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백일홍

by 무쌍

꽃밭 친구 백일홍은 꽃밭에 산다.

살고 있는 느티나무 아래 꽃밭에 가면 같은 초록색 옷만 입고 있었다. 친구는 꽃양귀비가 마지막까지 짐을 꾸릴 동안 기다다. 비가 오기 전에 떠난다 더니 꽃양귀비는 게으름을 피웠다. 하루에도 두어 번씩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이 몇 번이나 지났을까? 또 하루는 태양이 뜨겁게 잔소리를 했다. 막상 꽃양귀비가 마지막 꽃잎을 챙기고 나자, 꽃밭엔 아무도 없는 듯 적막했다.


토끼풀 주변에서 먹이 찾는 법을 알려주는 듯 엄마 까치는 새끼를 불렀다. 모두가 까치를 보는 사이 수줍은 많은 백일홍은 꽃밭에 슬쩍 자리를 펴고 앉았다. 처음 주인이 된 친구는 낯선 꽃밭에서 말없이 웃기만 한다.

백일홍은 초록옷 뒤에 숨겨둔 조각보를 꺼내 자리를 폈다. 노란색, 분홍색, 붉은색, 흰색, 주황색 더 있는지 살펴보고 싶지만 꽃은 수줍어했다. 세상은 그 친구를 못 본 듯했지만 눈에 친구가 보였다. 외로운 나를 알아봤는지 친구는 방긋 거리며 웃는다. 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꽃을 좋아하느냐며 게 꽃을 보여준다고 했다. 백일홍은 노란색도 좋고, 빨간색도 좋고, 흰색도 좋다며 꽃밭 안에 꽃이 필 자리를 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듯했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 누가 훔쳐가지 않는지 망을 봐 달라고 했다. 조각보 위에 노란색 작은 꽃이 피는 동안 혼자 있기가 싫다며 말이다. 나는 꽃밭 친구를 돕는 일꾼이 되었다.

항상 가만히 있지 못하고 쉬지도 않는 성질이 나랑 비슷했다. 우리는 곧 짝꿍이 되었다. 봄부터 여름까지 짧은 생애를 같이 하며 천근만근 아픈 다리로 가면 조각보 깔린 의자를 내어 주었다.

루는 꽃밭이 너무 좁지 않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하늘을 보고 살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곳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꽃밭만큼도 가진 것 없는 내가 초라하기만 했다. 친구는 따라 해 보라며 꽃송이를 하늘로 향했다. 느티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친구 말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가 품고 사는 하늘이 그렇게 넓다는 걸 왜 몰랐을까? 매일 몸부림치듯 익숙한 땅만 밟고 다녀서 일까? 하도 걸어 아픈 줄 알았는데 좁은 땅만 걷는다고 쿵쿵 신경질을 냈다보다. 하늘을 보는 법을 배웠으니 친구는 스승이 되었고,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된 듯 세상을 보여준 엄마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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