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꽃다발처럼 핀 금계국 아래 씨앗이 수북하게 쌓였다. 올봄 금계국의 황금색 꽃잎은 어딜 가도 눈이 부셨다. 정오의 태양이 내리쬐는 순간은 마치 금장식이 빛을 반사하듯 눈을 감게 했다. 그 빛을 한번 알고 나니 금계국은 한송이가 피어도 무리 지어 피어도 주변을 환하게 하는 야생화였다. 지난봄 무사히 꽃은 피었고, 꽃 하나하나가 만든 씨앗은 성공한 인생이었노라 자신의 결실을 보여주었다. 꽃은 분명 성공의 순간을 맛보고 있었다.
'너는 좋겠다. 드디어 인생을 완성했구나!
씨앗으로 꽉찬 모습과 씨앗을 다 떨어뜨린 모습 (금계국) 씨앗을 남기고 가는 꽃은 미련 둘 것이 없어 보였다. 유산처럼 남긴 씨앗 꾸러미에 남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넘겨주고 홀가분하게 말이다. 꽃잎이 떨어진 꽃차례엔 남기고 간 씨앗이 가득 들어있었다. 마치 보물섬에 숨겨둔 금단지처럼 금화가 가득 차 넘칠 듯 쏟아졌다.
보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손가락을 대자 와르르 쏟아졌다. 정말 금화처럼 떨어지는 씨앗을 손바닥으로 받으며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그리고 자연의 정원사가 된 듯 씨앗을 금계국 뿌리 주변에 뿌려주었다. 봄에 꼭 만나길 바라면서 말이다.
금계국은 이제 꽃잎이 떨어진 꽃이 더 많다. 모든 일을 마친 금계국은 임무를 완수하고 여유를 즐기는 듯했다. 왠지 그 모습이 부러워졌다. 끝이 나지 않고 매일매일 살아가는 나와 달라 보였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할 일이 눈에 어른거린다. 갑상선이 조심하라고 경고를 해도 좀처럼 나에게 관대해지지 않는다. 고치고 싶지만 엄마가 되니 더 어렵다. 완벽하게 하루를 마감하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내가 측은해지기도 했다.
일과 가사를 잘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했다. 그리고 전처럼 녹초가 되어 잠들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힘들다는 나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당장 눈에 띄게 보이지 않지만 쓰는 것을 미루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살피며 산다.
중랑천 금계국@songyiflower인스타그램 꽃씨는 꽃으로 돌아온다. 분노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줄 알았지만 몸안에 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잘하려는 마음이 분노를 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꽃씨처럼 꽃을 피우면 좋으련만 얼마나 견디면 꽃이 필까?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은 때가 아니란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