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깨달음

기성복

by 아론

논산 훈련소에서 군복을 지급받을 때, 딱 맞는 치수를 찾으려 많은 훈련병들이 사이즈 교환을 원했다.


서로 바꾸기도 했지만, 나도 그렇고 너무 크거나 작은 사람들은 다른 제품과의 교환을 원했다.


나와 달리 아주 약간의 치수 차이로 교환을 원하는 이들에게 행정보급관님의 말씀이 시작했다. '여러분의 체형은 변화할 것이고, 기성복으로 나오는 군복이기에 좀 크게 입는 게 좋다. 딱 맞게 했다가 예비군 때 안 맞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말씀이 이어졌다.




옷을 살 때 사이즈에 나를 맞추지, 나에 맞춘 옷을 사진 않는다. 딱 맞는 옷을 주문 제작할 수 있지만,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사이즈의 기성복들도 좋다. 체중이 늘고 줄어듬을 체감할 수 있기도 하고.


오래 안 입던 옷이 꽉 낀다면, 더욱이 그 옷이 아끼는 옷이라면 체중을 감량할 신호탄이 된다. 품이 많이 남는다면 여태 관리를 잘했다는 반증이기에 뿌듯하기도 하고.


살아가는 과정들도 그렇지 않을까. 평균에 수렴할 이들에 맞춰진 삶들과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그 대부분의 삶을 함께해야 할 때는 기성의 삶에 맞춰야겠지, 함께하는 삶이니까.


특별한 날처럼 나의 소리를 내야 할 때는 맞춤 제작한 옷을 꺼내 입듯이 소리를 내야겠지, 그리고 또 평범한 날에는 평범한 옷을 입듯 살아가는 게 나와 우리의 평화를 지키는 길이 아닐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