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6
'오늘의 점심 메뉴 : 톳 두부 무침, 함박스테이크 2개, 깍두기, 바나나, 쌀밥, 김치 어묵국 (컵과일이 바나나로 대체됨) '
(아침과 저녁 메뉴는 기록되지 않음)
오늘부터 아침 점호 전 전투복 착용을 지시받았다. 전투화 끈 묶는 법이나, 정리하는 법 등 미숙한 부분을 지적받는 훈련병이 많았지만, 처음부터 잘하리라고는 지휘관분들도 바라는 부분이 아니겠지.
점호 전 뜀걸음을 했다. 뜀걸음은 조깅과 같이, 뛰는 것과 걷는 것의 사이 수준으로 달리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700m를 달린 뒤 총기 수여식을 진행했다.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중대장 혹은 소대장 훈련병을 대상으로 앞으로 총기를 휴대하게끔 지시받는 절차 정도다.
아침에 전투복을 입고 뛴 700m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군화를 신고 달리니 발 뒤꿈치가 매우 아팠다. 마지막 주에 예정된 20km 행군 전에 사제 깔창을 넣어 두는 게 좋겠다.
화장실에 오가는 동안 생활관 가운데 위치한 방송실 앞에서 여러 생활관 인원들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었다. 분대장들의 지적에 수긍하지 않는 태도와 함께 대드는 듯한 어조로 말대꾸하는 인원들이 보였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내어주면 된다. 사회생활을 하며 무조건 이득을 보는 상황은 보기 드물지만, 그 약간의 배려와 나눔을 행할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그게 어리다는 반증으로 내보여지는 건 아닐까 싶었다.
오전에는 마약 예방 교육을 들었다. 마약류의 중독성과 위해 요소를 영상 속 배우들이 상황을 연출하며, 마치 드라마 신병이나 푸른 거탑 같은 플롯으로 진행되어 생각보다 재밌고 유익했다.
교육들은 대부분 듣기 싫겠지만, 그 듣기 싫은 과정을 겪어본 사람들이 만든 터라 참고 들어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다. 더욱이 훈련소 및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즐길거리가 마땅치 않고, 뺀질 대거나 다른 행동을 하다 적발되면 직속상관인 분대장과 불화를 겪을 수도 있다.
늘 지위가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에게 수많은 지적과 페널티를 받을 수 있지만, 높은 사람을 낮은 사람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슬슬 6일 차 정도 지나니, 시간이 더 안 가고 졸린 시간이 많다. 불침번을 서고 코 고는 인원들이 사방에 있다 보니 수면의 질이 좋지 못하다. 일어나는 건 잘 일어나지만, 몽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 점점 늘고 있다. 게다가 처음에는 무척 만족스러웠던 식사에도 조금씩 불평불만이 생긴다. 적응해 버린 걸까.
오후에는 체력 1차 측정을 진행했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야외 활동이 불가한 수준이라 실내 측정으로 대체되었고, 훈련소의 경우에도 경보나 주의보와 같이 예보가 발생되면 활동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분대장들의 눈을 속이면 개수를 속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 생활관 인원들은 모두 정직하게 답했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인원들은 등급이 낮게 나오면 추가 훈련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자처했다.
오늘은 오전 교육과 오후 체력 측정을 제외하면 훈련 중 특이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오후 10시 이후 생활관 내에서 잠시 떠드는 시간이 몹시 흥미롭기도, 꺼려지기도 했다.
이야기는 2부로 나뉘었는데, 나의 사랑 이야기가 1부였다면, 새롭게 들어온 143번의 경험 이야기가 2부였다. 차마 글로 담기 어려울 정도로 저급한 용어들이기에, 무척 자극적이지만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일찍 퇴소한다고 하기에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나가려는 걸까도 싶을 정도였는데, 다른 훈련병 중에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친구들이 연락처를 묻고, 밖에 나가서도 연락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어느 정도 만류해야겠다 싶었다.
하루를 정리하며 든 생각으로, 학창 시절부터 회사에서까지 관리자 혹은 대표자의 위치를 자주 해왔기에 인솔받고 통솔받는 위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럽지 못함은 불편함으로 이어졌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게 되나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겠지. 그저 나의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겠지. 훈련소에 들어오기 전 마음먹은 대로 조용히, 그리고 아무 책임도 맡지 않는 기간을 즐기고 가고자 한다. 물론,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는 게 당연하고.
6일 차는 이렇게 적응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되었다. 날짜로 치면 1/3 지점인데, 앞으로도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