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꽃만 보고 다녀도 꽃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
너무 커서 반나절은 걸어야 하는 정원의 노련한 초록 손 정원사는 나를 위해 준비해놓은 듯 예의를 갖추고
"오늘 드디어 피었습니다. 보시겠어요?"라고 말했다.
난 정원의 주인인 듯 귀한 대접을 거절하지 않고 정원사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막 피어난 꽃 한 송이를 선물을 받았다.
정원사는 날 주려고 가을에 씨를 받아 겨울 내내 잘 말려놓았다가 초봄에 심어 여름 태양에 완벽하게 피운 것이다. 오직 나만을 위해 정원사는 흙이 뭍은 초록 손으로 새로운 꽃을 보여줬다. 꽃을 보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좀 걷고 싶은데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는지 정원사에게 물었더니, 어제 천둥번개가 함께 데려온 비가 내려 길이 모두 젖었다고 했다.
장맛비에 젖은 백장미 @songyiflower인스타그램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처럼 장맛비는 늦은 밤 나를 위해 여름꽃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백장미가 그렁그렁 눈물이 멈추지 않는지, 얼굴이 온통 젖어 버렸다.
"울고 있으니 좀 기다려줄래."
백장미가 훌쩍이며 말했다.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같이 울어줘야 하나, 그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나 망설여졌다. 백장미가 왜 그런지 꼭 들어줘야 할 듯했다.
"좀 늦게 나왔더니 벌써 친구들이 다 떠났지 뭐야."
친구를 잃은 백장미를 위로하느라 옷이 다 졌었다.
꿈을 꾼 건가? 자고 일어나 보니 밤에 온 비 친구는 대롱대롱 물방울을 장미꽃잎에 두고 갔다. 그런데 오늘 밤에 다시 온다는 말은 없었다. 백장미가 울음을 그치고 웃고 있는지, 친구를 보려고 서둘러 떠났을지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