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서 네 잎클로버 찾기

네 잎클로버

by 무쌍

도서관을 가는 길이었다. 막상 길을 나섰는데 텅 빈 동네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잡아 둘 것이 보이지 않았다. 놀이터는 태양이 벌써 들이닥쳤고, 지나는 사람도 없었다. 달리기 하듯 이들은 저만치 앞서가며 길을 재촉했다. 앞서간 이들 웬일로 밭에서 네 잎클로버 찾기 베틀을 하고 있었다.

네 잎클로버를 반드시 찾아야겠다며 기세가 등등했다. 풀밭에서 네 잎클로버 찾기는 모래사장에서 조개껍데기 줍는 것처럼 아이들의 시선을 한동안 잡아 둘 수 있다. 모처럼 나도 아이들 옆에서 풀 보며 멍 때리기를 했다. 행운을 잡겠다고 눈에 불을 켠 아이들 뒤로 내 눈엔 언뜻 네 잎글로버가 보였다. 행히 옆에 하나가 더 있으니 딱 아이들 수만큼 이었다.

네잎클로버@songyiflower인스타그램

막상 네 잎클로버를 못 찾은 아이는 자신이 운이 없다며 한탄하듯 토라졌다. 그럼 엄마가 찾아 나서야 했다. 그리고 모른척하고 아이가 찾은 듯 그 연기를 해야 했다. 연기력이 늘 떨어져 아이의 기분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위기상황을 모면할 대안을 찾았으니 안심이 되었다. 엄마는 어떤 상황도 대비해야 하니 다양한 재주가 필요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우리가 뭘 하는지 아시는 듯 말씀하셨다.

"그게 하나만 찾으면 주변에 줄줄이 나타나는데.... 근데 그게 나도 잘 안보이더라고. 잘 찾아봐봐"

아이들은 비법이라도 알려주시나 귀를 쫑긋했다가 실망한 표정들이다. 서로 먼저 찾겠다고 더 열심히 살피고 있었다.

"엄마 이거 네 잎클로버 맞지?"

"잘 봐봐 그건 달라 꽃이 노랗잖아. 토끼풀을 막대사탕 같은 흰 꽃이 피잖아."

"그럼 이건 뭔데?"

"괭이밥이야."


이들은 매번 토끼풀과 괭이밥을 구분하기 어려워했다. 그래도 네 잎클로버를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똑같은 세 개의 하트 잎을 한 괭이밥을 보면 좋아했다.

괭이밥 노란꽃 @songyiflower인스타그램

풀 멍을 좋아는 난 네 잎클로버 찾기 능력이 서서히 강해졌다. 언제부터인가 네 잎클로버가 그냥 한눈에 들어왔다. 작정하고 앉아 네 잎클로버를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찾지 못했다. 얼핏 봤는데도 한눈에 네 잎클로버가 보이기 시작하자, 마치 네 잎클로버가 주는 신호를 받는 듯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동화작가 타샤 튜더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쉰 살이 넘은 그녀가 마침내 꿈꾸던 집을 짓고 정원을 꾸밀 버몬트의 땅을 사게 되었다. 그녀는 집을 짓기 전 주변을 살피다 네 잎클로버를 잔뜩 발견했다며, 행운이 자신에게 온 걸 확인한 듯 기뻤다고 했다.

그녀의 다큐영화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난 이런 걸 좋아한답니다." 라며 스크랩해 둔 그날의 네 잎클로버들을 보여주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녀는 삶 전체를 이야기처럼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했다.


그녀처럼 나도 운을 믿는다. 내 아이들이 살아가는 동안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네 잎클로버 같은 존재가 된다면 좋겠다. 잠시 엄마 품에서 안기거나 마음을 털어놓는 것 만으로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 더 자라 장성해지면 내 품을 떠나더라도 종종 행운의 순간처럼 나를 찾았으면 좋겠다.

풀밭에서 행운을 찾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 머릿속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많아져버렸다. 아이들 탄성을 질렀다. 네 잎클로버가 정말로 줄줄이 나타난 것이다. 다가가 보니 내가 발견한 클로버는 그대로 있었다. 정말로 아이들이 찾은 행운의 네 잎클로버였다.

도서관을 갔더니 보고 싶던 책을 빌렸다며 아이들은 신이 났다. 네 잎클로버 덕분이라고 아이들은 믿는 듯했다. 덤으로 달콤한 간식을 하나씩 사주었다. 왠지 그래야 네 잎클로버의 힘을 오랫동안 기억할 듯했다. 그렇게 풀밭에서 네 잎클로버 찾기는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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