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18
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16
행군이다! 코 고는 소리에 2번 정도 깼지만, 이 정도는 예삿일이다. 문득 눈을 껌뻑이다 생각한 건데,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행동이 습관이 되면 그 악습관이 본인을 좀먹는 암덩어리가 된다는 걸, 아는지 모를는지.
행군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20km 정도를 8시부터 5시까지 걷는 일정이었는데, 주변 인원들과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걸어도 크게 뭐라 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분대장님들과 소대장님들도 무료함에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무섭게 느껴지던 교관분들도 서서히 우리와 조금 더 편하게 지내려 해 주시고 우리도 조금이나마 더 각을 맞춘 모습으로 서로의 보폭을 맞춰 걸었다. 결국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싶은 순간들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마음 상하는 일들도 많았다. 다른 훈련병들도 씩씩대며 왜 저러느냐고 짜증 내고 슬퍼하던 일들도 많았지만, 이해라는 연고와 용서라는 밴드가 붙여져 상처들은 굳은살이 되었다. 3월 중순에 벚꽃이 떨어지는 만큼 우리는 성장했다.
129, 137, 138번 훈련병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중간중간 신임 분대장님도 한 마디씩 거들며 오전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장비가 너무 무거워 완주하기 힘든 인원들에게 가벼운 군장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다.
그간 지내왔던 공간의 외곽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공간에서의 추억들이 교차했다. 중간중간 과자와 음료를 먹다가, 걷고 점심을 먹었다. 밥 맛이 좋았다. 반찬 투정의 이유는 덜 힘들어서였을까?
게다가 그간 있었던 우울감과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운동량이 부족했던 듯하다. 생활관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푸시업과 간단한 복근운동 정도였기에, 오래간만에 운동스러운 시간이 만족스러웠다.
돌아올 때는 완전 군장으로 출발했던 전우들 중 걸음이 어려워진 인원들의 짐을 나누어 들며 최종 도착지까지 향했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최대한 도왔지만, 18~19km 즈음에서 조금씩 뒤로 쳐진 인원들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끝까지 함께 완주하고 싶었지만, 대열이 너무 흐트러지면 행군의 의미 또한 퇴색되기에 뒤쳐지는 인원들과 나누어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외나 포기 없이 우리 생활관 인원들 모두 도착했다. 발에 물집도 잡히고 많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잘 해내주어 대견하고 뿌듯했다.
도착해 식사를 마쳤다. 메뉴는 안동찜닭, 쌀밥, 김치, 자유시간 2개, 국과 김치였다. 샤워까지 끝낸 뒤 잠시 개인정비를 하다, 병원 진료 관련 조사를 위해 모이라고 한 방송인 줄 알았는데, 이전에 병원진료로 마치지 못한 각개전투 일정을 보충하기 위해 집합을 명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교육에 조금 난처했지만, 장구류를 모두 착용하고 생활관 인원들의 안쓰러운 눈빛을 짊어진 채 나 홀로 연병장으로 향했다. 이때 다소 신기한 상황들이 많이 볼 수 있었다.
우선, 훈련 강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아프고 다친 인원들에게 보충 교육을 시행하기에 담당 소대장님도 방법을 숙지하되 속도를 올려서 진행하지 않았다. 천천히 해도 되니 동작을 숙지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원 중에 포기자들이 있었다. 다리가 부러진 건지 접질린 건지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아마 염좌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소대장님은 아주 천천히 해도 되니 시도라도 해보라고 했지만, 거석처럼 가만히 있는 인원들은 훈련을 거부했다.
소대장님은 끝내, 아무 훈련도 하지 않은 인원들은 불합격 처리 및 퇴영심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통보하셨다. 모든 훈련을 수료해야 기초군사훈련이 마무리되는데, 아무리 아프더라도 훈련을 받지 않은 것을 합격처리 할 수 없다고 하셨고, 수긍해야 할 말씀이었다.
그러자, 한 훈련병이 소대장님을 향해 "왜 협박을 하십니까, 아픈 것도 서러운데 왜 제가 협박과 퇴영을 당해야 합니까!"라고 대들기 시작했다. 소대장님의 논리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완벽했지만, 무논리와 논리는 물과 기름같이 섞이지 못했다.
해당 훈련병은 담당 소대장님이 따로 확인을 해주실 거라고 했다 하였고, 우선 훈련을 마친 인원들은 마무리하고 숙소로 들어가 먼지를 털고 샤워를 했다. 그 훈련병은 퇴영심의에 올랐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앞으로 사회생활에 있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 기간보다 훨씬 강도를 완화해서 보충 훈련을 해주셨고, 분대장님들도 개인정비 시간 쪼개서 훈련에 동참해 주셨다. 이러한 배려를 감사하게 보기보다는, 본인만 생각하는 행동은 이해되지 않았다. '애들이구나' 싶었다.
돌아오니 낑낑대며 군장을 선반 위로 올리고 있었다. 잘 끼워 넣어 기존과 동일하게 넣었다. '쑤셔 넣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정말 낑낑대며 집어넣고 청소와 잘 준비 마쳤다. 다들 피곤하지 금세 코 골거나 기침을 하고 잠에 들었다.
귀마개를 하고 잠시 책을 읽다가 잠에 들었다. 어마어마한 코골이들 속에서 잠을 청했다. 나도 왠지 목이 조금 칼칼하고 잔기침이 나왔다. 내일은 더 아플 것 같아 마스크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힘든 행군이었고, 전우애도 느끼는 하루였다. 철부지 어린애 같은 사람도 있었고 힐링하는 시간도 있었다. 희로애락이 오간 오늘은 기분 좋은 피로가 몸에 흘렀다. 이제 훈련소도 끝을 향해간다. 많이 그립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