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지 못한 피터팬과 대화

피터팬

by 무쌍

도망치듯 집 밖으로 나갔다.

어떤 일이든 감사하게 주어지면 해볼 마음이었다. 그러다가도 작은 내 키는 더 작게 느껴졌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기분을 너무도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나는 타인의 감정이 쉽게 전이되는 스펀지 같은 구석이 있다.

슬픈 장면에 금방 빠져서 눈물이 맺히는 나를 부모님은 늘 놀리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들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누구나 자라기 마련이다. 딱 한 아이만 빼고 말이다.


피터팬의 첫 문장에 끌리듯 마을을 털어놓았다.


성숙하지 못하고 자라지 못하는 내면 아이를 갖고 있구나.

피터팬이 책 속에만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내 안에 자라고 싶지 않은 아이를 늘 숨겼다. 사랑받고 싶어서 두리번거리고 눈치를 보는 아이를 말이다. 큰 우물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흔들릴 때마다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막을 도리가 없었다. 우물은 넘치긴 했지만 금세 슬픔으로 꽉 차 올랐다. 투명해서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먹물을 풀어놓은 듯 컴컴한 한밤중 같았다. 보이는 건 수면 위에 비친 내 얼굴이었다. 내 안에 피터팬의 모습을 한 자라지 않는 아이가 있다.


내 얼굴을 닮은 누군가가 다른 시간에 살고 있을 것 같았다.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처럼 모험을 즐기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집을 떠나고 싶다는 기분을 억누르며, 독립할 때가 오기를 수없이 수없이 기다렸다. 디처럼 엄마노릇을 해볼 기회를 얻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나도 웬디처럼 세월이 데려다 준대로 엄마가 되었다.


아이였던 웬디가 할머니가 되고 그의 딸이 피터팬을 만나 네버랜드로 떠난다. 마가레트가 딸을 낳고 또 피터의 엄마가 된다는 작가의 바람은 실현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엄마가 되었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 피터팬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달링 부인처럼 나도 엄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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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감정번역가/ 사연은 버리고 감정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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