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07
7일 차다. 슬슬 전투복과 군화가 익숙해진다. 아침 점호를 마치고 가볍게 1km 뜀걸을을 했다. 뜀걸음을 하는 동안 작은 이슈가 있었다.
훈련소 내에서 뜀걸음 시에는 구호를 붙인다. 분대 단위의 경우 분대장 훈련병이, 소대 단위의 경우 소대장 훈련병이 한다. 아침 구호 시에는 소대장 훈련병이 통솔하게 된다.
구호를 붙이는 방식도 정해져 있기에, 소대장 및 분대장 훈련병은 외울 게 많다. 일반 훈련병들은 못 외워도 남들 따라 적당히만 하면 된다. 다만, 목소리는 크게, 동작은 절도 있게.
사건은 아침에 발발했다. 한두 번만 알려주어 아직 숙달되지 않은 상태의 소대장 훈련병에게 K 분대장이 큰 소리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 번 알려준 것으로 잘못 안 분대장에게 소대장 훈련병은 불만이 생겼고, 갈등이 깊어졌다.
우리 생활관의 138번, 소대장 훈련병은 지원해서 된 것이 아닌, 소대장님의 추천으로 된 케이스였다. 감투에 큰 욕심이 있지 않았지만 간곡한 부탁 수준의 추천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잘 알려주지도 않고 화만 내는 부조리에 138번 훈련병은 상처받았고, 해당 부분을 다른 분대장에게 말했다. 이렇게 알려줄 거면 소대장 훈련병 하기 싫다고.
138번 훈련병이 불만을 토로한 상황에서는 K 분대장은 자리에 없었지만 다른 분대장이 어른스럽게 대응 한 덕분에 다소 분개하는 마음이 풀렸다.
기나긴 인생을 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이런 자잘한 마음 상하는 일들이 더러 있다. 마음을 내려놓기도, 웃어 넘기기도 해야겠지만 138번의 행동도 옳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건 그만한 용기가 수반되기도 하고.
오후에는 잠시 지내던 143번이 떠났다. 같이 식사와 취침 외에는 함께하는 생활이 없었고, 전날의 귀를 씻고 싶은 이야기들만 남긴 채 떠났다.
그가 떠나고, 그와 연락하려던 훈련병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만나는 건 자유지만, 경험적으로 느끼건대 더는 마주치지 않아야 할 인물들 중 하나로 생각된다고. 수긍하는 눈치였지만, 어쨌든 그들에게도 만남의 자유는 있기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후 저녁 먹기 전 1.5km 뜀걸음 측정을 했다. 우리 생활관 인원들이 의외로 선전해 주었고, 10등 안에 들어온 인원이 여럿 있었다. 나는 11등 정도였고, 소대장 훈련병인 138번은 축구선수답게 1등으로 들어왔다.
밖에서도 운동하지 않았던 훈련병들도 부상자 외에는 열심히 뛰어주어 만족스러운 뜀걸음 측정이었고 밥도 맛있었다.
오늘은 1.5km 뜀걸음 측정, 아침의 작은 이슈 외에는 무난하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