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언제 피는가

부겐벨리아 꽃이 6년째 피지 않는다

by 무쌍

겨울은 아이들과 잘 지내기 쉽지 않다. 바깥활동이 줄어서 아이들이 더 못 견뎌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거리두기는 더 강화되었고, 모두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는다. 아무래도 아이들 먹일 비타민D 보충제가 필요했다. 일 년 내내 먹일 수 있는 어린이 종합영양제도 있다지만, 난 외출이 줄어드는 겨울을 잘 넘기기 위해서만 먹인다.

비타민D 보충제를 먹이기 시작한 건, 아이 친구 엄마가 신세 갚는다며 선물로 주고부터였다. "남편이 있는 북유럽은 일조량이 적어서 필수품이야. 거긴 싸게 살 수 있으니까 부담 없이 먹여봐." 라며 건네주었다. 그런데 난 영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아파서 먹는 약도 아닌데 보조제의 효능을 잘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는 평소에도 감기약도 잘 먹고, 약을 먹는 걸 좋아해서 잘 먹었다. 몸에 좋은 건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후로 겨울이 다가오면 비타민D를 아이가 찾는다.

아이들 먹일 비타민D를 사러 갔는데, 남편이 우리도 먹어 보자고 했다. 우리 부부가 믿을 건 아직은 쓸만한 몸뿐인데 말이다. 나는 내과와 내분 내과에서 6개월마다 검진을 받아야 하는 몸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고, 처방받은 약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한참을 고심 끝에 남편은 요새 눈이 침침해진 것 같다며 눈 건강 보충제를, 나는 비타민 칼슘보충제를 골랐다. 마트에서 가장 저렴하고 양이 많은 걸로 골랐지만, 왠지 과소비를 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도 몸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을 찾아먹는 부류가 아니다. 효과는 모르겠지만 몸은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의사의 처방이 없는 건 영 미덥지 않다.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회사 워크숍을 갔는데, 저녁이 되자 다들 가방 속에 약통을 꺼내서 챙겨 먹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혹시나 혈압약처럼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인가 싶어 물었더니 비타민 같은 건강 보조제였다. 보충제 한 움큼을 먹던 선배는 나보고 먹어보라면 한번 먹을 치를 내밀었습니다.

"이거 먹으면 몸이 좋아져요?"


"음, 잘 모르겠어." 그러고는 "안 먹으면 걱정이 돼서 말이야."


그러더니 뒤에서 료가 거든다.


"비타민은 확실히 달라 감기도 덜 걸리는 것 같아." 하면서 감기약도 꺼냈다. 평소에도 감기를 달고 사니, 몸을 챙기는구나 싶었. 그리고 보니 피부에 좋다는 콜라겐을 매번 사서 먹는 직원도 있었다. 연예인들도 TV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보조제를 먹고 있었다. 건강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경우 단백질 보조식품까지 먹으니 그 개수는 눈이 휘둥그레 해질 정도다.

나는 약 먹는걸 참 싫어했는데, 매일 신지록신이 없으면 안 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가 되었다. 비타민C도 왠지 보조제라기보다는 새콤한 사탕처럼 느껴져서 먹기가 싫다. 칼슘이 부족하면 신경과민으로 짜증을 많이 낸다고 하니, 내 짜증이 좀 줄어들지도 모른다. 귀찮더라도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챙겨 먹어야 하는 건가 싶다.



겨울이 되면 베란다에서 월동이 안 되는 나무들을 집안으로 옮겨놓는다. 갑자기 한파가 와서 미루던 나무 옮기기를 했다. 그런데 마음이 쓰이는 나무 하나가 있다. 7년 전에 산 부겐벨리아 나무다. 그리스 어느 마을에 주황색, 분홍색의 부겐벨리아가 대문 앞에 심어져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딱 내가 꿈꾸는 우리 집 대문 풍경이었다. 왠지 그 집 안주인은 우아하고 세련된 얼굴을 하고 날마다 부겐벨리아 꽃을 지나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관리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사실 그 집은 아름다운 얼굴을 한 조각가의 집이었다. 덩굴 가지들은 풍성하게 뻗어있고, 얇은 종이를 겹겹이 마주 보게 붙여 놓은 듯 한 꽃은 줄기와 잎이 안 보일 정도로 가득 피어 있었다.

2013.6

어느 날 동네 꽃집에 부겐벨리아가 들어왔다. 내가 봤던 꽃분홍의 부겐벨리아였다. 망설이지도 않고 얼른 사들고 집으로 왔다. 한 달이 넘게 꽃은 풍성하게 피었고, 날마다 떨어지는 꽃잎을 모아서 책 사이에 넣었다. 꽃이 다지고 다시 꽃이 필 날을 기다렸다. 그게 몇 년 전인지 잊어버릴 정도가 되었으니, 7년이 넘는다. 아니 왜 다른 집은 다 피는 부겐베리아가 다시는 꽃피지 않을까?


분명 사 올 때는 풍성하게 꽃이 피어 있었다. 그러니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가 맞는데 여전히 싱싱한 초록 이파리만 달려 있다. 인터넷을 뒤져 식물 영양제도 꽂아주고 흙이 마르면 물도 흠뻑 주는데 꽃을 보여주지 않는다. 해가 잘 드는 자리에 놓고 날마다 보지만 이상하다.

보통은 온실에서 키운다고 하는데 동네에 테라스에 부겐벨리아 화분을 키우는 집 이 있는데 해마다 피웠다. 가까운 골목에 있는 2층 집은 유리창 너머로 거의 반년 동안 꽃분홍색 꽃을 볼 수 있었다.




부겐베리아 처음 데리고 온날 2013.6

자기 전에 사 온 보조제를 먹다가 거실로 이사 온 부겐벨리아와 마주쳤다.


'너, 혹시 다른 게 필요한 거야? 꽃을 피우려면 필요한 게 있어? 그게 뭔지 말해 주렴! 응?'

알아 들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묻고 싶었다. 내가 제대로 처방을 내리지 못해서 무언가 결핍된 체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도 부족하고 채워져야 하는 것이 다르듯 내가 부겐벨리아가 부족한 걸 채워주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사는 팔로워가 만개한 부겐벨리아 사진을 올리자 내 사정을 이야기했다. 식물 비료를 줘야 한다고 한다. 미국 정원에 핀 부겐벨리아의 비법이 통할지 모르지만, 또 하나의 방법을 찾았다. 나는 칼슘보조제를 먹고, 부겐벨리아 너는 비료를 보충해서 우리만의 꽃을 피워보자. 그러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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