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만큼 날 긴장시키는 일도 없다.내 입맛에 맞는 단골 식당이 좋고, 익숙하게 포인트가 적립되는 쇼핑몰에서 주문이 편하다. 일상이 루틴처럼 정해진 것이 안심이 되지만, 얼마 전부터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며 떠드는 기분이 들었다. 가족이 있는 한 엄마의 시간은 '나 홀로'가 쉽지 않다. 뭔가 시도하기에도 공간적인 제약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나에게 여러 나라에서 온 번역서들은 건조한 현실을 벗어나게 도와주었다. 한국의 작가들도 좋지만, 외국 특히나 가보지 않은 나라에서 온 작가들의 이야기는 신기하고 매력적이다.
<5초의 법칙>에 이어 나온 <굿모닝 해빗>의 저자 멜 로빈슨이 하라는 대로 해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양치질을 하기 전에 거울에 비친 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전에는 한 번도 진지하게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본 적 없는 듯 생소했다.
첫째 날, 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거울 속에 나를 보니 씽긋 웃음부터 나왔다. 멋쩍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그리고 평소대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런데 늦잠을 자는 아이들을 깨우면서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둘째 날, 잊지 않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번엔 거울 속에 나를 잠시 바라보면서 '잘 잤니?'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아이들을 깨우기 전에 화장을 하고 머리도 손질했다. 엄마가 되고 나선 한 번도 내가 먼저 인 적이 없었나 보다. 늘 아이들을 챙기면서 화장도 하고 머리도 빗었고, 가족들의 아침밥을 먹는 동안 다른 일을 하며 조금씩 집어 먹었으니 말이다. 처음 맛보는 여유로운 아침이 낯설었다.
셋째 날, 양치질을 하면서 얼굴빛이 어둡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수를 하고 나서 다시 거울을 보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오늘은 좀 쉬엄쉬엄하자.'라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런데 하이파이브를 못했다. 엄마들의 일과는 예고편이 없다. 둘째가 새벽에 고열이 나서 보초를 서야 했다. 방학식 날 아이의 등교 여부는 병원 진료를 해봐야 알 수 있었다. 온통 아이에게 신경이 쏠린 채 오전 시간을 다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이파이브를 빠뜨렸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 하굣길에 나갔다가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는 순간 하이파이브가 하고 싶었다. 거울을 보면 손바닥을 올리고 싶어지는 건가? 아무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살피는 일 보다 손바닥을 올려 에너지를 나누는 일이 더 좋았나 보다.
2023.1.12(아침 산책에서)
나는 왜 모든 일을 망칠까?
책 속에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늘 느끼던 기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오래전부터 나는 내가 나의 모든 일을 망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완전히 푹 꺼져버린 자신감이 문제라고 여겼다. 그래서일까? 하이파이브가 주는 효능은 내게 쓸모가 있는 듯하다. 매일 아침 나를 부추기는 '하이파이브'는 남편이 건네는 위로의 말보다 효과가 있었다.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보며 웃음이 절로 나왔으니 말이다.
그녀는 갑자기 창궐한 코로나로 모든 강의가 취소되고, 이 책을 계약한 첫 번째 출판사와 계약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악재는 예고가 없나 보다. 인생이 예상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도 맞았다. 계약금까지 반환하는 문제를 겪고 나서야 두 번째 출판사와 계약하고 나온 책이라니 세상에 천재지변이 그런 것인가 보다. 그녀의 두 번째 책인 <굿모닝 해빗>으로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 있었다. 바로 거침없는 성격이었다. 어머니가 작은 가게를 열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머니 명의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도, 은행은 배우자의 공동 날인을 고집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망설이지 않고 그 은행에 계좌를 모두 해지하고, 다른 은행에서 혼자 힘으로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새로운 시도할 때마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자신의 꿈을 이룰 목적에 중요한 것은 미안함이나 죄책감이 포함될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이 맞았다. 누구에게 힘을 빌리지 않고 그녀의 어머니가 이룬 것처럼 말이다. 내가 글을 쓴다고 다짐했을 때,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기분을 애당초 버려야 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방법은 분명 있었다. 가족들이 뭔가 열중하는 시간에 나도 글을 쓰고 있으니 손해 보는 기분은 더는 들지 않는다.
그녀가 책 속에 원하는 꿈이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명확하게 한 것처럼 나도 내 글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써 두어야겠다. 멜 로빈스의 책은 볼품없이 납작해진 나에게 풍선에 바람 넣듯이 매일 '하이파이브'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간다. 아침마다 혼자 하던 하이파이브는 진화해서 두 아이와 남편에게도 전파 중이다. 별일 없이도 손바닥을 펴서 내밀면 미소를 지으며 받아준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기 전 북돋아 주기 위해 하거나 축하해 주는 '하이파이브'가 아니지만, 기분을 좋게 띄워주고 어떤 부작용도 없었다. 나는 아침마다 하이파이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