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던 주디와 대화

키다리 아저씨

by 무쌍

너머 바람이 시키는 대로 낙엽이 흩날렸다. 파랗게 열린 하늘, 시선이 닿는 곳은 어디든 황금빛으로 반짝이니 집안에서 구경만 할 수 없었다. 낙엽이 비처럼 쏟아지는 풍경을 창문 너머 보다가 모처럼 휴일인데 그냥 보내기 아쉬웠다.

알록달록 꽃처럼 변해가는 나무들은 찾아보려고 나섰다. 가로수 은행나무는 서있는 순서대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무아래 떨어진 잎이 따라오라는 데로 걷기 시작했다.

노란 은행이 만든 길 위의 가을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걷기가 미안했다. 은행잎이 낙엽으로 애쓰는 동안 무얼 했나 싶은 생각에 입이 무거워졌다.


숲이 가까울수록 공기는 더 신선하고 계절이 주는 청량함이 머릿속까지 시원해졌다. 익숙한 자연이 감싸주는 다정함에 마음이 풀어졌다. 나무사이로 바람이 불자 정신이 차려졌다. 다시 찾은 숲엔 온사방이 가을색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가을에도 보았던 반가운 시절이 나 또한 버터온 날들이었구나 싶었다. 그 틈에 한결같은 상록수가 드문 드문 서있는 잡목림이 우거진 숲은 조용하니 좋은 기분이 들게 했다.


새벽 찬 공기 사납게 느껴져서 인지 초록잎 토끼풀 위에 겹겹이 놓여있는 플라타너스 잎이 이불처럼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의 안부를 전해보고 싶어졌다. 문자나 잉크가 얼룩덜룩 묻은 종이에 썼다가 멈췄다가 이어지는 구구절절한 수다 섞인 편지를 보 기억이 뚝뚝 떨어지는 낙엽처럼 생각났다.


작은 종이에 끄적인 문장을 친구와 주고받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다.


" 학교 끝나고 뭐 해?"

" 같이 갈까?"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 쪽지는 하루종일 서너 번 교환되고 하굣길에 같은 버스를 타고 수다를 떨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방학이면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을 기다렸다.


어쩌면 글을 쓰고 싶다는 기분이 든 건 편지 쓰기를 좋아했던 시절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훨씬 전 편지 쓰기를 좋아했으니 말이다. 연애편지를 쓸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는 있었지만, 아쉽게도 휴대폰 문자가 익숙한 시대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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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감정번역가/ 사연은 버리고 감정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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