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제주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오메기 떡은 딱 한번 먹어봤다. 제주로 신혼여행 다녀온 동료가 사 온 선물 틈에서 말이다. 제주사람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홈쇼핑에도 판다는 오메기떡을 먹어본 적이 없다. 제주로 관광가는 사람들 사이에 다금바리 회와 갈치회, 고등어회, 오메기떡은 무용담이 따로 없다. 그런데 태어나 스무 살이 넘게 자란 고향이지만 전혀 감흥이 없다.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칠순 잔치로 가족들이 모였다. 동문시장으로 마실을 나갔는데 오메기떡을 보자마자 삼 형제는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듯 말했다.
"엄마 오메기떡 좀 먹어보자. 다들 맛있다는데 먹어봤어야 말이지." 시장 안에 관광객을 상대하는 것이 능숙한 상인들은 우리 가족을 보자마자 판매에 열을 올린다. 사투리로 "얼마 우까?"라도 물으니 대답이 시들하다.
시식을 한입씩 하는데 함께 간 아이들은 팥이 든 떡이 영 맘에 안 드나 보다. 한팩을 샀지만 나도 맛이 그저 그랬다. 제주관광을 가는 사람들은 명물인 듯 사 온다는데 보리빵만도 못한 맛이었다. 보리빵은 언제든 먹기 쉬웠다.빵집에서 식빵을 사 먹듯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메기떡은 여전히 생소하다.
난 기름떡이 더 맛있다. 제삿날이나 명절날 먹은 기름떡은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떡집에서도 잘 팔지 않는다. 음식을 준비할 때 노릇하게 부풀어 오르며 고소하게 퍼지는 냄새는 침을 꼴딱거리게 했다. 엄마의 심부름을 잘하면 한두 개를 얻어먹었는데 눈물이 핑 돌게 좋았다. 제사상에 올리고 나면 딱딱하게 굳었지만 내 몫으로 오진 않았기 때문이다.미지근하게 식어도 맛있지만 식어서 쫀득한 맛은 더 좋았다.
손으로 빚은 기름떡
아이들이 방학이다. 방학은 엄마들에겐 인내와 사투의 시간이라지만 이번 방학은 좀 다르다. 원격수업도 마스크를 매일 쓰며 가야 하는 학교 수업도 쉽지 않았기에 모두에게 휴식 같은 방학이다.
방앗간에서 찹쌀가루를 사 왔다. 기름떡을 만들기 위해서다. 더운 열기가 무섭긴 해도 새하얀 가루에 뜨거운 물을 섞어 반죽을 했다. 동글동글 납작하게 빚어낸 떡을 프라이팬에 익히고 한 김 식힌 후에 설탕을 묻혔다. 어린 시절엔 칼국수를 만들 때처럼 반죽을 얇게 펴서 팽킹 가위로 오린 듯 뾰족한 틀을 찍어 구워냈다. 기름떡 틀이 탐이나 고향에 갈 때마다 사와야지 싶었지만 시장에만 가면 먹거리를 사느라 잊어버렸다. 대신에 손바닥으로 꼭꼭 눌러 납작하게 만들었다.반죽을 달군 프라이팬에 익히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익는다. 아무래도 난 이 떡이 좋다. 오메기떡도 보리빵도 이 맛에 견줄 수가 없다. 아이들은 설탕을 버무린 이 떡이 기름떡이라는 걸 잘 안다. 엄마의 고향이 제주라는 것을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배운다. 기름떡을 만들면 언제든 고향으로 갈 수 있다. 땀을 흘렸지만 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