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3주간의 훈련소가 끝이 났다. 아마, 내 인생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군생활이지 싶다. 아마 또 다른 군생활이 생긴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내는 동안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참 평화롭다'였다. 물론 생활관은 떠들썩하고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있지만, 그럼에도 회사에 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정해진 교육만 받으면 일과가 끝난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밥도 맛있었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없이 지낸다는 것도 사뭇 좋았다. 시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해야 할까. 당연하게 느껴왔던 것들이 그리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립다는 건 그만큼 좋았다는 거니까 돌아가면 일상도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다음은 훈련소에 챙겨가면 좋을 물건들이다. 이 글을 보시고 훈련소를 준비하는 20대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그보다 기쁠 수 있을까.
1. 캐리어 + 배낭 (가방은 클수록 좋다. 가져가는 것보다 가져올 게 생각보다 많다.)
2. 세면도구 및 화장품 (난 팩도 가져갔다. 피부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3. 약간의 간식 및 운동한다면 프로틴 (프로틴 파우더는 인기가 무척 좋다, 게다가 PX 방문이 자유롭지 않은 훈련소에서 과자류는 현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4. 개인 의약품 및 상비약 (향정신성 약물은 꼭 소견서를 들고 가자. 오남용 및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제출 및 서명 후 지급받을 수 있다.)
5. 각종 소견서 및 진단서 (몸이 최고다. 근데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증명하려면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소견서를 꼭 들고 가자. 안 그럼 안 믿어준다.)
6. 야광 기능이 있는 손목시계 (불침번 설 때 필수다, 알람은 꼭 끄자. 싸움 난다)
7. 노트와 펜 (글을 안 쓰더라도 일기라도 쓰면 평생 챙겨갈 추억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8. 나라사랑카드 (꼭 가져가라. PX에서 현금 안 받아줄뿐더러, 도난 우려가 있다.)
9. 우표 (보급되는 편지는 1 통이다. 더 쓰고 싶다면 우표와 편지지를 들고 가자)
10. 책 (1~2권 정도가 딱 좋다, 생각보다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하고 무겁다)
+ 가져가지 말아야 할 것
1. 현금 (누가 훔쳐간다. 안 훔쳐가도 노심초사하게 된다.)
2. 입고 가는 옷 외에 옷들 (생활관에서 입다 걸리면 징계를 받는다.)
3. 전자기기들 (이 또한 징계 사유다)
4. 값비싼 귀금속 및 귀중품들 (집에 고이 보관하자)
그 외에도 가져갈까 말까 싶은 물건은 댓글로 문의하시면 친절히 답변드리겠습니다. (많관부~)
필자의 경우 회사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다 군복무를 하게 되었을 때 주변에서 다들 안타까움과 부러움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내 나이 때에 회사에 휴직하겠다고 하는 건 육아나 이직을 위한 시간뿐이니까.
게다가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억지로 끌려간다라는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나이 지긋한 차장, 부장님들은 더욱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30살이라는 나이에 다시 한번 나의 경력과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고, 언젠가 맞아야 할 매를 맞고 나니 몹시 후련하고 개운하다. 이제 나를 끌고 갈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라 약간 두렵기도 하다.
나도 그랬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걱정도 많고 시간이 아깝게도 느껴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면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끝까지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해도 괜찮다. 그래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주어진 시간이고, 해야 할 의무이니 조금은 음미하며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지금까지 훈련소에서 일지를 옮겨 담은 글들이었고, 앞으로는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지내는 동안의 글들을 적으려 한다.
타인의 삶이 궁금하신 분들도, 사회복무요원이나 현역병으로 복무 예정이신 국군 장병분들도 잠시나마 쉬어가시다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글들을 많이 적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