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엄마가 눈이 내린다며 눈송이를 잡는다. 뭔가 날리는 것이 보이긴 했지만, 너무 작아서 먼지 같은 눈송이를 찾아보려고 나도 가만히 섰다. 아이는 엄마처럼 눈송이를 보지 못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좀 더 기다리면 하얗게 내릴 듯도 했지만 눈은 가루처럼 날리다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갈 곳이 있었다. 어제 아침 산책길에 보았던 제비꽃을 만나러 가야 했다. 양지바른 곳은 아니었지만 제비꽃 한송이를 연달아 만났다. 화단 깊숙한 곳에서 한 송이, 낙엽더미 아래서 한 송이였다.
11월의 제비꽃은 귀하다 못해 신기할 정도다.
가을날이 끝난 11월 말에 만난 지금의 제비꽃은 겨울 제비꽃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가느다란 선들이 무늬로 새겨진 보라색 꽃잎은 완벽하게 펼쳐진 채로 꽃은 피어있었다.
2023.11.28(11월 제비꽃)
한 송이 제비꽃과 눈송이
생각이 바뀌었어
너를 찾아 나설 채비를 했지
분명히 너의 얼굴을 기억해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기억나지 않았어.
한 송이 제비꽃
너를 찾아 길을 헤맸지
분명히 눈이 내렸어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은 11월 28일
어제 보름달이 떴는데
너도 그 달은 보았는지 묻고 싶었단다.
달이 보내는 신호를 받았는지 말이야.
밝은 달이 환하게 촛불처럼 켜졌어
내 안의 그림자가 사라졌지
촛불 아래에서 내게 필요한 문장들을 쓰기로 했단다.
오래된 이야기는 그만두고 일기를 썼어
한 송이 제비꽃이 하얀 눈송이를 만난 날!
제비꽃은 아직 피어 있었지만, 얼어버린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시들해진 이파리들 사이로 작은 꽃은 작은 촛불처럼 켜진 채로 나를 기다려주었다. 겨울은 예정대로 흘러갈 테고, 야생은 이제 봄을 준비하러 떠날 것이다.
약속을 잘 지키는 목련나무는 낙엽을 대롱대롱 단 채로 겨울 눈이 피었다. 보송한 털옷을 입은 겨울 눈을 보니 새봄에 필 목련꽃이 벌써 궁금해졌다.