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잘 지내고 싶어요

청설모

by 무쌍

사진을 정리하다가 귀여운 청설모 사진이 나왔다. 지난봄에 찍은 사진이었는데, 뒷산에 사는 청설모였다. 산 가까이 살고 있는 덕분에설모를 운좋게 볼 수 있다.


오월 말일이었는데 텃밭에 고추를 심지 못해, 부랴부랴 고추 모종을 사들고 집으로 오는 길이 었다. 모종을 파는 화원은 산 옆을 끼고 있어 늘 한적한 편이다. 산비탈의 나무들이 고사했는지 여러 그루가 잘려 있었다. 그 근처에서 딱딱 거리며 뭔가 쪼개는 소리가 들렸다. 리고 나무 사이로 뭔가 휙 하고 날아갔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져 잠시 산을 향해 서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나무 뒤에서 뭔가가 슬쩍 나오더니 나무 위로 올라갔다. 잘린 나무에 앉은 건 청설모였다. 양손에 껍질을 꼭 쥐고, 나무껍질에 있는 벌레를 먹는 모양이었다. 껍질에 붙은 걸 다 먹고 나면, 휙 던져 버리고 다시 나무껍질을 벗겨내며 맛있게 먹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별 일 없는 듯 신경 쓰지 않았다. 카메라를 무서워하지 않는 청설모 덕분에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봉화산 청설모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고 보니 몇 해 전 만났던 청설모 안부가 궁금해졌다. 산 자락에 길을 가운데 두고 오래된 주택과 빌라들이 있는 골목이 있다. 상수리나무가 촘촘하게 자라서 가을이 되면 도토리가 꽤 많이 굴러다니는 고즈넉한 시골 분위기가 나는 골목이다.
골목길 중간에 공터가 있는 빌라가 있다. 마치 산속에 산장처럼 나뭇가지가 빌라 고층까지 뻗어서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워진다. 그 아래에는 종종 동네 어르신들이 의자를 들고 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는 기분 좋은 공간이었다.

히 테라스가 크게 나있고, 산을 바라보고 있 빌라를 늘 부럽게 올려다보곤 했다. 유난히 숲이 울창해서 산에서 내려오는 산바람에 나무 냄새가 좋기 때문이다.
골목으로 이와 산책을 나섰다가, 좋게 청설모가 나무에 올라가는 것이 보여 딸아이에게 손가락으로 청설모가 있는 곳을 가리켜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빌라 꼭대기 층에 사는 남자가 큰소리를 치며 테라스에 나왔다.
"아이 씨 또 왔네! 시끄러워서 살수 가 없다."
"저리 가라!"

익숙한 듯 새총으로 청설모를 쫒는다.
아래에 있던 나는 어떤 상황인지 금방 알아채지 못했다. 놀란 아이는 내 뒤로 숨었고, 그는 잠깐 우리는 쳐다봤지만 새총을 한번 더 쏘고 나서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깐 보였던 청설모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저런, 어쩌면 좋을까.'

아이가 놀라서 얼른 자리를 피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산아래를 깎아 집을 지었을 것이고, 그 나무는 그 산이 있을 때부터 자리를 잡고 큰 울창한 나무였다. 양팔로 안을 수 없을 만큼 굵은 줄기에서, 뻗어낸 가지를 셀 수도 없는 아름드리나무였다. 창한 숲은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가 섞여서 설모가 도토리를 찾으러 올만한 곳이었다. 설모 한 마리가 나무에서 얼마나 소동을 부린다고 새총까지 쏘면서 짜증을 내는 걸까? 가 모르는 소음이 있는 것일까? 가끔 농작물을 먹어치운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럴 일은 없는 도시가 아닌가? 청설모가 큰 잘못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 남자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그다음 해에 그 산자락엔 작은 공원이 들어섰다. 큰 신갈나무 아래에 운동기구가 몇 개 있었는데, 아예 산을 깎아서 시멘트로 산책로를 만들었고, 운동기구, 쉼터, 어린이 놀이터까지 생기면서 예전에 숲은 없어졌다. 청에서 산을 깎아서 근린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새총 소동이 있던, 빌라 앞 큰 나무들도 모두 사라졌다. 대신에 작은 묘목들이 심어졌다. 새로 심어진 묘목이 뽑힌 나무 크기만큼 자라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된 나무와 청설모 그리고 사람이 모두 잘 지내는 방법은 없을까? 도시에 있는 자연은 아무래도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정리가 되는 편이다.

예전에 있던 숲은 나무 그늘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심어진 작은 묘목들은 지금 아이들이 자라서 누릴 그늘을 약속할 것이다.

그럼 청설모는 잘 지내고 있을까? 야생의 청설모들은 산 어딘가에서 별탈 없이 겨울을 보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우리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그건 각자 우리 스스로 물어봐야 할 안부인 것 같다.

2020.5.30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백꽃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