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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츄 Jul 13. 2015

저녁을 맞이하는 시간

당신의 침대 옆엔 무엇이 있나요...?


침대 옆 작은 협탁이든

의자든 ,

벽에 달린 선반이든 ,

아니면 침대 헤드든,


 



나는 작은 조명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장 가까이 뒀다 .


내 침대 옆에는 큰 창문이 있다 .


가끔 잠이 안오거나 마음이 심란한날에는

창문을 살짝, 엄지손가락 정도만 열어두고


디머 ( 밝기조절이 되는 조명) 을 아주

약하게 켜놓고 ,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고싶은 노래를

틀어놓고,


은은한 조명 아래 창문 틈새로 넘어오는 바람 냄새를 맡으며 ,


내 머릿맡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노래소리를 듣고 있으면 잠시나마 힘들었던 하루가 치유가 되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


 


이런게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내 방 침대 옆에 이 물건들이 자리잡게 된건 작년 10월 일본여행 후 였다.


난생처음 가본 일본여행이었다.

신기한 것도 갖고싶은 것도 많은 여행이었지만 그 어느것보다 갖고싶었던 것은 무인양품 인테리어 소품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패션, 미용, 잡화에 관심이 더 많이 가겠지만 나는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소품, 공구, 페인트 등에 관심이 더 많은 여자 인지라 여행에서도 포인트는 인테리어다.


무인양품 매장에 방문하자마자 내 눈에 가장 들어온 건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벽걸이형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가격도 우리나라의 절반가량 .

다만 , 라디오 주파수가 하나밖에 안잡힌다는점 단점이긴하지만 원래 라디오를 잘 듣지 않고 가격이 엄청 싸다는 점을 봤을때 이건 꼭 사야만 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렇게 구매를 하려고 점원에게 물건을 꺼내달라고 요청을 하고 돌아서는데

바로 내 눈앞에 또 다른 아이가 눈에띄는게 아니겠는가 .


이게 바로 내가 처음에 말한 그 디머(조명)이다.



세상에나.

저 조그만게 가격이 사악했다.

하지만 디자인이 너무 심플하고 기능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몇번을 들었다 놨다 망설이는 동안 점원이 요청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건내주었다.


'아... 어쩌지...? 살까 말까......?'


상상해봤다.


이 스피커를 통해서 노래를 듣는데 저 조그만 디머가 은은하게 켜져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니, 만약 노래소리가 나오는데 저 조그만 디머가 안켜져있는 내 방을 상상해보자. 4만원 남짓하는 저 조명이 나에게 줄 행복이라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



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쳐 구매한 이 두 아이는 현재 내 방 침대 옆을 차지하고 있고 난 지금 그때 상상해본 것 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행복하다.


이건 번외로 , 저 조명은 한국 무인양품에 들어와있지 않다는걸 알고 더 더욱 가치가 높아졌다. ( '내가 널 거기서 데려오길 참 잘했구나' 하는 식의 뿌듯함이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가격, 돈=보여지는 가치는 아니다 ' 라는...


셀프인테리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전세집에 그렇게 돈들여서 뭐하냐고.


전세집=남의집=돈들이면 안되는집

이런 공식이라면 당연히 안꾸며야한다.


하지만 여기에 ,


내가 사는 공간=나를 충전하는 공간=하나밖에 없는 공간=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공식을 대입하면 굳이 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꾸미지 않을 이유는 없는듯 하다.


행복한 시간을 위한, 행복한 저녁을 위한 나의 공간, 나의 침대 옆엔 무엇이 있는지 한번 되돌아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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