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식

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21

by 아론

마지막 아침이다. 드디어 수료식이다.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역시 '절대'라는 말은 시간 앞에 무력하다. 목구멍이 따가운 아침과 코골이 소리로 가득한, 늘 희미한 빛이 천장에서 내리 쬐이는 시끌시끌한 생활관도 안녕이다.


마치 교대근무를 하는 듯한 컨디션이었다. 밤낮이 바뀐 채 생활하는 듯한, 피곤함에 입안 곳곳 피어난 구내염도 이제 낫겠지. 스트레스도 많았고 짜증도 많았는데 아쉬움도 남는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아마 지나고 나서야 느낄 그리움이 답을 해주겠지.




울먹이는 훈련병들도 있었고 펑펑 우는 훈련병도 있었다. 전투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었다. 이제 편해져 버린 이 복장도 1년 8개월 후 예비군 훈련에 갈 때나 입겠지. 다들 가져왔던 배낭과 캐리어에 보급품을 욱여넣었다.


한 번씩 악수와 포옹을 마치고 휴대폰을 수령했다. 그간 온 연락들에 답장을 하고 마중 나오실 어머니께 미리 연락도 드렸다. 터질듯한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훈련소 입구를 지키는 헌병들이 보였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지나가는 우리를 부러운 눈길로 보는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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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 행사는 대략 30분 내외로, 짧게 끝났다. 도착하신 어머니와 할머니는 어딘가에 계시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서로 마지막 인사와 잘 지내라는 따뜻한 응원을 서로에게 건네고 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우리의 마지막이 될 단체사진이지 않을까.


함께했던 분대장님들, 중대장님과도 인사를 마쳤다.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군 지휘관 분들. 지내는 동안 사소한 부분까지도 챙겨주셨기에 잘 지낼 수 있었다. 몇 살 아래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계급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나보다 형들처럼 느껴졌다.


또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과 함께 각자의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과 함께 떠났다. 훈련소 입구에 위치한 PX에 들러 가득 장을 보고,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어머니와 할머니 화장품도 하나씩 선물해 드렸다. 어머니도 간식들을 잔뜩 담아 오셨다.




겹겹이 주차되어 있는 차들 사이로 어머니 차에 올라탔다. 기분 좋은 나른함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그간의 힘듦을 묻는 가족들과,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경험들을 답했다. 실감이 아직 나지 않았다.


이로써 21일, 입소식과 수료식을 제외하면 19일, 주말을 제외하면 15일의 사회복무요원 기초군사훈련이 끝났다. 하릴없이 휴대폰을 좌우로 넘기며 조금씩 사회인의 감각을 되찾았다.


내일부터는 지정된 복무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출근해야 한다. 끝나지 않는 수련회와 같았던 3주도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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