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버바비 Apr 03. 2020

모든 것의 조화 만들기

균형

우리는 많은 것들을 예측한다. 가구나 자동차 같은 제품이 가벼우면 저평가하고 유리제품을 고를 때 둔탁한 소리가 나면 순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며 눅눅한 음식보다 바삭한 음식을 맛있다고 판단한다. 제품, 음식, 공간,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우리는 기존의 지식과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 기준과 제품이 어느 정도 균형 또는 조화를 이루어야 사람들은 제품을 받아들인다. 만약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 있다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위화감이나 거부감을 느낀다.


남프랑스의 니스 인근에는 에즈라는 마을이 있다. 에즈는 산 위에 있는 마을이고 이 마을에는 샤토 에자라는 5성급 고급 호텔이 있는데 호텔보다는 호텔의 레스토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 이유는 전망 때문이다. 니스 쪽으로의 전망이 매우 빼어나지만 이 마을에는 전망대가 없다. 이 경관을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호텔 샤토에자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음식은 미슐랭 2 스타와 1 스타 셰프들이 만들기에 충분히 맛있지만 아름다운 니스 해변과 드넓은 바다를 높은 곳에서 보고 식사하는 경험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다이닝 경험이다. 만약 샤토에자와 같은 음식, 동일한 테이블 환경, 실내환경을 제공하지만 서울시 종로의 건물 지하에서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종로의 지하에서 식사를 할 경우, 좀 더 음식의 맛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십중팔구 샤토에자에서의 음식을 더 맛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일반 사람들의 ‘맛있다’라는 평가는 정확하게 말하면 음식 맛에 다이닝 경험이 포함되어 ‘맛있다’라는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다이닝 경험이라는 것은 음식을 먹는 환경뿐만이 아니다. 음식점에 도착하는 과정, 음식점의 주변 환경, 음식점이 위치한 장소 등 음식점에 도착하기 전에 접하게 되는 모든 정보들의 결합이다. 거기에 당연히 누구와 함께 갔는지 등의 인적요소와 고객의 식사 앞뒤의 사건들을 모두 포함한 사회적 경험이 추가된다. 고객은 단순히 음식 맛을 평가하는 것 같지만 이런 무의식적인 모든 요소들이 ‘맛있다, 맛없다’라는 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텔 샤토에자 레스토랑과 에즈빌리지의 모습


우리는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 시승을 해본다. 우중충한 날, 번잡한 을지로를 한 바퀴 돌고 온 고객보다 햇볕이 쏟아지는 날, 차 없는 북악스카이웨이를 돌고 온 고객이 충동적으로 구매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연히 차문을 열고 닫을 때, 문의 촉감과 무게감과,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소리 그리고 경적소리, 엔진 소리, 핸들링, 승차감, 차체에서 나는 냄새 등 모든 무의식적인 정보들이 시승을 해보거나 차를 직접 접한 고객에게 이 차를 너의 것으로 만들라고 설득한다. 하물며 차량의 외부환경까지 설계되어야 한다. 시승하기 전의 대기공간, 직원이 대면하는 방식과 고객에게 차량을 소개하고 인도하는 방식 등 모든 것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시승 시 내비게이션에 고객이 가장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드라이브코스를 저장하여 당장이라도 집에 가져가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는 구매하기 전에 제품 사용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제품마다 넓게 떨어트려놓는 애플의 제품 진열 방식이나 명품가방을 시착하게 되는 과정 등 고객이 제품 사용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우리가 설계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설계되어야 하며 고객이 제품의 가격, 회사의 브랜드 등과 조화롭다고 느끼게 끔 설계되어야 한다. 경험하게 하는 상황을 어떻게 연출하냐는 제품 구매까지 연결시키냐 마냐의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길목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이 중요한 길목을 방치하고 있다.


자동차의 소리/향 스튜디오


유사한 요소들을 일맥상통하게 구축하여 조화롭게 만드는 것은 중요하나 지역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독특함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익선동이, 성수동, 문래동 같은 케이스다. 하지만 이 곳의 매장들은 시각적인 접근으로 조화를 이루려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익선동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카와이몬스터 카페의 매장 이미지는 놀이공원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추측하게 한다. 하지만 술도 팔고 EDM을 음악으로 틀고 있는 성인들을 위한 음식점이다. 당연히 아이들도 흥미로워하지만 10대 20대 그리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공간이다. 이와 같이 놀이공원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추정할 수 있는 또 다른 레스토랑이 영국 런던에 있다. 열대우림 콘셉트인 레인포레스트 카페는 하라주쿠처럼 피카델리 서커스라는 유명한 관광지에 위치해 있다. 둘은 콘셉트거 다르지만 이미지만으로 추정했을 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며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둘의 결정적 차이는 지역 또는 장소와의 조화이다. 카와이몬스터 카페는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EDM이나 펑키하며 화려하고 강렬한 종업원의 코스튬이 공간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미지와 상충되지만 이 상충되는 이미지들이 예술과 패션이라는 하라주쿠의 장소성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그에 반해 레인포레스트 카페는 매장 내부 공간의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음환경 및 온습도까지 열대우림이라는 콘셉트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으나 피카델리 서커스와는 조화롭지 못하다. 


언제나 상황과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맞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와이몬스터 카페와 레인포레스트 카페 둘 중 하나가 더 괜찮은 방법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카와이 몬스터 카페는 하라주쿠라는 세계적인 관광지에 관광객과 힙한 청년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과 제품을 만들었고 레인포레스트 카페는 피카델리 서커스라는 세계적인 관광지에 아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과 제품을 만들었으며 실제로 생일파티 같은 이벤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두 매장 모두 정확하고 훌륭한 콘셉트와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지만 매출이라는 측면으로만 바라봤을 때, 카와이몬스터 카페가 레인포레스트 카페보다 시간과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을 것이다.


카와이몬스터 카페와 하라주쿠의 모습


레인포레스트 카페와 피카딜리 서커스의 모습


모든 것의 조화를 만드는 법, 유의해야 할 점 3가지를 하단에 공유한다.  

- 모든 감각기관의 촉각을 곤두세워라!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 냄새, 촉각적인 이미지 이런 모든 것들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면 당신만의 독특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음악을 다르게 쓰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달라질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하는 ‘사운드트랙 유어 브랜드’라는 스웨덴 스타트업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한다.

- 디테일을 읽어라! 여러분의 매장은 사하라 사막 위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사막도 모래, 건조, 햇볕, 더위 등의 요소가 매장에 도착하기 전 존재한다. 사막이 아닌 도시 한복판의 매장은 어떤 상황이겠는가? 호텔 샤토에자까지 가는 길은 두 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길이다. 하지만 호텔에 도착하여 테라스에 나가는 순간 고객을 반기는 모습은 끝없이 펼쳐진 남프랑스의 지중해이다.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사람에게 더욱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상황도 전부 염두하여 계산해야 한다.

- 주변을 조화롭게 만들어 보아라! 조화라는 것은 내가 주변에 맞출 수 있지만 주변을 나에게 맞추도록 할 수도 있다. 이는 어렵지만 매우 강력하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간단한 예가 하나의 유명한 음식점으로 인해, 카페로 인해 길 전체가 같은 음식을 파는 거리, 같은 종류의 제품을 파는 거리로 바뀌는 것이다. 집적효과는 강력하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를 무시하지 마라! 지역의 관성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는 어렵고 오래된 지역일수록 더 어렵다.


런던 인근 지역 브레이라는 동네에는 펫덕이라는 미슐렝 3 스타 음식점이 있다. 이 곳의 셰프 헤스톤 블루먼솔은 분자요리의 권위자이며 미식 물리학을 자신의 접시에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펫덕에서 나오는 유명한 요리 중 하나가 ‘차’다. 하지만 이 차는 우리가 아는 홍차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유리컵에 차가 나오는데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차’이다. 하지만 이 ‘차’의 반은 차갑고 반은 따뜻하다. 이 차갑고 따뜻한 차 사이에는 아무런 경계도 없다. 이 차를 마시면 따뜻하고 차가운 액체가 동시에 혀를 자극하지만 맛은 동일하게 느껴진다. 헤스톤은 이 차가 액체가 아니고 고체라고 한다. 둘 다 젤리이며 우리가 액체라고 느낄 정도의 매우 작은 입자를 가진 젤리라고 한다. 둘의 공통성을 지속하기 위해 둘 다 젤리로 만들어야 했고 입속의 침을 통해 이 둘을 동일하게 느끼게 만들었다고 한다. 둘의 산성도를 다르게 하여 침을 다르게 반응시키고 동일한 음료가 입으로 들어온다고 인지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헤스톤은 이 ‘차’를 구상하기 시작해서 고객의 테이블에 올리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참으로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헤스톤은 이 작은 컵에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조화란 이렇게까지 노력을 해도 부족하지 않고 그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불러온다.
펫덕에서 제공하는 차

휴머네이션은 무의식적인 감각적인 정보, 의식적인 언어 정보를 모두 모아 분석하고 공감각적인 정보로 전환시켜 조화를 만들어 낼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글은 4월 3일 발행된 Bwith magazine에 기고한 글 입니다.

http://bwithmag.com/archives/3497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에게는 안정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