 혼돈도 커졌고 그만큼 안정을 추구하는 수요도 늘어났다.


구흐동, 프랑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우리의 뇌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발생시키라고 명령을 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짜증 나는 일이 있거나 하기 싫은 일, 힘든 일, 사회생활 등을 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우리가 인지하는 스트레스이고 우리가 인지하기 어려운 감각적인 스트레스도 있으며 스트레스는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슈퍼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점심식사 메뉴를 결정할 때는 선택에 따른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카지노나 빠징코 매장에 들어가 무분별한 소음에 노출되었을 때, 현란한 이미지들을 마주하거나 향수를 고르며 다양한 향을 맡을 때는 감각적으로 스트레스가 발생하여 피로해진다. 스트레스는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고 있으며 스트레스가 많이 발생하면 코르티솔이 나와 잘 작동하지 않게 되어가는 몸을 문제없이 작동하게 도와준다.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일을 밤새워 해내거나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해낸 경험이 있다면 임무를 완수하고 긴장이 풀린 다음날 몸이 아프게 되는 경험까지 세트로 해봤을 것이다. 우리의 신체가 한계를 넘더라도 긴장이 풀릴 때까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시켜주는 호르몬이 코르티솔이고 긴장이 풀리게 되면 우리의 몸은 힘들었던 만큼 안정을 요구한다. 스트레스와 안정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살면서 또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불과 10년 사이에 정신건강이나 건강과 관련된 사업의 수요가 증가한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돈을 써서 자극을 찾아 즐기고 그 자극으로 흐트러진 균형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지출을 한다. 그렇게 늘어나게 되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이 일을 해서 수입을 만들어야 하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안정을 위한 지출을 다시 늘려야 한다. ‘숙련되지 않은 건설노동자는 일당으로 버는 돈보다 파스 값이 더 나간다’라는 말처럼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지출을 줄여 과다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만 사람이기에 지출을 줄이는 것에 대한 별도의 스트레스가 쌓인다. 편안하게 살기 위해 이용하던 서비스를 없애고 가사에 도움을 받는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하지 않게 되면 그것 역시 스트레스다. 사람의 뇌는 불편한 것을 싫어하기에 큰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지금 당장 누리고 있는 편한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사람은 전두엽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철학, 가치관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적용되어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비합리적인 인간에게도 몇 가지 공통되는 원칙이 있으며 그중 하나가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잠시 필자의 가정 이야기를 하겠다. 우리 부부는 현재 육아를 하고 있지만 여느 가정의 육아와는 조금 다르다. 뇌의 발달과 신체발달에 따라 육아 계획을 짜서 상황에 따라 적용하고 있으면 뇌의 작동방식에 따라 한 가지 지키는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아이가 가급적이면 안정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자’이다. 180일 동안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수면교육이든 육아와 관련된 세간에 떠도는 교육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는 약 80일이 지난 후부터 단 하루도 새벽에 깬 적이 없으며 태어나서 지금까지 분리 수면을 해왔다. 80일 이전에는 항상 새벽에 깼지만 이때는 1분 안에 반응하여 아는 척을 하고 5분 안에 수유를 해줬으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a라는 활동을 할 때, b라는 활동을 할 때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모든 정보를 일관성 있게 통일하고 행동의 순서도 통일시켜 아이가 혼란을 갖지 않도록 노력했다. 현재는 아침에 일어나도 울지 않고 혼자 놀며 옹알이를 하고 옹알이 소리에 잠에서 깨서 80일까지 새벽에 하던 것과 동일하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와의 애착관계, 신뢰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고 뇌와 신체발달도 뛰어난 편이며 지금까지 한 번도 병치례를 한 적이 없다. 지금은 아드레날린이나 도파민이 많이 발생하는 점프놀이 같은 신체놀이도 하고 있지만 하루에 2-3번 약 10-15분씩만 해주고 종료 후, 그 시간만큼이나 그 이상 아이에게 안정을 주는 활동을 한 후 다음 활동으로 넘어간다.


비즈니스도 인간관계도 동물과의 관계도 모두 같다. 제품에 대한, 사람에 대한 신뢰를 쌓아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야 관심을 가지고 쳐다봐 준다. 하지만 그 자극에서 얻은 여러 정보를 토대로 추측한 이미지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고 실망하게 된다. 한마디로 고객의 추측만큼은 균형을 맞추어 주어야 고객은 안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대광고는 독이다. 당연히 재방문, 재구매율이 매우 낮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경우는 균형을 맞추지 않아도 문제없다. 다만 인터넷이나 구전으로 부정적인 바이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쇼핑을 하면서도, 음식점에서도 항상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쇼핑과 음식점에서의 안정이란 상상을 현실에서 채워 균형을 만드는 일이다. 인터넷이든 길에서는 어떤 경유로 얻게 된 정보로 상상하여 생기게 된 기대를 충족하고 소유하고 경험하여 현실화시켜 균형을 만드는 마음이다. 이렇게 상상에 대한 균형을 현실에서 맞추려고 하더라도 사람들마다 만족의 허용범위는 다르다. 하지만 이렇게 기대가 충족되면 고객은 만족하고 충족되지 못하면 고객은 실망한다. 후자는 재방문율을 0%에 가깝게 만들고 전자는 재방문을 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사는 동안 염두하고 있으면 득이 되는 안정에 대한 고찰 네 가지를 준비했다.  

    사람에게 안정을 제공하는 것에는 사업의 기회가 있다. 노령화 사회를 대비한 실버산업이 블루오션인 것처럼 사람에게 안정을 제공하는 사업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블루오션인 사업일 수밖에 없다.   


    모든 상황에 상대가 또는 내가 안정하게 되는 요소를 넣어라. 사람은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균형을 만나야 실망하지 않고 스트레스에 부합하는 안정을 찾아야 심신의 균형을 유지한다. 투명한 정보제공, 친밀감 조성, 편안한 환경 제공, 익숙한 문화나 요소 제공, 보안, 치안유지, 비밀유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상대 또는 고객을 안정시킨다.   


    먼저 위기감을 조성하고 안정을 제공하려는 업체나 단체에 속지 마라. 우리의 미래,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위기감을 조성하기 좋은 서비스에는 금융, 부동산, 보험, 안보, 보안, 교육, 의료 등이 있다. 불안정한 현세를 살아가며 불안과 걱정이 많은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논리적이지 못하게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만약 누군가가 위기감을 조성하며 설득을 하고 있다면 그 서비스를 믿지 마라. 반대로 큰 보상을 언급하며 설득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 방식이니 믿지 마라.   


    안정은 항상 필요한 요소이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연령대, 성별, 집단의 성향, 교육 수준, 국적, 살아온 배경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다르다. 누구에게는 쾌락이 가장 중요하고 누구에게는 안정이 가장 중요하고 누구에게는 프리미엄이 가장 중요하기에 고객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배율을 조정해서 제공해야 한다. 참고로 보편적인 한국인은 관성의 법칙처럼 기존의 상태를 고수하며 변하지 않는 것에 안정을 느끼고 작은 위험도 기피하며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것을 빠르게 잊으며 편안함과 빨리빨리를 추구하며 개인의 고집대로 살아가기보다 사회의 눈치를 보며 집단의 유행을 따르는 경향 속에서 균형을 이루어 살아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람은 안정을 필요로 한다. 안정을 위해 고민과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알 수 없는 미래와 사후 세계와 미지의 세계를 알려고 노력하고 대비한다. 모두 안정을 얻기 위한 노력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고 경기까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도 사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말고 기회로 받아들여 전화위복 하길 바란다. 사람이 안정을 바라는 것처럼 지금같이 모두에게 안정이 필요한 시기는 누군가에게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 건강을 챙기며 지혜롭게 현상황을 극복하길 기원한다.



이 글은 3월 11일 발행된 Bwith magazine에 기고한 글 입니다.

http://bwithmag.com/archives/3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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