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16
눈이 6시에 번쩍 떠졌다. 생활관 정리하고 책을 읽었다. 커튼치고 살짝 스며드는 햇빛에 비춰서 읽었는데, 가느다란 집중력으로 꿈뻑이며 보다가 다시 잠들었다. 눈을 뜨니 7시였다.
적응해 버렸다. 1시간이 더 당겨져서 생활할 수 있다니, 2주가 겨우 지난 시점인데. 술도 안 마시니 몸도 많이 좋아졌다. 염증도 많이 사라지고 건강은 오히려 전보다 좋아졌다.
아침으로 모닝빵 2개와 딸기잼, 피클, 베이컨 스크래블에그, 단무지가 나와 맛있게 먹었다. 오전에 잠시 지저분한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미용업에 종사하다 온 훈련병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해줄까 싶지만 일단 요청해 보자고!
잠시 생활관 인원들과 종교에 관해 의견을 나누다, 왜 신앙을 갖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가 기분이 상한 모태신앙 훈련병이 있었다. 음... 의견이 궁금해 물었는데 기분 나빠하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신앙을 갖는 것에 자유가 있고, 있고 없고에 대한 이유가 각자 다를 텐데, 무조건 맹신하기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항상 의견과 반대의견을 합쳐 정, 반, 합으로 생각하는 건 뭐랄까. 마치 1층 없이 지어진 건물 같달까.
각자 3~5명씩 삼삼오오 모여 떠들기 시작했다. 집에 가고 싶어 하거나, 게임이야기,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어울렸다. 나는 구석에서 책을 읽었다. 조용한 시간과 공간이 절실하다.
이후 오전 일과 시간 중 잠시 의무대에 다녀왔다. 친절한 의무관께 진료받았다. 폐쇄된 공간에서 지냄에 따라 심리적 압박감으로 통증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심리학, 인문학적 대화를 잠시 나눌 수 있어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중식 후 오후에는 불교 수교식에 참석했다. 종교 행사가 끝나고 댄스팀이 와서 공연을 구경했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들썩들썩 춤추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처럼 흥겨운 시간이 지나갔다.
복귀 후에는 샤워 및 식사를 마치고 생활관 인원들과 마피아 게임을 했다. 재밌게 흘러가다가 갑자기 마피아가 아닌 인원이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치거나, 마피아가 뭔지도 모르고 게임에 참여하는 인원에 의해 결국 다들 흥이 깨져버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개인 정비 시간에 휴대폰을 받았다. 간단한 연락을 가족들과 하고 잠시 음악을 들으며 쉬었다. 일상이 그립다. 무료하고 엉켜있는 시간들이 피곤하게 느껴져 일찍 잠에 들었다. 16일 차도 이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