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휴대폰을 바라보니 출근시간이 8시보다 이른 6시 30분 남짓이었다. 회사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리니 화장실만 다녀와 10분 정도만 더 늑장부리기로 한다.
두 번째 눈을 떴을 때, 40분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10분을 잔거치고 과분한 개운함에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휴대폰을 보니 7시 40분이었다. 이대로면 지각이 확적이었다. 다행히도 지각하기 바로 직전 탈 수 있는 버스가 눈앞에 보였고 허리와 목의 디스크의 비명을 억누른 채 내달려 카드를 찍고 버스에 올랐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려 휴대폰을 바라보니 뭔가 흐릿하다. 위를 보니 배터리가 5%밖에 남지 않았다. 큰일이다. 버스는 어떻게 찍고 내리겠는데 우리 회사는 모바일사원증이 있어 휴대폰이 꺼지면 회사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된다. 다급히 모든 기능을 끄고 서늘하게 축축한 등을 의식하며 버스를 나섰다.
육교와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휴대폰을 살폈다. 내가 직접 열지 않았는데 불이 들어오면 자랑스러운 우리 회사 문구가 나오며 꺼질 터였다. 머릿속에 <운수 좋은 날>이 스치며, 설렁탕을 사가는 김첨지의 모습이 눈앞을 가렸다. 왜 하필이면 김첨지라서 더 이입이 되게 할까, 되뇌며 팔과 다리를 내질러 달렸다.
회사 게이트 앞에서 기로에 섰다. 8분 남짓한 시간에 여유는 1~2분 정도, 남은 배터리는 2% 정도였다. 모바일 사원증이 활성화되면 기존 사원증은 대부분의 기능이 막힌다. 분실했을 때 사용하는 임시 사원증을 발급받으려면 최소 5분이 소요될 텐데, 내 앞의 긴 줄은 그 선택지를 가로막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어 2%와 1%를 오가는 휴대폰을 품에 안고 게이트를 찍고 달렸다.
마지막 관문이다.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의 게이트를 찍어야 내 자리에서 충전을 할 수 있다. 대학 캠퍼스만 한 사업장 안에서 갇히고, 더더욱이 연락조차 안 되면 속된 말로 '나가리'였다. 일단 내달리며 훔쳐본 휴대폰에서 1%가 보였다. 다음부터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숨 가쁘게 달리며 건물 1층 게이트를 찍는 순간, 문이 열리며 휴대폰이 꺼졌다. 모든 힘을 다하고 쓰러지는 장수의 모습과도 같아 감동적이었다.
다행히도 하루를 마치는 때까지 설렁탕을 사 왔는데 먹지 못하는 슬픔은 오지 않았다. 아침부터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그간 키워온 체력에게, 그리고 5%의 배터리로 버틴 휴대폰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도 훌륭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