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17
이제 6시만 되면 다들 들썩인다. 빨리 화장실로 뛰어갈 준비를 하고 문 앞에 서있기도 하고, 이미 침구정리와 관물대까지 정리를 싹 한 인원들도 보인다.
점호를 마치고 뜀걸음을 했는데, 1km 내외였지만 너무 빠르게 달려 다들 힘들어했다. 주말이라 훈련 일정은 없어 괜찮았지만.
종교활동 참여를 위해 아침을 급하게 먹었다. 메뉴는 그냥 그랬다. 참치야채죽, 짜요짜요, 오복지무침, 김치, 파래무침, 핫바였다. 영양사분들이 잘 짜주시겠지만 편차가 다소 심하게 느껴진다.
밖에서는 안 먹던 과자를 잔뜩 먹고 있다. 훈련소에서 즐길 수 있는 욕구는 식욕이 유일한데, 이런 탄수화물과 지방 덩어리들만으로 채우니 바닥이 깨진 항아리를 채우는 기분이다.
출발 전 잠시 해프닝이 있었다. 138번 훈련병이 갑자기 허리가 아파 못 움직이겠다고 해서 분대장님을 모시고 왔는데 주말이라 나가려면 중대장님 차량으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하니, 폐를 끼칠까 싶어 우물쭈물하다 증상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옆에서 도와주었지만, 본인이 직접 표현해야 하는 부분은 불가항력인지라 조금 더 심해지면 말씀드리기로 하고 마무리되었다. 급한 대로 허리 관리와 스트레칭 방법만 잠시 알려주고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오전에 천주교, 오후에는 기독교 행사에 참여했다. 신성한 분위기에 압도되는 느낌이 참 거룩하게 느껴졌다. 신부님께 용서와 교화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죄를 지은 자에게 보복보다는 교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는데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말씀이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 그 기분에 따라 행동이 이어져 폭력에는 폭력으로 반박한다. 욕설에는 욕설로 대항한다. 기분이 좋아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원초적으로 행동했음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마이너스를 줄이기보다 플러스를 늘려, 피해보다 돌아오는 보상을 늘리는 작전. 피해를 주는 사람을 교화시켜 베풀고 나누는 사람으로 바꾼다면 마이너스의 피해를 덮을 정도로 플러스의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에 빠지다, 정규 예배가 끝나고 반주자 분들의 뒤풀이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 참석했을 때보다는 현저히 재미가 줄었다. 재미있는 다른 종교 행사도 겪어봐서 비교하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비교는 항상 행복의 끝이 되곤 한다.
그래도 도깨비나 태양의 후예에 출연하셨던 단역 배우님이 반주자 중 한 분이셨던 것도 알게 되고, 잔잔한 즐거움이 있었다. (카페에서 부딪히며 유선이어폰이 걸린 여자와 첫눈에 반하게 되는 장면의 남자 배우분이셨다.)
오후에는 점심으로 소불고기 덮밥, 김치, 청포도 주스가 나왔다. 부족한 식사량은 다시 과자로 채웠다. 돌아갈 때 챙겨갈 게 많으니 짐을 최소화한다고 생각해야겠다. 잠시 방독면을 닦고 PX에서 사 온 음료들을 마시며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봤다. 모르는 노래들이 그 사이에 꽤 나왔다.
휴대폰을 받아 퇴소 전 마지막 연락을 나누었다. 오늘도 빠르게 연락을 마치고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어주었다. 아마, 장기간 이어지기 어렵겠지만 사진과 근황을 나눌 단톡방을 만들었다. 다들 슬슬 퇴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독교 행사에 참석하기 전 잠시 인센티브 관련 이슈가 생겼다. 분대장, 소대장 훈련병 등의 훈련병들에게 치킨을 배달시켜 준다고 하는데, 저녁 식사 후 기독교 행사 간 배달이 오게 일정이 잡혔다.
식사를 마치고 갑자기 통보했기에 식사를 적게 할까 봐 일부러 늦게 알려준 건 아닐까 싶었다. 다들 마지막 종교행사라 신나게 놀아보려 했기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고생한 인원들이 받는 인센티브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다들 의견을 모았다.
해당 인원들을 제외하고 연무대 교회로 이동했다. 신나는 찬송가와 유익한 목사님의 말씀. 산책하듯 걸어가 신나게 뛰어놀다 다시 산책하듯 복귀했다.
내일은 행군이 예정되어 있다. 다들 끝까지 해내보자고 다독이며 일찍 잠에 들었다. 17일 차도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