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 훈련일지 - 4
'오늘의 아침 메뉴 : 소고기 죽, 바나나, 마가렛트 1 봉지 어묵과 무말랭이 볶음, 김치와 도토리묵 3개'
(점심과 저녁 메뉴는 기억나지 않음)
일요일이다. 오늘은 종교 행사가 있어 아침 점호를 간단히 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들은 먼저 식사 준비를 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훈련소 종교 행사는 무교인 사람도 참여를 권장한다. 실리적으로 따지더라도 참여할수록 간식이나 티셔츠 같은 생필품을 보급받을 수 있다.
게다가 생활관에 남는다고 쉬도록 놔두지 않는다. 총기 관리나 낙엽 쓸기 같은 잡무를 맡게 되고 17시 이전에는 일과시간이라는 이유로 침대에 눕지도 못한다.
다양한 종교 문화를 경험해볼 좋은 기회이면서 참여자는 해당 시간대에 있는 식사를 가장 먼저 하는 이점이 있어 좋다.
논외로, 사회복무요원으로 입소하는 경우 PX나, 분대장 훈련병 같은 특별 활동의 인센티브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곧 퇴소할 인원들이니 PX 구입 량을 제한하거나, 식사 후에 또 배달음식을 먹어야 하는 식으로 운영되기도 하기에 불편함이 많고 보급품이 무척 소중하다.
식사의 경우 항상 마지막에 배식받는 인원까지 모두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갓 지은 따뜻한 밥과 이미 수많은 집게와 주걱이 오간 밥은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훈련소의 종교 행사는 크게 4개 정도 행사가 주로 있다. 그 외 종교도 참여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입소한 기간에는 4개 종교 외에 참여 인원은 보지 못했다.
종교 별 인기 순은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순이다. 간식 및 보급품은 세례나 첫 영성체 같은 특별 행사에서 가장 많이 받을 수 있고, 불교와 천주교, 그리고 원불교가 매번 간식을 받을 수 있었다.
간식의 종류는 매 번 차이가 있지만, 원불교는 다이제, 불교는 초코파이나 몽쉘, 천주교는 초코파이와 코카콜라를 받았다.
기독교는 참여인원이 2천 명 가까이 되지만, 매번 선물을 주지 는 대신 종교 행사 참여 수첩에 스티커를 받으면 텀블러나 향후 군 생활에 도움 될만한 보급품을 받는다.
다만, 3주만 훈련받는 우리 사회복무요원은 다 채우기 어려우니 보급품을 노리고 참여한다면 다른 종교 행사를 추천한다.
종교행사의 분위기는 천주교는 사회에 있는 성당과 다르지 않았고 엄숙한 종교 행사가 끝나면 반주팀의 연주와 짧은 공연이 이어졌다.
불교는 여성 댄스팀이 와, 에스파나 이즈나, 트와이스 등 유명 가수팀의 무대를 보여준다. 거대한 불상 앞에서 불경스럽다고 볼 수 있지만, 스님들께서 직접 섭외도 하시고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라 마음 놓고 즐기는 게 좋다.
괜히 쭈뼛대면서 뒤에 있다가 얼마 없는 즐길거리를 놓치지 않는게 좋다.
기독교 행사의 분위기는 여름 성경학교와 유사하다. 수많은 연대가 모여 대략 3천 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하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교회에서 진행된다.
교육 연대끼리 서로 구호를 붙여 놀리기도 하는데, 궁금하다면 유튜브나 구글에 '연무대 교회'를 검색해 보는 것도 좋다.
생각보다 넋 놓고 즐기다 보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십분 즐길 수 있다.
오늘은 3일 차에 제식 훈련을 담당했던 천주교 군종병을 겸하고 있던 P 분대장의 추천으로 오전에는 천주교 행사, 오후에는 야간 기독교 행사에 참석했다.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성당은 식순에 따라 미사가 진행되었다. 오늘은 특별히 해당 성당을 지을 당시에 계셨던 초대 신부님이 오셔서 자유에 대한 강론을 해주셨다.
의외로 종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왜 군대와 훈련소가 존재하며, 우리가 의무를 지킴으로써 자유를 수호할 수 있는지를 말씀해 주셨고 종교를 믿고 교리를 따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이후에는 반주팀의 가요 위주 공연이 이어졌다. '엘로델'이라는 반주팀이었고 반주 팀은 매주 바뀐다고 한다.
가수 윤하를 닮은 보컬 분이셔서 다들 윤하나 아이유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잘 부르셔서 분위기가 엄청 달아올랐다.
긴가민가 하는 얼굴로 왔던 훈련병들도 조금씩 긴장이 풀려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떼창이 이어졌다.
이성을 보기 힘든 훈련소의 특성으로 남성보단 여성분들이 어떤 활동을 하실 때 활동적으로 움직여지게 된다.
오후에 복귀해서 도착한 생활관 인원들과 종교 행사들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보급품은 어떤 걸 받았는지 이야기했다. 슬슬 대화가 꽃피기 시작하는데 너무 친해져 다투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조용히 지내려 했지만 선임자의 역할을 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활관에 있는 게 좋다. 분대장 훈련병이던, 아니면 나이가 가장 많고 경험이 많은 인원이든.
간단한 조사들을 마치고 저녁 시간이 되어 샤워를 마친 뒤 휴대폰을 1시간 사용했다. 가족, 지인 및 친구들과 DM, 전화, 카톡 등을 주고받으며 친구들에게는 불평불만을, 가족들에게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휴대폰을 반납하고 나니 남은 건 아쉬움뿐이었다. 1분 1초가 아깝게 쉼 없이 연락드렸지만 나의 애타는 마음과는 달리 초침과 분침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후 야간 기독교 행사에 참석하는 인원들은 저녁 식사 역시 빨리했다. 워낙 훈련소 교회의 분위기를 익히 듣고 왔지만, 내향적인 사람들도 안무를 따라 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분위기가 무척 신기했다
일반적인 교회의 예배 분위기보다는 앞서 말했던 성경 캠프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이 지나갔다. 천주교보다는 좀 더 포교 목적이 짙게 느껴졌는데 기독교 신자인 훈련병에게 물어보니 기독교는 선교 활동에도 큰 의미를 두기에 조금 더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전해 들었다.
정말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소리 지르고 안무도 따라 하다 보니 1시간 남짓의 예배도 끝이 났다.
이후 점호와 청소를 마친 뒤 생활관 불을 모드 끈 후 생활관 인원 중 안 자는 인원들과 돌아가면서 첫사랑 이야기나 추억 이야기들을 간식 삼아 떠들었다.
코를 크게 고는 인원들이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할 때 즈음 마무리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다들 착하고 순했다. 언어나 행동이 과장될 수 있지만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임을 금세 알아차릴 정도로.
이렇게 훈련소 첫 주차가 마무리되었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간단한 교육과 예방접종 및 설문조사가 주로 진행되었다.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하기에 생각보다 버려지는 시간이 많았다.
또한 PX 사용이 제한되기에 집에서 가져온 의약품이나 생필품이 적은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곤란함을 겪었다. 이렇게 많이 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활용품은 많이 가져오는 게 좋다. 이후 연재되는 글 중 준비물에 대한 글도 따로 작성할 예정이니 입소를 앞둔 분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현역병들에 비해 강도가 많이 약한 편이기도 하고 결국 훈련소도 사람 사는 곳이다. 너무 큰 걱정하지 않고 성실히 참여하다 보면 좋은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조교들과도 얼굴 붉히지 않으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으니 연재되는 글들을 참고하여 입소를 앞둔 사회복무요원분들도 건강히 수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