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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나무야.
오늘도 이곳을 지나며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에 더는 살지 않는 사람들이지. 그래도 머릿속으로 불러 잠시 대화를 나누어본다. 도서관 가는 길에 버릇처럼 아버지를 불렀단다.
완전히 물들지 않은 플라타너스 잎 하나가 걸어가는 내 앞에 떨어져 있구나. 떨어진 낙엽을 보며 현실로 돌아와 버렸어. 아쉽지만 그 시간은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말거든. 매일 작고 큰 일들이 나의 일상에서 만들지고 있다. 봉화산을 따라 도서관 가는 길은 플라타너스 나무가 자라고 있었지. 삼십 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키를 가진 당당한 모습이었어. 우리 이름으로 양버즘나무라고 하는 이유가 나무껍질이 벗겨지며 버즘처럼 보여서라는데 나는 그 모습 더 좋단다. 벗겨진 회색 나무껍질 뒤로 보이는 연둣빛 속살은 정말 매력적이었거든. 올해는 너를 볼 수가 없구나. 보도블록 공사를 하더니 줄지어 서있던 너희들도 사라졌으니까 말이야.
대신에 이팝나무가 심어졌어. 봄이면 몽글몽글 하얀 꽂다말처럼 이는 나무가 있어서 눈을 떼지 못했단다. 찾아보니 이팝나무가 하얀 밥 같은 꽃을 피운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작은 구름처럼 보이기도 했어. 너는 없지만 새로 심어진 작은 이팝나무가 첫 꽃을 피웠어. 별일이 없다면 다음 봄에도 하얗게 피면 바람에 흩날리겠지. 새로 온 나무와도 친해져야겠지만 도서관 가는 길에 네가 없다는 것은 좀 더 오래 기억해두고 싶구나.
요즘 나는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하는 기분이야.
시간을 갖는 것처럼 꼼짝하지 않고 내 몸을 만들고 글을 쓰고 있단다. 자꾸 창밖을 내다보며 나갈 생각이 들어 조바심이 나지만 기다려야겠지? 너희가 서 있는 길 위에 떨어진 낙엽을 밝으며 도서관을 오갔던 일이 그리워서 어느새 별은 떨어져 낙엽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