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D+0.5
출국장엔 친구 Y와 그의 여자친구 H 가 기다리고 있었다. 귀엽고도 고맙게 스마트폰으로 이름을 든 채 반겨주었다. 렌터카를 탑승하고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지역의 캠브리아 호텔로 향했다.
이동 중에 느낌은, '실감이 안 난다'였다. 내가 정말 미국에 왔다고? 정말?
오랜만에 온 해외여행이었고, 아직 얼마나 기쁜지 가늠하지 못했다. 감정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하면 뒤늦게 알듯이. 큰 시험과 도전들을 이겨냈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달까?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호텔 컨디션은 무척 훌륭했다. 침대도 푹신하고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졌다.
특이한 점은 창문이 없었다. 앞으로 묵게 될 '호텔'에서는 대부분 창문이 열리지 않았다.
여행에서 살짝 벗어난 이야기로, 관광지들을 찾아보다 알게 된 사실인데 특히 아름다운 건축물일수록 관광객의 입장을 막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삶의 마지막 장소로, 아름다운 높은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안전장치가 없는 경우엔 입장을 막고 그물 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한 뒤 재개장하는 관광지들이 있었다.
친구의 여자친구 H가 공항에서 직접 구운 마들렌을 주어, 짐을 푼 뒤 맛보았다. 웰컴 푸드에 감동받은 건 처음이었다.
가운을 걸친 뒤 침대에 누워 TV를 켰다. LG전자 TV에서 자막 없는 미국 방송이 나온다는 건 뭐랄까, 신기한 경험이었다.
짐을 바리바리 챙겼지만,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미국에선 110 볼트가 정격 전압이라는 걸 몰랐다. 110V - 220V 젠더는 친구에게 빌려 썼다. 뭐, 없더라도 근처 마트에 구하면 되니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호텔에서 겪었던 약간의 불편함으로 칫솔이나 치약을 못 받았다. 출국장에서 150ml 치약을 가방에 넣어 왔다가, 반입 가능 용량을 초과해 폐기 처분해서 약간 텁텁한 잠을 청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사야지.
첫날밤은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TV도 보고 한국에서 추려 온 음악도 들어봤지만 4시간 정도 있다가 잠에서 깼다. 놀러 가기 전 설레는 마음이 졸림보다 컸다.
아침 6시 반 즈음, 창 밖에는 커다란 가로수가 즐비한, 말 그대로 미국 풍경이 펼쳐졌다. '한국보다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다' 기 보다는, 달랐다. '다름'이 느껴졌다
모든 풍경이 광활했다. 처음 가는 학교나 회사가 크게 느껴지듯이. 아직 친숙하지 않은 탓이겠지? 어딜 가나 100년 이상 된 문화 유적을 온 듯 고즈넉했다.
한국은 대부분 10년 ~ 20년 정도 되면 허물고 새 집을 짓는데, 미국은 보수공사로 세월을 견뎌온 오래된 건축물이나 학교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100년은 족히 넘겼다. 건축물의 역사는 국가의 역사와 길이가 달랐다.
치약을 사러 무작정 길을 나섰다. 근처에 있는 가게를 제외하고 가급적 돌아다니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침이니까 괜찮겠거니 싶었다. 안일했지만, 아침은 그나마 안전한 시간인 건 옳았다.
미국에선 흔히 상의 탈의 후 러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여 가볍게 뛰면서 동네를 구경했다. 확실히 그 고풍스러운 느낌이 일부 집들은 느껴졌지만, 질 나쁜 재질로 지어진 집들의 경우 저렴한 티가 많이 났다.
마당에 자란 나무도 방치된 느낌이었고, 보수 공사도 많이 이루어지지 못한 듯한, 그리고 철창이 많이 되어 있는 그런 집들이 많이 보였다.
아침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종종 차에서 자는 사람도 보였다.
숙소로부터 대략 1.5km 정도 떨어진 DIXWELL에 위치한 'Stop&Shop' 마트로 향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정말 위험한 동네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총기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우범지대였다.
지나가면서 웬디스라는 가게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오픈 시간을 묻자 주인아저씨가 고함을 지르며 'We open 8!' 하시기에 아침 생각이 가셨다.
아침은 어느 나라나 힘든가 보다.
마트로 가서 립밤과 치약을 가장 저렴한 것으로 사고 있는데 사고 한 30분 정도 구경을 하는데 마트 안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대부분 흑인들, 가끔 백인 분들이 보였지만 그들은 뭔가 허공을 쳐다보고 있거나 한 장소에 오랫동안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종종 나를 희한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격, 양, 그리고 품질을 고민하며 계산대로 향하다, 주머니에 보관한 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마트를 5바퀴 가까이 둘러보고 직원에게도 물어봤지만 선반을 정리하는 직원은 무심하게 고객센터로 가보라고 했고, 고객센터는 카드가 없으니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 순간 공포와 함께 직감을 느꼈다. '지금 카드를 찾아줄 사람이 없다. 그리고 카드를 습득했다면 멋대로 사용할 사람들이 많다.'
황급히 카드사 어플에 들어가 분실 신고를 했고, 재발급 신청을 했지만 실물을 수령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해외 결제는 불가능했다.
애써 혜택 좋은 카드를 골랐지만 어쩔 수 없지. 첫날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되었는지, 황당한 일이 많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멋진 교회가 보여, 친구 Y에게 종교 활동도 체험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뉴헤이븐 한인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어 얘기해 보겠다고 했다.
몇 분뒤 대략 1시간 뒤에 카풀해줄 친구가 온다고 하니 준비하자고 했다.
(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