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D+2
주요 여행 코스 : 뉴헤이븐 예일대학교 - 뉴욕 그랑 센트럴 역 - 숙소 - 베슬 - 뉴욕대
일어나자마자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지구는 둥글다. 둥근 지구를 한 바퀴 돌아도 땅에 발이 붙어있다는 느낌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중력 최고.
호텔 체크아웃을 한 뒤 친구와 점심을 먹고 뉴욕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오늘부터 평일동안은 뉴욕에 나 혼자 있어야 한다. 모든 선택은 내 몫, 책임도 내 몫.
아침 일정을 마친 친구와 예일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푸드트럭에 들렀다. 따가운 햇살 속 많은 푸드트럭이 즐비했다.
이곳에 온 뒤로 속이 자주 안 좋다. 장염인 듯한데, 삼시 세끼를 기름진 음식만 먹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 약을 든든히 챙겨 오길 잘했다.
최대한 양껏 먹고 Union-Station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2시간 남짓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이동한다. 첫 역에서 종착역까지 달리는데, 가는 내내 누가 물건 훔쳐가진 않을까 걱정하며 갔다.
기차가 출발하면 일일이 티켓을 검사한다. 현지인들은 온라인으로도 예매해서 다니는지, 휴대폰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자리에 조그마한 태그도 붙여주어, 무임승차는 꿈도 못 꾼다. (뉴욕 지하철은 전혀 다르지만)
Union-Station도 운치 있었지만 규모 면에서는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역이 압도했다. 웅장한 느낌에, 사람들이 없었다면 대성당이라고 불러도 될 듯했다.
역을 나오니 오래된 고층 빌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대마 냄새가 사방에서 풍기며 사람들은 어딘가 바쁘게 걷고 있었다. 나 역시 여행자보단 뉴욕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려 바삐 걸음을 옮겼다. 진짜 뉴욕 사는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쓸 텐데.
뉴욕에 머무는 동안 숙소로 한인민박을 선택했다. 혼자 돌아다니는데 숙소를 굳이 좋은 곳 잡아야 싶기도 했고 살인적인 뉴욕의 물가는 5만 원짜리 모텔들을 30~40만 원으로 변신시켜 나를 짠돌이로 만들기 충분했다.
사진이 제일 괜찮아 보이는 숙소로 '금순이네 민박'을 선택했는데, 1박에 10만 원 정도였고, 조식도 제공한다고 적혀있어 경비를 아낄 수 있겠다 싶었다.
숙박 홈페이지 사진으로는 무척 밝은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복도는 사람 한 명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고, 복도 곳곳에 2층 침대가 커튼으로만 가려져있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따로 있지만, 예약이 꽉 찬다면 대략 10~14명 정도가 같이 써야 하기에 눈치 싸움이 필요했다. 화장실은 다른 층을 써도 된다고 한다.
도착했을 때 아무도 없었는데, 잠시 나갔다 오니 위층에 영국으로 유학 갔다가 세계일주를 하는 남자분이 왔다. 나는 그전에 아래 침대를 차지했고, 그는 2층과 조그마한 책상을 차지했다.
눈을 마주치자, 서로 '아, 당했다' 하는 눈치였다. 군대 훈련소 정도의 컨디션이었고 그나마 저렴하니 일단 지내보자 싶었다.
침대 옆에는 아주 귀여운(?) 책장이 있어 물건을 둘 수 있었다. 침대 프레임엔 옷걸이가 있었는데 세탁기 사용엔 추가 비용이 들어 샤워하며 손빨래 후 옷을 말리는 용도로 썼다. 가습 효과는 괜찮았다 싶기도 하다.
와이파이도 있고 간단한 간식도 준비되어 있다. 물은 서울처럼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하고, 정수기는 따로 없었다. 가운데에는 식탁도 있었지만 2층에 입주한 이웃사촌 외에는 담소를 나누는 일은 없었다.
그와는 꽤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일정이나 주변 관광지도 정보를 주고받았고, 생필품도 나눠 썼다. 나는 세제나 섬유유연제를 빌려주었고, 그는 물품 보관용 비닐이나 파우치를 주었다. 분위기만 좋았다면 함께 술도 한 잔 했을 테지만, 너무 운치가 없었다.
운치는 여유를 만드는 원동력이구나, 싶었다.
대략 1.5평 정도의 공간, 숙소는 씻고 잠만 자기로 했다. 2인실은 여성분들이 주로 쓰셨기에 최대한 일찍 일어나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짐만 간단히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어디를 가도, 난 항상 무턱대고 걷는 버릇이 있다. 발 닿는 곳까지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며 길과 친해진다. 오래된 건물들은 다닥다닥 붙어있었지만, 중간중간 Pocket-Park로 불리는 작은 공원들이 많았다.
오늘은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고, '베슬'이라는 곳을 갔다. 이유는 유현준 건축과 교수의 '셜록현준' 유튜브에서 소개해준 명소라서. 6층 정도 높이의 건물인데, 처음엔 장기간 폐장했다고 한다. 이유는 '뛰어내린 사람이 많아서'
아름다운 장소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고... 일단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예매했다. 입구에 도착하면 QR CODE가 있고 접속하니 대략 15달러 정도에 입장이 가능했다.
경관이 무척 좋았다. 다만, 펼쳐진 그물들이 눈을 가려서 사진에 담기 어려웠다.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노약자나 장애인 우선 탑승이 가능하고 줄이 꽤 길다. 속도도 느리다 보니 걸어 올라가는 게 더 좋았다.
유튜브에서 배운 건데, 벌집 모양으로 계단이 이어져있어 어디로 올라가는지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로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재밌지는 않았지만, 알고 나면 재밌어지는 미술관 같았다.
내려와서 조금 걷다가, FIVE-GUYS에서 저녁을 먹었다. 햄버거는 11달러 정도였는데, ALL TOPING FREE라고 적혀있어서 다 넣어주나 보다 하고 주문을 했다.
직원이 뭔가 이상한 눈빛으로 볼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가 추가해 달라고 말을 해야 추가해 주지, 아니면 정말 잘 구운 패티 2장만 빵 사이에 들어가 있다. 패티, 맛있다. 아쉬움은 있지만, 뭐... 패티 맛있었다.
하염없이 걷다가 뉴욕대학교 전시를 감상했다. 뉴욕대학교는 건물이 한국처럼 캠퍼스 단위로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빌딩 곳곳에 캠퍼스가 존재해 다른 학과랑은 교류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것도 조승연이라는 방송인의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시차적응이 안 된듯한 멍한 상태로 하루 종일 뉴욕을 느꼈다. 뉴욕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