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생활관 어셈블!

논산훈련소 훈련일지 - 5

by 아론

'오늘의 저녁 메뉴 : 고추지 무침, 얼큰 떡국, 쌀밥, 김치, 롤피자, 환타'

(아침과 점심은 기록되지 않음)




아침 기상 후 가볍게 700m를 뛰었다. 연병장 1바퀴에 해당되는 거리인데, 앞으로 매일 뛸 예정이다. 물론 열외는 가능하지만 훈련소에 있는 동안 되도록 체력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게 좋다.


아침 점호를 마치고 일찍 식사를 했다. 오늘 알게 된 사실인데 짝수인 날에는 짝수 중대가 밥을 빨리 먹고 홀수인 날에는 홀수 중대가 먼저 먹는다.


덕분에 식사 후 남는 시간이 많아 삼삼오오 모여 재밌었던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나눴다. '진격의 거인', '빅마우스', '나의 아저씨', '미스터선샤인' 등등 수료 후 보고 싶은 작품을 많이 알게 되었다.




오전 내내 군가를 조금씩 외다가 중앙 방송으로 분대장님과 제창하는 시간을 가졌다. 목청 좋은 인원이 많아 생각 외로 재밌는 시간으로 보냈다.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뼈밖에 없어 보이는 체형의 137번 훈련병이 알고 보니 3년 간 사회에서 복싱을 하다 왔다고 말해 다들 놀란 눈치였다.


나와 다른 운동으로 건장한 체격의 인원들도 137번 훈련병에게 간단한 스텝과 펀치 등을 배웠다. 사회에서 내 몸을 지킬 무술로 킥복싱이나 주짓수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다 싶어 한껏 열심히 휘둘렀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1가지씩 있었는데, 좋은 소식은 내일 PX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나쁜 소식은 PX 사용이 어렵거나 일부 인원만 가능하고 과자 1개, 음료수 1개 및 생필품만 구매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정 수량으로 준비되었다고 하지만, 정해지지도 그렇지 않지도 않은 계획들도 더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오늘이 지나면 다들 물품이 어느 정도 풍족해지기에 되도록 나눌 수 있는 물품들은 생활관 인원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도난 사고가 빈번히 발생될 수 있는 공동생활이기에 다들 불만족하는 부분이 없어진다면 콩 한쪽도 나눌뿐더러, 그렇지 않더라도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었는데, 다행히 들어맞아서 만족스러웠다.




오후 교육 중 훈련병들에게 지급받는 물품 종류를 안내받았다. 전투복, 전투화, 베레모, 생활화, 속옷과 러닝 및 칫솔 치약등의 생필품 정도다. 생활복으로 지급받는 트레이닝복의 경우 다음 기수가 세탁 후 사용한다.


체력 측정에 대한 안내와 함께 간이 측정을 진행했는데, 특급의 경우 생각보다 기준이 높다. 특급으로 분류되는 기준은 특급 ~ 1급 수준을 모두 받아야 하는데, 1.5km 12분 이내, 팔 굽혀 펴기 2분 내 약 70회 이상, 윗몸일으키기 80개 정도 등등 당장 준비해서 도달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 특급 전사를 노린다면 체력 수준을 입소 전 준비해 두는 게 좋겠다.


다만, 사회복무요원 훈련병의 경우 특급전사로 분류되어도 휴가나 표창을 받지 않으며 훈련기간 내 하루 정도 치킨이나 피자를 배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시간대는 주말 점심이나 저녁 식사 후이며 '배달 주문'에 대한 권한만 있기에 금액 지불은 본인이 해야 한다.




사실, 인센티브라고 보기 어렵지만 값비싼 자동차를 승차감보다는 하차감에 사듯이 이외 인원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인센티브로 볼 수도 있겠다. 본인의 경우 다른 생활관에서 찾아오기도 하는 등 약간의 유명세(?)를 겪기도 했다.


점심과 저녁 사이의 공지사항으로 훈련이 불가한 수준의 과체중 훈련병이었던 143번 훈련병이 퇴소하고, 새로운 인원이 입소한다고 한다. 이렇게 중간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하는데 희한하게 2일 뒤 다시 퇴소한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들어봐야 알겠지만 아마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 않을까.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샤워를 하는데 이제는 서로 얼굴만 봐도 웃기고 즐겁다. 레모나와 같은 작은 부식에도 감사하게 느껴지며 무척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도파민 디톡스가 되는 느낌인데, 정신이 맑아지지만 단체생활로 정신없는 시간 속에서 그다지 맑은 정신을 문화나 취미활동에 쓰긴 어려운 게 아쉽다.




훈련소의 경치는 무척 좋다. 높은 건문이 많지 않기에 지평선과 유사하게 넓게 펼쳐진 운동장과 산등성이에서 피어오르는 해와 달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훈련병들의 안전사고 발생 위험으로 대부분의 활동들은 제한되거나 없다고 볼 수 있다. 개인 체육 활동도 생활관 내의 요가매트로 해야 하는 정도다.


생활관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활관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샤워장에서 슬리퍼가 섞인 탓에 다시 돌려받으러 온 듯한데, 겉멋과 과시하는 말투로 '야, 야 때리지 말고 말로 해' 등의 빈정거리는 투로 말을 해 생활관 인원들이 마음 상하는 눈치였다.


나와 함께 135, 136번 훈련병은 잠시 고민 후 바로 분대장님께 해당 사실을 전했고 사과를 받도록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저녁 점호 시간대에 해당 생활관 분대장 훈련병이 찾아와 사과를 했지만, 우리 생활관도 잘못한 게 있지 않느냐는 식의 말투로 시작해 좋은 감정을 갖지는 못했다.




좋게 생각하자면 이런 사건사고들로 하여금 우리 생활관 인원이 더 돈독해지리라 생각되었다. 뿔뿔이 흩어진 어벤저스가 타노스라는 적을 만나 힘을 합치듯이.


자기 전에는 136번과 142번 훈련병의 첫사랑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듣다 5일 차의 밤은 막을 내렸다.


훈련소 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우리 생활관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계란후라이꽃을 동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