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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버바비 Apr 03. 2019

햄릿 리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비버바비의 에센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그만두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들은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다시 접하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떨어져 있게 만들었던 것일까?'라는 삶에 대한 성찰과 

'나는 이리도 좋은 것을 왜 멀리하고 있던걸까?'라는 자괴감이나 후회가 밀려온다.


연극을 쉰지 올해로 4년째다. 

'하는 연극', '보는 연극' 모두 내려놓았다.

그래도 '보는 연극'은 연1-2회 하게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삶과 집필하고 있는 책에도 연극은 살아있기에 내려놓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연극에 미쳐있을때, 나는 매년 150편이상의 연극을 봤다. 

클래식과 오페라에 미쳐있을때, 나는 유럽으로 건너가 살았다.

당시 나는 미술에도 미쳐있었어서 많은 전시와 여러 아트페어를 보러 다녔다.

연극의 경우, 대부분 한줄평 등의 이벤트로 관객초대 및 할인을 받아 비용은 많이 들지 않았다.


그외에도 

나는 좋아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쉬고있는 것이 많다.

그 중, 문화예술콘텐츠는 

과거에 평론도 하였고 나의 관점이 일반적이지 않기에 

감상할때 마다 공유하고 싶어서 '비버바비의 에센스'에 적어놓으려한다.


그 첫번째가 최근에 영화관에서 본 '햄릿'이다.


출장차 답사로 다녀온 런던이라 공연하나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던 내셔널 시어터.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관내 서점에서 대본과 책을 읽고 쇼핑하느냐 3시간이나 있던 네셔널 시어터.


내가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인 'Live, Reality, Sense'는 영상이 전달해 줄 수 없지만

고맙게도 요즘은 오페라 뿐만 아니라 연극도 영화관에서 해준다.

TV시리즈 '셜록'과 영화 '닥터스트레인지'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햄릿을 맡고 린저 터너(Lyndsey Turner)가 연출을 맡았다.


햄릿은 

2003년 고대 영어로 적힌 대본을 읽었고

2013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정보석님이 연기한 햄릿을 공연으로 처음 감상했고

2019년 이번이 세번째 만나는 햄릿이다.

사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햄릿은 2008년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Royal Shakespeare Company)에서 공연한 데이비드 테넌트(David Tennant)의 햄릿이다.
잊을만 하면 다시 보게되는 셰익스피어의 비극들인 것 같다.


첫 시작은 두 보초가 대화하다가 유령을 보는 장면이 아닌 각색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무대에 혼자 있고 턴테이블로 음악을 틀으면 영화 '물랑루즈' OST로 사용된 'Nature Boy'가 흘러나온다.


사운드효과와 음악을 빼고 그 적막을 깨는 첫 대사 


'who is there?'


소름돋았다.

이 첫문장을 도대체 얼마나 연습했을까?

배역의 성격과 성향을 한문장 말한 것 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까?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어려운 것을 베네딕트 컴버베치는 해내고 있었다. 

2003년 대본으로 읽었을때 머리속으로만 그려지던 햄릿이 눈앞에 펼쳐졌다.

 

참고로 연기를 하고 연출을 해본 나로서 저 첫문장은 너무 쇼킹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니까...
괜히 대배우가 아니다.
참고로 미안하지만 2013년 명동 공연은 매우 형편없었다.
햄릿을 극장에서 봤다는 만족감으로 충분했다.
첫장면의 햄릿 (베네딕트 컴버배치)

배네딕트 컴버배치는 

배네딕트 컴버배치라는 특징적인 자신의 성향을 잃지 않으며 

햄릿에 대한 해석과 자신의 외향에 어울리는 햄릿이라는 옷을 완벽하게 입었다. 

자신의 특징이 매우 두드러지는 사람이 2시간 넘게 그 어려운 캐릭터의 옷을 흐트러짐 없이 입고 있었다.


공연을 보며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대부분의 캐릭터가 울면서 연기를 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영상 초반에 인터뷰에서 '공연이 끝나면 무엇이 남습니까?' 라는 질문에 햄릿의 배역을 연기한 느낌은 모르겠고 '배고파 (Hungry)'가 남는다고 답했다. 

모든 배우가 그럴것같다. 

저 정도로 쏟아내면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원초적인 감각인 '허기'가 머리속을 가득 매울것 같다. 

헴릿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어머니 거트루드(아나스타시아 힐)와 대화나누는 장면

배역의 각각 상황을 비춰봤을때 당연히 울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인물이 아닌 연기자다. 

울면서 어떻게 이렇게 연기를 할수 있을까? 

배역과 현실 사이에 있는 짜여진 대본과 연출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궁금증이 들었지만 관객으로서는 매우 당연하게 납득이 되었다.

내용상 저정도 까지 감정이 가는게 맞겠구나...

참고로 이 이상 연기에 대해서는 적지 않겠다.
다른 사람들은 연기와 스토리 위주로 평을 적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 궁금하면 다른 사람들이 적은 공연평을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연극을 볼때 연기를 유심히 보지 않는다.
그외에 집중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공연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조명디자인과 연출, 그리고 음향디자인과 연출이었다.


음향디자인 Christopher Shutt

매우 영리하게 활용했다. 

음악이 아닌 백색소음과 같은 공간음이 여러 배우속에서 한명의 독백으로 넘어갈때나 암전없이 장면전환시 주도적으로 활용되었다.

적정한 피치로 공간음을 만드는데 그 장면을 또는 독백을 주도하는 배우의 심리적 묘사와 매우 잘 어울렸다. 

유령이라던지 음모라던지 그런 내용들과도 매칭이 매우 잘 되었다.   

음악이 아니기에 대사는 음악을 타지 않아도 되어 음악이 지배하는 감정에 관객이 동화되지 않았다. 

음악은 그다지 뛰어난 부분이 없었고 창의적인 부분도 없었기에 건너뛰겠다.


조명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무대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

조명디자인 Jane Cox

훌륭한 조명디자이너를 알게되었다.

토니상 받을 만큼 잘했다.

조명을 소름돋게 잘썼다. 색상표현도 매우 뛰어났다. 

조명으로 만드는 장면, 배우의 독백을 위한 공간표현, 무대 전체에서 조명만으로 공간만들어서 장면과 배역의 감정 표현 등 극에 대한 해석과 너무 잘 맞았다. 

극의 포텐셜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극찬할만한 조명이었다.

Jane Cox가 lighting design한 다른 작품들

무대디자인

구조는 활용도가 매우 높게 제작되어 있어 연출이 하고 싶은 연출을 다양하게 표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훌륭하게 평가하나 무대외벽 데코레이션을 집안으로 꾸며놓은 것이 감상의 방해요소로 작용하였다.

이 점만으로도 극의 전반적인 평가를 무너트릴수 있는 치명적인 요소였다. 

무대디자이너는 특별히 잘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니 이름을 공유하지 않겠다. 


무대는 기본적으로 왼편에 테라스와 계단이 있는 2층 구조물이 있었고 무대 뒤쪽으로 깊숙히 연결되는 통로가 있었다.


차라리 구조물만 있었더라면....


인테리어와 테코레이팅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보여지는 공간은 

대저택의 1,2층 구조였고 무대 뒤로 연결되는 통로는 문으로 가로막혀있었다.

이 공간이 실내로 사용된 경우는 50-60% 정도밖에 안될것이다. 

그만큼 실내로서의 빈도가 매우 적었다.


자라리 구조물만 있었더라면...


각 장면의 현실감을 표현하고 싶었으면 차라리 프로젝션 맵핑을 써서 표현하는게 나을뻔했다. 

두번째 장면과 이 장면말고는 다시 볼 수 없었던 장식들

그래도 두번째 씬에 다같이 식사하는 장면의 장식은 1회성이기는 했지만 매우 훌륭했다.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와 사건의 분위기, 그리고 이 가족에 대한 성향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말은 활용도가 매우 적은 구조물 설치에 제작비를 낭비했다고도 할 수 있다.


연출 Lyndsey Turner

충격적인 연출이 하나 있었다.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기로 한 후, 

장면전환이 이루어지면서 플라스틱인지 고무같은 자갈만한 고체물질을 대량으로 분사시켜서 

약 1분안에 무대라는 공간을 대대적으로 무대전환하는 것 만큼 완전 바꿔버렸다. 

앞으로 극의 분위기, 전개될 내용, 그리고 전개될 장면에 적합한 공간으로 한번에 바뀌어 버렸고 

분사 방식도 앞으로의 사건 전개의 복선같은 역할을 했다. 

이 연출은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파편 분출후의 무대

햄릿과 레어티스의 결투씬 막바지에 주변사람들이 춤추는 장면같은 경우, 

분명 연출의 의도는 있었을테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전달이 잘 안되었다. 

'소란스러운 상황 등을 표현한건지' 

'펜싱 결투를 하나의 춤으로 생각하여 이 점을 표현하기위해 춤으로 표현하였는지' 

이렇게 유추할 수 있었지만 이는 극의 전체적 맥락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관객들에게 그런 의도를 전달할 명분도 햄릿 내에서는 없는 표현이었기에 

만약에 그런 의도의 연출이었다면 

이 부분은 형편없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연기 연출은 배우들에게 권한을 준것 같았다. 

하나의 통제된 연출속에서 

하나의 색깔과 문양 속에서 움직였다기 보다 

각각의 케릭터에 적절한 움직임과 동선 및 대사들이 이루어져서 

다양성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대만큼 큰 문제가 각색에도 나타났다. 

원작에 새로운 장면을 집어넣거나 빼는 형태로 전체 극을 새로 개편했는데 

원작에 나오는 장면은 셰익스피어가 쓴 대사를 사용하였고 각색한 부분은 새로운 대사를 추가하였디.

하지만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추가한 대사인지 구분이 쉽게 될 정도로 톤앤매너가 안맞아서 

극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렸다. 


원작의 대사가 아닌 경우, 

현대극처럼 대사의 의미 전달이 직설적이며 표현이 전혀 문학적이지 않아서 

문학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의 대가인 셰익스피어의 문장과 충돌을 일으켰다. 


그래도 2시간반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말 재밌었다.


역시 공연예술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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