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08
훈련소에서 지내던 중 가장 짜증이 많았던 날이다. 부쩍 시간도 안 갔고.
수류탄 투척 연습 시간이 오전에 배정되었는데, 담당 부사관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날씨도 꿀꿀해서 울적했고 교관들도 무척 예민했다.
터지지 않는 멍텅구리 수류탄이라는, 돌멩이 같은 수류탄만 던지더라도 교관들은 실전처럼 교육했다.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기에 당연했지만, 애매하게 내리는 습한 비와 함께 모두를 지치게 했다.
그러다 오늘도 사건이 발생했다. 순번에 맞춰 훈련에 임하고, 수류탄을 반납하는 시간에 담당 부사관이 수류탄을 반납하라고 했는데 그 말을 못 듣고 다른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중대장님부터 훈련병들까지 모두 훈련장을 찾아 수류탄을 찾고 있었고, 나와 일부 인원은 다른 훈련장에 있어 해당 소식을 못 들었다. 뒤늦게 우리 쪽에서 분실된 수류탄을 찾던 차에 나의 주머니에서 수류탄이 나왔다.
그 소식을 들은 B 중대장은 페널티를 주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뭐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라고 하고 넘어갔다. 덕분에 칙칙했던 훈련장에 웃음꽃이 피었던 건 다행이었고. :D
회사에서도 실수를 거의 하지 않던 나인데, 이곳은 모두를 평등하게 만드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실소가 나왔다.
아무 이유 없이 벌주듯 군가를 계속 크게 부르라고 하는 반복된 기합에 다들 지쳐갔다.
생활관에 복귀한 후에도 다들 욕지거리와 투덜거림이 가득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다들 울적한 하루. 게다가 마음의 편지를 쓴 인원이 있어 한 차례 소란이 있었다.
나도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다. '애'들이 너무 많았고 말 안 듣는 '애'들로 인해 훈련이 길어지거나 쉬는 시간이 줄어들기도 했고. 좋은 일이 많지 않은 이곳에서 스트레스받는 일들만 많다는 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건만.
이후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 이제 슬슬 식사도 달고 짜기만 하다. 슬슬 나도 명령과 지시가 많아지고 있다.
하루 종일 기분 좋았던 순간은 3km 뜀걸음을 했던 시간이었다. 온갖 사람들이 다 들어오는 육군 훈련소. 게다가 아파서 4급 판정을 받은 인원들로 가득했기에 정말 다 어정쩡했다. 군인도, 민간인도 아닌 그런.
특정 인원들은 본인의 통증을 과도하게 호소하며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아 불공평함이 느껴졌다. 모두 공평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곳에도 역시 불평등은 산재하다.
내일은 병원 진료를 받기로 했다. 계속 등받이도 없이 꽃 꽃하게 앉아 있어야 하다 보니 통증도 심해졌다. 병원이 기대되지만 오늘도 생활관 천장을 비추는 등불이 편히 쉬지 못하게 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