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상가에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다. 몇 해는 병충해로 고생하더니 두 해 전부터 빨간 꽃을 피운다. 집 앞이지만 자주 찾아가지 못해서 핀 꽃을 많이 보지 못했다.
그날은 동백나무 아래 떨어진 꽃송이를 보느라 한참 서있었다. 꽃잎은 통으로 붙어 있어서 시들면 툭하고 꽃이 통째 떨어진다. 보통 통꽃 잎을 가진 꽃들은 피어 있을 때와 땅 위로 떨어져 있을 때가 분명하다. 시들어 가는 것을 보여주지 않고 그대로 떨어뜨린다.
제주집 동백나무 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동백나무는 귀한 씨앗을 만들어 내는데, 제주에선 그걸 모아 기름으로 만든다. 동그란 공처럼 생긴 열매는 갈색으로 변하고 때가 되면 꽃이 피듯이 꽃 모양으로 쪼개지며 열린다.
매끈매끈한 짙은 갈색 돌멩이 모양 씨앗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보이는 데로 모았다. 특히 할머니는 씨앗이 떨어질 계절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무 아래로 가서 살펴보셨다. 씨앗은 줍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매끈매끈하고 보송했다. 씨앗에서도 동백 특유의 냄새가 연하게 풍겼다.지금도 제주의 동백나무 아래는 늘 깨끗하다. 씨앗을 주운 다음 꽃 모양의 열매껍질도 나무 아래 가지런히 정리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꽃잎이 질 때면 꽃잎들도 나무 아래 그대로 두는데 나무에 꽃이 많이 달릴 때면 땅도 나무도 꽃이 가득해진다.
제주에는 동네 어디든 정원수로 키워서 집집마다 있다. 가장 흔한 붉은 동백은 노란 꽃술이 가장 매력적이다. 사진 속 동백꽃은 제주 집에 있던 동백나무다. 겨울에 피기 시작해 다음 해 봄까지 피는 꽃이라, 꽃이 궁한 겨울 고향에 가면 온통 동백꽃과 제주 수선화를 볼 수 있다. 아쉽지만 올 겨울은 가보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사진을 부탁해봐야겠다.
아파트 화단의 동백나무 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동백나무는 다른 처지이다. 빨간 동백꽃이 떨어진 위로 담배꽁초는 늘 쌓여 있다. 온갖 더러운 쓰레기들도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치우고 누군가는 버린다. 사람들은 나무 아래를 쓰레기통인 양 쓴다. 동백나무 사진 속에 쓰레기가 함께 찍히는 일은 흔한 일이다. 더군다나 떨어진 동백꽃은 찍을 수가 없다.
우리는 왠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동의를 한 것처럼 식물들을 무시할 때가 많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를 품어주려 비를 내려 땅이 할 일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나서, 동네에 방역이 강화되어서 인지 거리가 많이 깨끗해졌다. 여전히 애연가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소로 동백나무 아래를 찾는다. 그리고 쓰레기는 줄기는 했지만 또 버려지고 있다. 12월이 되기도 전에 동백나무는 많은 꽃봉오리를 만들었다.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추운 겨울을 잘 버텨낼 것이다. 그리고 매서운 바람에도 꽃을 피울 것이고, 제비꽃, 벚꽃이 만발해질 때까지, 오랫동안 붉은 향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이번에는 떨어진 동백꽃을 사진으로 담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