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주말

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10

by 아론

이제 절반이다. 오늘은 설렁설렁하는 날. 아침 식사 후 가볍게 뜀걸음 뒤에 휴식, 점심 먹고 기독교 세례를 받으러 갔다. 훈련소에 지내는 동안 대부분 모든 종교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


이를테면, 기독교의 세례식, 천주교의 첫 성령체, 불교의 수계식처럼 주요 행사도 대부분 훈련기간 내에 받을 수 있다. 현역병의 경우 조금 더 챙겨주고,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기간이 짧아 조금 덜 챙겨주는 편이다.


세례식 행사는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기독교 행사와 같이 진행되었고, 높은 직위에 있으신 목사님께서 설교를 진행해 주시고 초코파이나, ROKA티셔츠 등을 수령하고 마무리되었다.




이후에는 저녁식사 전 휴대폰을 받아 1시간가량 가족들과 통화가 이어졌다. 중간에 136번 훈련병에게 잠시 빌려주려 했는데, 갑자기 교육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었다.


시간은 훌쩍 흘러 저녁이 되어 청소구역 청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역시나 오늘도 대화의 장이 열렸고, 140번 훈련병과 삶에 대한 고민, 129번 훈련병과는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나이가 가장 많게 들어온 케이스면서, 경험도 많이 쌓고 오니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많이 느껴졌다. 사사로운 불합리 요소들은 그러려니 하게 되는 부분은 좋게 느껴졌고 아쉬운 점은 딱 하나, 그저 이 시간이 아쉬웠다.




누군가 내 위의 책임자로 있는 순간은, 대부분 30대가 넘어가면 없어지고 나의 경우 20대 중반부터 후배들을 관리하게 되었다. 그만큼 연차가 쌓이고 업무 역량이 넓다는 방증이겠지만 괜스레 울적한 마음이 자주 들었었다.


여기 있는 동안에는 그런 게 없었다. 다들 나와 같은 훈련병이고, 같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인생의 한 순간으로 충분하게 지내고 있으면서 숨 쉬는 것만으로 하루를 잘 살아내는 날들.


병역의 의무를 지는 이 시간이 그렇게도 느껴질 수 있겠구나. 아니, 그렇게 느껴지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오늘도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