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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신사 스튜디오 Aug 26. 2020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은 내공!

멤버 인터뷰 - 플럭스 이학림 디자이너



자기소개 부탁한다.


으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웃음). 디자이너 이학림이다. 지금은 ‘플럭스’라는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 브랜드를 운영해오다가 재작년쯤 자본적인 문제도 있고, 정신적으로 지친 것도 있고 해서 쉬게 됐다. 그러던 중 예전부터 거래하던 공장에서 자체(브랜드) 생산을 해보고싶으니 도와달라 제의를 받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많이 바쁘다. 나이가 있다 보니까 예전처럼 밤낮없이 일하고 움직이기가 힘들어 속도가 안나더라. 혼자서 디자인하고, 제품 생산하고, 웹사이트 구축도 하고 있다.



플럭스는 어떤 브랜드인가?


플럭스는 시즌리스 브랜드다. 브랜드를 유지하려면 인지도가 중요하지 않나. 처음에는 인지도를 높이는 목적으로, 시즌 개념을 없애고 기본적인 아이템 위주로 선보이려고 한다.


플럭스의 모토는 ‘5:59분에 회사에서 퇴근하기 바로 직전의 우리들의 모습’이다. 퇴근 직전에 엄청 설레지 않나. ‘설레는 순간’, 그걸 디자인하고 싶다.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생물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기타 치는 게 꿈이었고, 음악을 하고 싶었다.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공부는 아예 안 하고 음악만 하고 싶었는데, 의외로 꿈이 금방 끝났다. 실력도, 재능도, 감각도 없는 것 같아서.


그 즈음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여자친구가 과제하는 걸 보고 있으니 그게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 생물학은 기초과학이다 보니 역사적으로 쌓인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미 있는 것을 밝혀내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고,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패션 디자인을 배워보고 싶었고, 잘 할 수 있단 확신도 있었다.


사실 학사경고를 네 번이나 받았다(웃음). 복수전공을 신청하려면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유급했으니 성적도 없고. 근데 그 학기, 패션 디자인과에 지원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운 좋게 들어갔다. 생각보다 훨씬 재밌더라.


졸업 후 패션을 더 공부하고 싶어져서 부모님께 유학을 가겠다 했다. 처음에는 반대하셨는데, 내가 엄청 열심히 토플,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걸 보고 유학을 허락하셨다. 그리고는 2006년에 파슨스에 편입해서 일러스트와 패션 전공으로 3년 반 정도 공부했다.



미국은 시장 규모도 크고, 기회가 더 많았을 텐데 한국에 돌아오게 된 이유가 있나?


당시 미국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정식 취업은 불가능했다. 프리랜서 형태로 일해오다가 운 좋게 마이클 코어스 최종 면접까지 갔다. 면접을 앞두고 일정이 계속 밀리는 바람에 비자 만료일도 다가오고, 어머니 건강도 안 좋아져 귀국을 결정했다.


귀국하는 날, 밤 10시 비행기였는데 오후 4시쯤에 마이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인터뷰가 잡혔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허무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한국행 비행기를 미룰까 고민도 했지만 예정된 비행기 편에 올랐다. 완전히 실패했다 생각했는데, 연락을 받으니 위로가 되더라.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나랑 같이 최종면접에 오른 후보가 같은 학교 후배였다.‘아, 안될 놈은 끝까지 안되는구나.’ 싶었다. 하하.





2012년에 서울패션위크에서 데뷔했다고 들었다. 어땠나?


그 당시 서울시에서 ‘디자인서울 프로젝트’라고 신진 디자이너를 인큐베이팅 해주는 사업이 진행됐는데,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와 패션창작 스튜디오도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브랜드 콜렉션을 준비하고, 그 해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콜렉션에 나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들한테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이 혼자 진행하다 보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거다. 그래서 손해가 고스란히 돌아오고, 그때부터 2-3년 정도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 슬럼프에 빠졌었다.


그 후 학원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개인 과외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할 만큼만 돈을 벌었던 것 같다. 그 당시만 해도 플랫폼이 많았다.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크고, 한창 도메스틱 브랜드가 꽃을 피우는 시기였다. 꾸준히 개인작업도 하고 그나마 포트폴리오라고 할 만한 것들을 계속 아카이빙해왔는데, 문제는 돈이 없으니까 생산을 못하는거다.





종종 칼럼도 쓴다고 들었는데, 패션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할 것 같다. 패션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옛날 PC 통신 하이텔 시절부터 뭔가 쓰거나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패션위크에서 알게 된 기자와 인연이 닿아, 신문 오피니언 섹션에 몇 번 기고한 적이 있다. 지금도 칼럼 형식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 딱히 없다. 뭐든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음악을 하고 싶었고, 미치도록 음악을 들었던 사람은 그게 디자인하는데 좋은 자양분이 된다. 실패했던 경험들, 흥청망청 놀던 시절까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공사장에서 벽돌도 옮겨보고 그랬던 경험이 지금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시간이 아니었다. 누구나 자기가 하게 되는 경험, 가치관, 세계관에서부터 디자인이 시작이 된다. 사람마다 그 경험들이 다 다른 거니까 ‘이거다’라고 단정 짓는 건 잘못된 거다. 자기가 사는 방식을 사랑하고,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면 된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근데 딱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인터넷에서 지식을 얻는 건 피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찾아서 다 비슷하게 해온다. 누구나 똑같은 정보를 다루다 보면 머리가 굳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전시를 보거나 인터넷 밖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패션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방식과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는 감수해야 하니까.{{/asw}}



10년 넘게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꼰대 같은 말일 수도 있는데, 요즘 브랜드들은 다 비슷하고 새로운 것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브랜드는 철학이 없는 게 제일 문제다. 애초부터 철학적인 고민을 하지 않고 단순히 사업 수단으로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더러 있다. 디자이너라면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판매를 위한 기본적인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 그것을 뛰어넘는 뭔가가 필요하다. 런웨이 보면 어렵다 못해 난해한 옷들이 많지 않나. 그 디자이너들은 옷을 팔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를 말하고 싶은 거다. 내가 갖고있는 이야깃거리를 대중들한테 보여주는 게 디자이너다.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한 이유가 궁금하다.


브랜드를 창업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공간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취지가 좋았다. 디자이너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무신사의 그런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한다.


사무실을 알아보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신당동도 가보고 창신동도 가봤는데, 동네가 올드하고 뭔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무신사 스튜디오에 처음 방문했는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뷰가 정말 멋졌다. 뭔가 기를 얻는 느낌? 게다가 시장도 가깝고, 택배 보내기도 편리하고, 복합기도 다 설치되어 있고. 업무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실제 사용해보니 좋은 점은?


탁 트인 공간이 좋아서 오픈 데스크에 나와서 일을 한다. 앉아있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액세서리, 가방, 신발 디자인 등.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동료를 옆에 두고 일을 하는 것과, 혼자 작업실에서 일하는 건 천지 차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


드디어, 새롭게 재개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실패도 많았지만 그게 다 배우는 거니까. 이런 디자인 저런 디자인 시도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지금은 ‘이렇게 해야 될 것 같다’라는 방향성이 보인다.


예전에 내 옷을 샀던 고객들에게 ‘5~6년 전에 샀던 옷을 아직도 입고 있다’, ‘왜 다른 제품을 안 만드냐’는 질문을 듣는다. 항상 그래왔지만 지금 준비하는 브랜드도 단순 가성비로서 만족을 느끼는 게 아니라, 철학과 정체성을 담아내고 싶다. 소수의 고객일지언정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 그래서 속도가 느리거나 시간이 좀 걸려도 꼼꼼하게 준비하려 한다.


지금까지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적은 없다(물론 처음부터 그걸 바라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인지 이제 론칭하는 브랜드 ‘플럭스’를 더욱 잘 키우고싶다. 그게 내 2020년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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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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