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 판 사이에 사 온 감자가 싹이 나버렸다. 폭신폭신 맛있어 아껴 먹는다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감자 싹을 도려내는데, 유난히 싹이 길고, 하얀 뿌리까지 난 것이 있었다. 작은 구슬처럼 나온 싹과는 다르게 뿌리까지 난 감자를 도려내 먹으려니 미안해졌다. 혹시라도 봄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며, 빈 화분에 넣고 마른 흙을 살짝 덮어주었다.
이파리가 나온 감자(눈을 크게 떠서 찾아보세요.)
물도 한번 안 준 감자가 겨울이 끝날 무렵 작은 초록잎으로 돋아 났다. 미련 많은 내 성격 탓에 버리지 못한 싹들이 정말로 씨앗 감자가 되었다.
감자에 싹이 나서 이파리에 감자 가위 바위 보 ^^;
이파리가 났으니 이제 감자가 열리길 기다리면 되나?
당첨 운이 좋은(^^;) 나는 3월 모집하는 구청 주말농장에 턱 하니 배정되었다. 마치 준비를 한 듯 감자는 텃밭에 옮겨 졌다.
4월 옮겨진 감자는 이미 모종 처럼 자랐다
싹이난 감자 두개는 텃밭에서 자랐다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어느덧 감자 이파리는 땅 위를 덮을 만큼 자랐다. 곧 꽃이 필 듯했다.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수확해야 하는데, 6월이 되자 일기예보가 더 신경 쓰였다. 도대체 감자는 몇 개나 달렸으려나? 땅속에 자라고 있을 감자가 무척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옆밭에 난 감자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꽃이 피어야 감자가 잘 크고 있다는 걸 알 텐데, 아무리 기다려도 꽃을 보여주지 않았다. 옆 밭에 감자는 벌써 꽃이 피어 꽃송이가 멀리서도 보였다. 한눈에도 예쁜 감자 꽃을 보러 옆 밭으로 구경 갔다. 감자꽃 사진을 찍으며 다짐했다.
'난 이 꽃을 꺽지 못할 것 같아.꽃을 보지 말자!' 그래서 내 밭에 감자는 꽃 봉오리가 생기자마자 눈을 감고 잘라냈다.
토실한 감자로 키우려면 꽃을 잘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곱게 핀 꽃다발을 모질게 꺽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