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점 사격

논산 훈련소 훈련일지 - 011

by 아론

* 수첩에 필기한 내용을 옮기다 보니 두서없이 적히거나, 일정하게 적히지 않는 부분이 많네요. 처음 각오와는 달리 모든 것을 다 적어오지 못했고, 공개적으로 적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보니 느낀 점이나 유의사항 위주의 에세이 형식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아침부터 컨디션이 무척 안 좋았다. '논산병'이라고 흔히 일컫는 병에 걸렸나 보다. 겨우 몇 주 밖에 안 되는 기간이지만 영원과도 같이 길게 느껴진다. 몸과 마음 모두에 걸리는 병이 곧 논산병이 아닐까 싶다.


약간의 우울감, 그리고 몸살감기와 함께 아침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영점 사격 하는 날. 평소보다 일찍 일정이 시작되었고, 분리수거 담당 분대에 걸려 아침점호도 열외 된 채 쓰레기들을 옮기고 아침을 일찍 먹었다.




이제 훈련마다 예민해지는 조교와 소, 중대장들이 더 이해가 된다. 훈련병들 모두 조금씩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눈치를 살폈지만 그럼에도 모든 인원이 만족스러운 수준이 되긴 어려워 보였다.


빨리 나아가는 사람이 뒤처지는 사람을 이끌어주는 형태로 평균에 수렴한다. 서로 막역함을 넘어 놀리거나 조롱할 정도로 친해져 긴장감도 흐르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친해짐 덕분에 서로를 챙겨준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훈련장,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격발음은 분위기를 급격하게 침잠시켰다. 예상보다 큰 소음. 영화나 드라마에서 버튼을 누르면 날아가는 총알은 새발의 피였다. 진짜 총알이 내는 굉음은 몸도 마음도 떨리게 했다.


한참에 한참을 더한 만큼 기다려 드디어 첫 영점 사격. 총기 손질을 하던 중 알게 되었는데, 지급받은 소총은 기능고장으로 영점을 맞추는 클리크조정이 불가했다.


그럼에도 일단은, 첫 영점사격은 해당 총으로 하고 다시 지급받은 총으로 진행하도록 지도받았다. 난 꼼짝없이 재사격을 해야 했고, 불합격이 예정된 첫 영점 사격에 들어간 나는 바짝 언 채로 엎드려 사격 준비를 했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쓰이는 탄피 수거는 교관들이 진행해 주었다. 느낀 점은, 소리가 엄청 큰 반면, 진동이나 떨림은 생각보다 적었다. 즉, 쏠만했다.




다들 잔뜩 상기된 채 나온 사격장에서 서로 얼마나 중심에 맞게 쏘았는지, 통과했는지를 공유했고 오늘 통과 못한 인원들은 내일 재사격이 예정되었다.


훈련은 오전과 오후 모두 훈련장에서 진행되어 식판에 비닐을 깔고 먹었다. 오늘 통과하지 못한 인원들은 내일도 훈련장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다행히도 2차 사격에는 다른 인원의 총을 받아 사격 후 통과했다. 내일 일정이 비어, 병원에도 방문하기로 했다. 하루의 공백이 생긴 것도 좋았고, 병원에 가게 된 것도 좋았다.


훈련소에서 생활관으로 복귀해 씻고 정비하다 잠들기 전 우리 생활관의 담당 분대장인 O분대장이 방문해 한참을 떠들었다. 통과한 인원들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고, 조교들이 사격에 많은 팁을 준 인원들은 머쓱해하기도, 통과하지 못한 인원들도 자신감 있게 내일 잘 부탁드린다고 떠들며 인사 후 점호에 들어갔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사격. 게임과는 차원이 달랐고 살상무기의 무게감이 한참을 떨게 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훈련기간 내 사격 기회가 영점사격만 있는데, 복무 기간 동안 유일한 사격의 경험이 지나갔다.


예비군 갔을 때 그때 가서 까먹으면 어떡하나, 이런 고민은 아주 잠시. 역시나 오늘도 한참을 떠들다 잠에 들었다. 함께해서 즐겁기도, 함께라서 지치기도 한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