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귀여운 초승달이 나올 것이다. 달력에 나온 대로라면 이미 새로운 달은 시작된 지 13일째인 날이지만 달의 주기는 오늘이 시작이다. 달을 좋아한 게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달을 보며 하교를 하던 교복 입은 소녀일 때가 아닐까 싶다. 그 당시 난 보름달을 무척 기다렸다.
컴컴한 한 밤에 빛나는 달은 무슨 소원이나 다 들어줄 것 같이 신비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바라고 믿는 것뿐이었다. 성적표에 나오는 시험점수보다 불안한 것은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한 아버지였다.
달빛을 보며 나의 믿음이 시들지 않기를 바라며 지냈다. 달은 보름달이 되었지만 곧 사그라졌다. 점점 접시처럼 납작해져 그믐달이 되면 온대 간데 없이 사라졌다. 며칠을 모른 척 지내다 보면 귀여운 초승달이 나타났다. 또 보름달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후론 보름달을 쳐다보지 않았다. 퇴근길은 컴컴한 한 밤이었지만 달빛은 전처럼 내게 의미가 없었다.
사회에서 내 자리를 지키는 법을 익히는 건, 달빛의 감수성을 필요하지 않았다. 가끔씩 달빛이 나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들었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기분을 너무 오래 붙들고 살았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거의 다 끝난 듯했다.
전기모터가 시끄럽게 바람을 불어 낙엽들을 모으면 커다란 비닐봉지에 계속해서 들어간다. 낙엽이 다 들어갈 때까지 모으는 손과 발은 계속 나무 아래를 서성인다. 아버지처럼 보이는 뒷모습을 한 남자들을 본다. 지금 계신다면 저런 체격이지 않을까 싶었다. 낙엽을 모아둔 봉투들은 차곡차곡 모아지는 풍경을 힐끔거리며 한참을 그 주변을 서성거렸다. 나무 곁에 있던 아버지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보름달을 기다린다.
전처럼 소원을 빌지는 않는 대신에, 곧 사그라질 보름달을 위한 애도이다. 그리고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나의 욕망을 말한다. 누구든 믿을 필요 없는, 그래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욕망한다. 그 어린 자식이 머리가 히끗해지는데도 아버지를 간직할 수 있도록 달은 매달 눈부시게 빛나고 사그라져 간다.
또 한 번 해보자고 나를 일깨우면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된다.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은 새로운 달과 함께 출발이다. 마음껏 부풀어 커지도록 빛이 되어 준다. 충실한 낙엽 봉투들이 쌓인 저녁이 되자 하늘은 가장 어두운 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