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물 주기 vs 가족에게 애정 쏟기

관계에서 얻는 안정감

by 무쌍

키우던 식물이 죽어버리면 속이 상해 다시는 키우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늘 곁에 두고 함께하는 식물이지만, 난 여전히 초보자처럼 자신이 없다. 키우는 식물이 아프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물 주기를 언제 했는지부터 떠올린다. 물 주기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물을 돌보는 건 즐겁지만, 물 주기를 제때 맞추긴 쉽지가 않다.

한 번은 휴가로 보름이 넘게 집을 비워야 했다. 매일 같이 물 주던 화초들이 걱정돼서 페트병에 구멍을 넣어 화분에 꽂아둔 적이 있었다. 가를 다녀와 보니 페트병을 꽂아둔 화초들만 죽어 있었다. 여름휴가 절반 동안 비가 내고, 꽁꽁 닫은 베란다는 환기가 되지 않아 더 힘들었을 것이다. 오히려 물을 주지 않은 화초들이 더 멀쩡했다. 괜히 걱정해서 한 행동이 화초들에게 무리를 준 듯 미안했다.

@songyiflower인스타그램

별 탈 없이 잘 자라던 화초를 떠나보낼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물 주기다. 식물은 말라죽는 것보다는 과습인 경우가 더 많았다. 잎이 확실하게 시들 해졌을 때 물 주기를 한다. 물을 줄 때는 가능한 푹 적실만큼 주고, 화분 아래 물이 잘 지게 했다.


때론 잎이 멀쩡해도 물 줄 때가 되었는지 확인하려고 흙을 살폈다. 주로 겉 흙을 만져보거나 손가락을 흙속에 넣어보며 손끝에 수분감이 느껴지는지 확인한다. 혹 흙이 젖었는데 잎이 시들하면 물은 주지 않고, 기다렸다가 오후에 다시 확인해본다. 그럼 대부분 잎이 되살아나 있었다. 물들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듯 물 주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십 년 넘게 키운 사랑초는 옥살리스라고도 하는데, 물이 먹고 싶으면 잎을 접은 채로 축 늘어져 누워 버린다. 그럼 이때가 물 주기의 적기다. 흠뻑 물을 주고 물이 잘 빠지게 두고, 반나절만 기다리면 생기를 돌며 만족스러운 듯 찰랑거린다. 그리고 한동안은 물 주기를 잊고 있어도 괜찮다. 런 면에선 사랑초는 남편처럼 한결같다. 해가 뜨면 잎을 펼치고 꽃을 피우다가 밤이 되면 잎을 접고 쉰다. 그러다가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밥을 달라며 나를 찾는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남편처럼 사랑초는 겨울이면 가만히 뿌리만 남겨두고 겨울잠을 잔다. 사랑초는 남편처럼 나와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 년 생 화초들은 매년 씨앗을 심어 키운다. 매년 한 살씩 나이 먹는 아이들처럼 신학기를 시작한다. 매일 같이 들여다보지만, 레도 잘 생기고, 생각만큼 자라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얽매이지 않은 자유가 필요하듯, 물들은 통풍이 중요하다. 물 주기는 한여름엔 매일, 보통은 2-3일에 한 번씩 물을 줘야 한다. 잠시 한눈 판 사이에 바짝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매일 살핀다고 하지만 아이들처럼 늘 사랑이 고프다. 저만 빼놓고 사랑은 다른 형제에게 주는 듯 질투도 한다. 식물들도 아이들처럼 각각 다른 보살핌이 필요하다. 나팔꽃은 다른 화초보다 충분한 물을 주어야 했다. 토마토는 늘 괜찮은 듯 하지만, 영양분이 모자라면 꽃을 피우는 것도 어려워했다.


아이들도 본래 가진 특성에 따라 전혀 다르게 커간다. 처음 키우는 식물처럼 아이들도 키워가면서 경험을 쌓아야 다. 한해 전 경험은 참고는 되지만 도움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며 새로운 시작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물 주기는 그 식물이 유지하고 성장하길 기대하는 일이다. 족과도 식물 물 주기처럼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자신에게 관심이 부족하다는 걸 반드시 알려준다. 갑자기 투정이 늘면 그건 바로 엄마 손길이 부족하다는 신호였다. 런데 식물이 너무 과습 하면 문제가 생기듯 아이들도 지나친 관심 주기는 원하지 않았다. 가장 이상적인 엄마의 자세는 목이 마르다고 하면 물을 주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나서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영양제는 '모른척해주기'였다. 뭔가 성장이 멈춘 듯 한 식물에 영양제를 꽂아 주듯 가족들에게 '무심'한 듯 모른 척해주기를 잊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식물이 성장과 결실처럼 내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스스로 자신감을 찾아가는 듯했다.


물과 나, 가족과 나 사이엔 비슷한 점이 있다. 모두 내가 관심과 애정을 쏟는 대상이다. 그리고 정성을 쏟는 만큼 그들도 성장하며 나를 만족스럽게 해 준다. 그렇지만 늘 예기치 못한 절망의 순간도 찾아왔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관계에서 나도 성장하며 안정적인 만족감을 느낀다.


식물에 물 주기도 가족에게 애정을 쏟는 일도 나를 위한 일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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